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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건물 투자 노하우

중소형 건물 투자 노하우

빌딩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임대 수익률을 높이려는 다양한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100억원 이하 중소형 건물을 보유한 자산가 중에 이른바 ‘건물 건강검진’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됐다면 부동산 투자시장은 시세차익에서 임대수익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매력이 커진 영향이다. 투자자들은 주택을 비롯한 대부분의 부동산 가격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때문에 안정성이 투자 요건의 우선 순위가 됐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이전까지 부동산 재테크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부동산 가격이 잘 오르지 않자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임대수익이 부동산 투자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임대수익률을 높이려는 다양한 방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100억원 이하 중소형 건물(10층 이하)을 보유한 자산가 중에선 이미 보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 여건을 개선해서 수익을 늘이는 이른바 ‘건물 건강검진’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임대 업종을 바꾸거나 건물 리모델링 등으로 수익률을 10% 이상 높이는 것이다.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인 태경파트너스 박대범 본부장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신규 상품 투자보다는 기존 상품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안정적이고 실속 있는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빌딩 투자 수익률 아직도 예금 금리의 세배
현재 오피스·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상가 종류에 따라 평균 연 5.8~7.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1월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72%)의 세 배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6층 이상 오피스 빌딩보다 매장용 상가의 수익이 더 짭짤했다. 이 중에서도 개별 점포마다 주인이 다른 집합 매장용 상가의 투자 수익률이 7.32%로 가장 높았다. 3층 이상 중대형 매장용 상가는 6.24%, 오피스는 5.93%, 2층 이하 소규모 매장용 상가는 5.85%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지역별 상가 수익률은 서울이 6.82%로 가장 높았다. 경기도가 6.45%, 제주도가 6.3%로 뒤를 이었다. 전국 평균은 5.92%다.

아직까지 수익률이 괜찮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공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스는 지난해보다 공실률이 0.8%포인트 늘어 13%를 기록했다. 오피스 100실 중 13실은 비어있다는 의미다. 새 오피스 공급이 꾸준한 반면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빠져나가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매장용 상가의 경우 중대형 공실률은 10.3%, 소규모는 5%다.

