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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반등 이상의 기대는 금물

[증시 맥짚기] 반등 이상의 기대는 금물


summary | 이번에 주가가 어떤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하느냐는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다. 과거 박스권 고점인 2100까지 올라간다면 박스권이 계속 유효하고, 상당한 지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와 달리 2000선 부근에서 마무리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박스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러스트:중앙포토
주가가 상승했다. 한달 전만 해도 박스권 붕괴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는데, 벌써 2000선 부근이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세 개의 동력이 작용했다. 우선 반등이다. 올해는 시작부터 주식은 물론 원자재·환율까지 모두가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하락폭이 커짐에 따라 상황이 변하면 회복도 빠를 거라 기대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유가가 한달 사이에 저점 대비 50% 이상 올라 배럴당 40달러가 됐다. 125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 역시 1150원대로 내려왔다. 브라질·러시아 등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던 신흥국 통화가 특히 강세를 기록했다.비슷한 모습이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두 나라 주가가 연초 이후 각각 17%와 8% 올랐다. 가격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반등의 힘이 어떤 때보다 강하게 작용했다. 하락폭이 클수록 상승도 크다는 반등의 원칙이 정확하게 재현된 것이다.

 하락폭 큰 만큼 강한 반등
외국인 매수도 역할을 했다. 2월 18일에 외국인이 처음 주식을 순매수를 하기 시작한 이후 한달 동안 순매수 금액이 3조원을 넘었다. 주가가 낮은데다, 장기간에 걸쳐 순매도가 계속된 직후여서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었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지난 한달 사이에 유럽중앙은행 회의, 중국 양회, 일본 통화정책회의 그리고 미국의 연방공개 시장위원회(FOMC)까지 주요 정책 회의가 집중적으로 열렸다. 대부분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았는데, 상승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정책의 창조성도 돋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조금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지원책까지 내놓으면서 신뢰 회복에 나섰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분기당 1번씩, 총 네 번의 대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중 은행은 전체 대출 자산의 30%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ECB에 대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4년 간 이자가 면제되고, 조기 상환 의무도 없다. 또 요구한 금액보다 더 많이 대출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이자를 최대 더 낮추기로 했다. 이는 대출을 많이 한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로 입은 손실을 보전해주는 보조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유럽은행이 또 한 번 비전통적인 정책을 강구해 정책이란 주제를 시장의 전면으로 끌어낸 것이다.

FOMC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금리 인상이 2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선진국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를 3회 이상 인상하는 게 사실상 힘들다고 대부분 인식하고 있음에도 중앙은행이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 때문에 효과가 훨씬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보다 반등 수준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연초 이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요인이 개선되지 않았다. 외국인이 매도에서 매수로 행태를 바꾼 건 긍정적이지만, 수급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어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이와 달리 시장 결정력이 큰 실적은 그대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독일·일본·중국의 이익 전망을 보면 왜 작년 한 해 내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했는지 알 수 있다. 6개국 모두 2014년 초에 기록한 이익 고점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이 그중 흐름이 좋아 작년 말까지 이익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작년 2~3분기에 약간 회복된 후 연말에 다시 나빠졌고, 우리나라와 영국은 상황이 엉망이다. 2014년 정점 이후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하락했고, 지금도 악화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코스피 시장 이익 전망이 재작년 고점 대비 25% 정도 낮아졌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하락 폭이 크다.

물론 긍정적인 흐름도 있었다. 작년 10월에 시작된 이익 전망 둔화가 올 3월에 마무리돼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전망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흐름 때문에 주가가 20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반등 국면에서 코스피 지수가 다른 선진국 주가에 비해 상승률이 낮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5% 정도 늘어날 걸로 전망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매년 경험했던 것처럼 올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 전망이 낮아질 걸로 전망된다. 이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4월에 발표될 1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막연히 연간 이익이 늘어날 거라고 얘기하는 건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부터 이익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의미가 되는데 어떤 요인 때문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지 불분명하다. 기업 이익은 경제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계속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올해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이익 모멘텀은 잘해야 주가에 중립적인 요인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가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었던 선진국 정책 신뢰도 악화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선진국들이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그 덕분에 지난 한달간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했다. 그동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선진국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펴고 있는 정책이 언젠가는 효과를 발휘할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2016년 들어 이런 믿음이 약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7년 간 선진국 정부가 수없이 많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경제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이제는 남은 카드가 몇 개 없고, 그걸 쓴다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거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책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시장 움직임은 달라진다. 믿음이 있을 때에는 정책의 효과가 다할 즈음에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만 하면 주가를 유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믿음이 약해지면 정책을 내놓기 전에 사람들의 심리를 먼저 바꿔줘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책에 의해 경제가 활성화됐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에서 받은 돈을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하고 다시 중앙은행으로 보내야 할 정도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돈을 또 투입하는 게 투자자들에게 어떤 믿음을 줄지 의문이다.

 4월 중순까지는 정중동 상태 가능성
반등의 힘이 약해지고 있지만 당장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4월 중순까지 시장은 큰 변동 없이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미 나올 수 있는 재료가 다 나왔다. 당분간 선진국 정부가 의미 있는 정책을 내놓을 여력이 없다. 반등도 진행될 만큼 진행됐다. 코스피 지수가 저점 대비해서 2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연초 수준을 넘었고,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유가 역시 바닥 대비 50% 넘게 올랐다. 반등의 강도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주가가 어떤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하느냐는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다. 과거 박스권 고점인 2100까지 올라간다면 박스권이 계속 유효하고, 상당한 지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와 달리 2000선 부근에서 마무리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박스권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박스권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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