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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Under 30 2016 Asia] 팝페라 테너 임형주

[30 Under 30 2016 Asia] 팝페라 테너 임형주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엔터테인먼트&스포츠 분야) 30인’으로 선정된 한국인 6명 중 유일한 클래식 음악가다. 본업인 음악은 물론 기부, 교육, 언론에도 관심이 많다.
소르고 유아예술학교에서 만난 팝페라 테너 임형주. 그는 재능기부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기쁨을 얻는다.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3월 17일 방송된 케이블 TV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키드’. 9살 오연준 군의 청아한 목소리에 출연진과 방청객들은 숨을 죽였다. 차분하게 음을 따라가는 오 군의 모습에서 누군가 떠올랐다. 열두 살에 데뷔한 팝페라 테너 임형주(30) 아트원 문화재단 이사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멘토로 출연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2009년 임 이사가 일본 노래를 개사해 발표한 곡. 이날 이 노래는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랜 시간 머물렀다.

“올해가 데뷔 18년째네요. 이번 포브스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선정 소식을 듣고 자문했어요. ‘과연 내가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가’라고요. 그 동안 음악 활동을 인정 받은 것 같아 뿌듯하더군요. 스스로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줬어요(웃음).”

그는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미국 CNN i리포트는 임형주를 영국 러셀 왓슨, 이탈리아 알렉산드로 사피나와 함께 ‘세계 3대 팝페라 테너’로 뽑았다. 영국 BBC 뮤직매거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페라 가수 톱5’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연초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상을 수상한 데 이어 연말 박근혜 대통령 표창을 받아 같은 해 한·미 대통령 표창을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11월에는 역대 최연소,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로마시립 예술대학 성악과 명예교수에 임명됐다.

 CNN·BBC ‘세계 최고 수준’ 극찬
임 이사는 예원학교 성악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줄리어드 음대 성악과 입학을 준비하면서 주변 권유에 따라 팝페라 테너로 진로를 정했다. “대중과 호흡하고 싶어서”였다. 한국에서 처음 팝페라를 대중화하고, 미국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한 런던·파리·베를린·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큰 무대에서 공연한 ‘클래식 스타’지만 이 수식어 못지 않게 중요한 직함이 있다. 바로 아트원문화재단 상임이사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임 이사는 체계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8년 100억원을 기부해 아트원문화재단을 설립한 이유다. “‘공연·앨범 수익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해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라’ 주변에서 유혹이 많았지만 좀 더 뜻깊은 일에 쓰고 싶었어요.”

‘아트원’은 예술적 감성(Art)을 갖춘 최고(No. One)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이 재단은 음악 영재를 발굴해 지원하고 아이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콘서트와 콩쿠르를 개최한다. 사회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소르고 유아예술학교도 운영한다. 소르고는 피아노, 바이올린, 발레, 미술 등 예술 전공자들을 교사로 채용해 4~7세 아이들에게 예술교육을 한다.

도쿄 쇼와 음악대학,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한 여동생 임정원 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임 이사는 음악원장으로 한 달에 한두 번 특강을 한다. 음악을 가르치기 전에 공연 관람 예절, 무대 예법 등을 먼저 알려준다. 작곡가들의 이야기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낸다. “아이와 함께 예쁜 그릇을 사서집을 꾸며보세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느끼게 하면 아이들이 먼저 흥미를 보입니다.” 임 이사는 “얼마 전 발표회 때 발표하는 동안 음악을 틀어달라거나 벽에 그림을 붙이고 싶다는 아이들을 보고 놀랐다”며 “예술교육은 그 분야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창의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소르고에서 얻는 수익금은 아트원 문화재단의 저소득층 무료 강습 프로그램 ‘멘토-멘티’에 쓰인다.

임 이사는 재단 설립 당시 고액 기부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손에 쥔 것이 많으면 필요 이상으로 힘을 소모하게 돼요. 돈은 나를 경영할 수 있을 만큼만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마치 부를 과시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속상했어요.” 그는 다른 기부금을 받지 않은 채 8년 동안 재단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느꼈다고 했다. “재능기부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자원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서울역에서 떡국 나눔 봉사를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탄 나르기,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같은 활동에 참여한다. 지난해는 필리핀 오지마을 칼레스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1년에 5개월은 봉사에 쏟는 것 같아요.”

음악 활동은 잠시 쉬고 있다. 임 이사는 지난해 2월 5.5집 앨범 ‘사랑’을 내고 연말에 전국 투어 콘서트를 마쳤다. 올해 중순 워싱턴·베를린·로마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당분간 새 앨범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올해 만 30세가 된 임 이사는 이미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과분할 만큼 화려한 20대를 보냈어요. 이제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는 깊은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지만 늘 약간의 슬럼프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와 기립박수를 받고 혼자 호텔방에 돌아오면 외로운 마음이 들어요.” 그는 무대 위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평범한 일상을 값지게 보내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에게 한마디로 자신을 정의해달라고 하자 “행복한 욕심쟁이”라고 답하고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글 최은경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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