그렇다면 5.8~7%인 수익률을 어떻게 10% 이상 높일 수 있을까. 임대 업종을 바꿔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별다른 비용 지출 없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5층 건물(1155㎡, 이하 연면적 기준)의 임대료는 임대 업종을 바꾼 후 껑충 올랐다. 2009년 12월 이 건물은 대부분 사무실로 쓰였다. 7개 점포의 임대료는 보증금 2억500만원에 월 1500만원이었다. 지하 1층 창고로 쓰던 사무실을 맥주하우스로, 지상 1층 참치전문점과 한식당을 휴전레스토랑과 해산물전문점으로 바꿨다. 지상 2층 사무실(전자기기 관련 업종)도 양꼬치 전문점으로 변경했다. 지상 3~5층 사무실 대신 고시원을 들였다. 현재 이 건물 임대료(2015년 12월 기준)는 3억7000만원에 월 3390만원이다. 임대 업종만 바꿨을 뿐인데 6년 만에 임대료가 두 배 이상 올랐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 2층 건물(454㎡)도 1층에 치킨배달업체 대신 편의점을, 2층에 중식당 대신 학원을 들인 후 수익이 1.5배로 늘었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업종별로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수준이 정해져 있어 입점 업종만 잘 구성해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영세업체에 사무실로 임대했던 점포에 트렌드에 맞는 외식업체를 들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임대 업종 바꾸면 수익 올라가고 건물가치 상승
건물 가치 상승은 덤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4층 건물(792㎡)은 2009년 8월 임대 업종을 모두 바꿨다. 사무실(간판업체)·한식당·약국·마사지샵 대신 칼국수전문점·커피숍·피부클리닉·철학연구소를 들였다. 현재 임대료는 보증금 2억1500만원에 월 2628만원이다. 6년 반 전엔 1억5000만원에 월 1658만원을 받았다. 임대수익률이 연 30% 이상 늘었다. 더불어 건물 매매 가격이 24억 원 상승했다. 권강수 이사는 “임대료가 오르면 자연스레 몸값도 오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새 단장을 해도 임대료가 크게 오른다. 리모델링을 위한 비용이 들지만 대개 2~3년이 지나면 투자 비용을 회수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6층 건물(700㎡) 주인 김모(50)씨는 지난해 3억5000만원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했다. 계단만 있던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낡은 외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현재 김 씨는 임대료(보증금 3억원, 월 3150만원)를 이전보다 5배 많이 얻는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5층 건물(662㎡)도 1억5000만 원 들여 리모델링 한 뒤 보증금은 2억에서 2억7000만 원, 월세는 4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뛰었다. RB리얼뱅크에셋 전춘택 팀장은 “두 건물 모두 그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3층 이상은 제대로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며 “2~3년 지나면 리모델링 비용을 제하고도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 방식을 변경해 운영비를 줄이기도 한다. 대개 중소형 건물은 관리인 한 명이 상주하며 하자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업체를 부른다. 여기에 청소·시설관리비 등을 따지면 고정 비용은 더 커진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7층 건물(2004년 완공)을 산 곽모(63)씨는 예상치 못한 고정비용 지출로 고민이 컸다. 건물의 하자·보수 비용부터 관리인 월급까지 매월 고정 비용으로 547만원을 썼다. 곽 씨는 전문관리업체의 도움을 받아 고정 비용을 300만원으로 낮췄다. 보안경비·소독방제(40만원)는 자체적으로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건물 전체를 관리한다던 관리인은 1층에서 안내하는 역할로 바뀌어 180만원이었던 월급을 100만원을 낮췄다. 별도의 주차 관리인 대신 도급업체 직원을 활용해 50만원을 아꼈고 청소 관리인도 오전에만 근무하도록 조정해 급여를 40만원 깎았다.

토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하다. 최근 건물전문관리업체가 늘어나면서 주차 관리부터 청소, 시설유지 및 보수, 공실 관리, 법률 자문까지 월 100만~200만원에 제공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임대 업종을 바꾸거나 리모델링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해당 상권의 특성이나 건물 위치 등에 맞는 업종과 건물 설계를 찾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대범 본부장은 “관리인 한 명 인건비 정도면 임대료 연체 관리나 법률적인 자문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다”며 “건물전문관리업체와 계약을 맺을 땐 사전에 별도 수수료나 추가 비용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라면 더 신중해야 한다. 리모델링 후 예상만큼 임대료가 오르지 않으면 자칫 투자 비용 회수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건물이 속한 상권을 잘 살펴야 한다. 상권이 활성화한 지역에 있는 저층의 낡은 건물이라면 리모델링에 적합하다. 특히 건축법상 증축을 할 수 있다면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증축이 어렵고 해당 지역의 중심상권이 아니라면 건물 내부나 외부만 간단하게 새 단장하거나 임대 업종을 변경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대수익 노린 자산가 중소형 건물로 몰려
최근 중소형 건물 시장은 분위기가 괜찮다. 지난해 대형 건물 시장은 주춤했던 반면 중소형은 잘 팔렸다. 빌딩전문업체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300억원 이하 빌딩은 총 986곳으로 전년 729건에 비해 35% 늘었다. 거래 건수가 는 것이 아니다. 덩치도 커졌다. 지난해 중소형 빌딩 거래 총액은 4조453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2년(2조9387억 원) 이후 3년 새 35% 증가했다. 이는 대형 오피스 거래 총액(3조 8000억원)보다 많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임대수익을 노린 자산가가 중소형 건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알코리아에셋 황종선 대표는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코너나 역세권은 연 5%는 무난하다”며 “입지가 좋은 곳은 몸값도 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알짜 입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형 건물 수익률은 지난 3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연 평균 6%에서 지난해 4분기 3.9%로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과 투자 안정성에 끌린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다는 분석이다. 황종선 대표는 “지난해 대형 건물 거래는 전년보다 33% 감소했다”며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나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대수익을 노리고 중소형 건물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면 예상 수익률은 보수적으로 책정해야 한다.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건물을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5층 건물을 산 심모(45)씨는 연 수익률이 7%라는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그런데 당시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높았고 이 때문에 계약 종료 후 퇴실하겠다는 임차인이 대부분이었다. 1년 후 임차인 일부가 떠난 후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대료를 주변 시세 수준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고 수익률은 4%대로 떨어졌다. 김찬경 공인중개사는 “건물을 산 후 낭패를 겪지 않으려면 해당 부동산 뿐 아니라 주변 시세를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시세 뿐 아니라 과거 시세까지 따져서 임대료가 오름세인지 내림세인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실 파악도 중요하다. 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최근 중소형 건물 공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중소형 빌딩의 공실률은 2012년 말 12.9%에서 지난해 말 15.2%로 상승했다. 공실이 늘어난 이유로 공급 증가가 꼽힌다. 지난 3~4년간 강남 일대에 중소형 건물 신축이 꾸준했기 때문이다. 대형 건물 공급은 많지 않았지만 선릉공원 인근이나 봉은사로, 교보타워 사거리 일대에 새 중소형 건물이 줄줄이 들어섰다.

반면 임차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서울 구로·성수, 성남시 등지에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저렴한 임대료, 깨끗한 환경을 좇아 이전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영향으로 새 임차 수요는 많지 않다. 때문에 최근 강남 일대에서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렌트 프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박대범 본부장은 “공실이 지속된다면 수익률 감소는 물론 매입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도 커져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임차인 유치 계획을 확실히 세우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관리비용도 살펴봐야 한다. 매월 고정적으로 쓰는 비용이기 때문에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내야 하는 관리비 수준도 파악해야 한다. 관리비가 비싸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는 공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박스기사] 요즘 건물주 고민은 수익보다 권리금 분쟁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5층 건물을 소유한 김 모(65)씨는 요즘 ‘권리금 보호법’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1층에서 5년간 커피숍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가게를 옮기겠다며 생선구이 전문점을 하는 새 세입자를 데려왔다. 그러자 다른 세입자들이 생선 냄새가 싫다며 퇴실하겠다고 항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의 세입자에게 임대하고 싶지만 이전 세입자가 원하는 금액만큼 권리금을 내겠다는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씨는 “다른 업종을 들이고 싶은데 이전 세입자가 구해온 새 세입자를 거절하면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수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요즘 중소형 건물을 보유한 주인의 가장 큰 고민은 ‘권리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주 10명 중 4명 정도(42%)가 임대료 연체나 공실보다 권리금으로 인한 분쟁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이어 임대료 연체(24%), 낮은 수익률(16%), 공실(6%), 관리·운영비(4%)가 고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인 태경파트너스가 서울에 중소형(100억원 이하, 10층 이하) 건물을 보유한 건물주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2월 기준) 한 결과다.

이 업체가 2년 전 같은 조사를 했을 때 건물주의 고민은 임대료 연체(40%), 공실(28%), 낮은 수익률(17%), 임차 업종(10%), 관리·운영비(4%) 순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상가 주인이 권리금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행되면서 건물주의 고민이 달라졌다.

보호법에 따르면 기존 세입자가 가게를 넘길 때 주인이 아닌 기존 세입자가 새 세입자를 정할 수 있다. 주인 입장에선 원하지 않는 사람과 임대계약을 맺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박대범 태경파트너스 본부장은 “원치 않는 세입자와 계약하거나 이를 거절하면 권리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기존 세입자가 소송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임대료 연체나 공실은 수익률과 직결되는데 이보다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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