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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기발한 골프장] 헬기 타고 430m 산꼭대기에서 티샷

[지구촌 기발한 골프장] 헬기 타고 430m 산꼭대기에서 티샷

높이 430m의 행립산 꼭대기에서 티샷하는 남아공의 레전드골프사파리리조트 익스트림 19번 홀.
세계 골프장 수는 3만4011곳이다. 2014년 말 696곳이 건설 중이어서 지구촌 골프시장은 여전히 팽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지난해 말 미국골프재단(NGF)과 세계 15개 골프기관의 협조를 얻어 조사한 [월드골프2015]리포트에 나온 내용이다. 각 나라마다 자연과 토양이 다른 건 물론이거니와 생활 환경과 습관, 문화와 전통까지 다른데 이처럼 많은 골프장이 지금도 어디선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반길 만하다. 지구촌 곳곳에 이렇게 골프장이 많으니 세상에 이런 골프장도 있었나 싶을 정도의 ‘믿거나 말거나’ 코스도 있다. 하지만 믿으시라. 오늘도 그곳의 티타임은 여전히 돌아간다.

누드로 라운드하는 코스(프랑스):
모든 옷을 벗고(골프화와 양말은 착용 가능) 라운드하는 골프장이 있다. 프랑스 라제니(La Jenny)내이처리스트골프클럽이다. 파4 홀 2개에 파3 홀 4개를 가진 6홀 코스로 1993년 개장했고, 2009년에 리노베이션을 거쳤다. 드라이빙 레인지에는 타석이 20개 있다. 그중 10개는 옆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부스를 만들었다. 그린피는 하루에 25유로(약 3만3000원), 1주일 이용 가능한 티켓은 60~70유로로 저렴한 편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서 서쪽 끝 대서양 해안에 위치한 라제니리조트는 자연주의로 돌아가자는 내이처리스트 헌장까지 만든 개념 있는 누드 리조트다. 골프뿐만 아니라 풀장, 바닷가 해안 등에서 누드 일광욕도 일상처럼 한다. 홈페이지에서는 ‘벗고 라운드해도 그렇게 춥지는 않다’는 정도만 소개돼 있다. 물론 사진은 동반자들끼리만 찍을 수 있고 코스에서 골프 외 행동은 엄격히 금지된다.

프랑스 라제니(La Jenny)내이처 리스트 골프클럽에서는 누드로 라운드할 수 있다.


비행장 활주로 옆 골프장(태국):
태국은 아시아의 골프 관광대국이다. 골프 관광객이 전체 관광 수입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태국 수도 방콕 도심에서 북쪽 22km 지점에 자리한 돈무앙 국제공항은 1914년 개항한 태국의 대표 공항이었으나 2006년 수완나품공항이 개항하면서 잠시 폐쇄되었다가 이듬해초 재개장했다. 현재 돈무앙 공항은 태국 공군(RTAF)이 소유하고 있으며 군용기와 함께 오리엔트타이에어·타이에어아시아와 같은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로 이용한다. 활주로는 2개가 있는데 그 사이에 RTAF골프장이 생겨났다. 골퍼들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레드라이트가 켜지면 샷을 중단해야 한다. 타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태국 돈무앙 국제공항에는 활주로 사이에 골프장이 있다.


DMZ 안에 놓인 위험한 홀(한국):
남북이 대치하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 보니파스 캠프 내에 192야드 길이의 내리막 파3 홀은 상주하는 군인들의 휴식 시설이다. 이곳의 이용자인 군인 골퍼는 골프화에 모자 대신, 군화에 방탄모를 쓰고 샷을 한다. 홀 옆에 적힌 안내문을 보면 헛웃음이 날 정도다. 공동경비구역 판문점이라고 쓰여 있으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골프코스’로 소개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 밑에는 ‘러프에 들어간 볼은 지뢰밭이니 수거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 이곳의 헤드 프로는 마즈 매튜 C.스탠튼이다. 인조매트로 만들어진 티잉 그라운드 뒤로는 2층 초소가 서 있다.

한국 비무장지대(DMZ) 보니파스 캠프에는 192야드 길이의 내리막 파3 홀이 있다.


감옥 옆에 만든 골프장(미국):
바다 옆의 시뷰(sea view)나 호수 옆의 레이크뷰(lake view), 산이 조망되는 마운틴뷰(mountain view)는 들어 봤어도 프리즌뷰(prison view)를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앙골라의 루이지애나주립감호소에 자리한 프리즌뷰골프코스는 감호소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9홀이지만 티잉 그라운드가 2개씩이어서 전장 6000야드의 18홀 라운드가 가능하다. 1번 티박스는 투니카 언덕 꼭대기에 조성되어 있어 감옥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페어웨이는 평평한 들판의 연속이다. 그린피는 10달러, 카트비는 9홀에 5달러다. 60야드 거리의 숏게임용 드라이빙 레인지도 있고 벙커샷 연습을 하는 시설도 갖췄다. 부킹하려면 이틀 전에 요청해야 허가가 나온다. 감옥 폭동이나 소요 등이 있을 땐 물론 취소되며 특수 사정으로 라운드를 못할 수 있다고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다. 라운드 중에 무기·지도·카메라·스마트폰 등은 스타트하우스에 맡겨야 한다. 감옥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재소자들이 그린과 페어웨이를 완벽하게 관리한다. 재소자가 그린키퍼인 셈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감호소에 자리한 프리즌뷰골프코스는 감호소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산꼭대기에서 샷하는 홀(남아공):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앤타베니 사파리 보호구의 레전드골프사파리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익스트림 19번 홀은 헬기를 타고 티잉그라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높이 430m의 행립산 꼭대기에서 아프리카 대륙 모양으로 조성한 그린에 올리면 된다. 아일랜드의 프로 골퍼 패드래이그 해링턴이 2008년에 드라이버 샷으로 원온을 해서 처음으로 파를 잡았다. 수직 고저 차이는 430m지만 수평 거리로는 470m이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잡아야 했다. 산꼭대기 티잉그라운드에서 핀까지 직선 거리로만 587m이며 볼이 공중에 머무는 시간은 자유낙하를 포함해 20초나 된다. 드라이버를 잡고 280m를 보내야 그린 주변에 떨어진다. 리조트의 18홀 코스는 PGA 투어 프로 선수들이 한 홀씩 맡아 만들었는데 한국의 최경주는 17번 파 3 홀을 만들었다.

대륙을 통과하는 링크스(호주):
지구상에서 가장 큰 골프 코스는 서호주에서 남호주를 거치는 전장 1365km의 눌라보 링크스다. 한 홀에서 라운드를 마친 다음 다른 읍내까지 차를 타고 가서 다음 홀을 라운드하는 개념이다. 노천 광산인 수퍼피트와 아웃백으로 유명한 칼굴리에서 남호주의 세도나까지 골프 코스가 펼쳐진다. 18개 읍내에 위치한 홀을 라운드 하는 파73 코스로 다 돌아보는데 일주일은 족히 걸린다. 그린피는 50호주달러(약 5만원)이고, 실제 눌라보 링크스의 총 전장은 6747야드에 불과하다. 홀마다 떨어져 있으니 코스 관리란 게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인조 잔디로 티잉 그라운드를 만들었고, 그린만 잔디거나 아예 인조그린을 조성했다. 어떤 곳은 사막골프처럼 아스팔트 찌꺼기로 굳혀 만든 브라운을 그린으로 쓰는 홀도 있다.

호주의 눌라보 링크스는 서호주에서 남호주를 거치는 전장 1365km에 걸쳐 있다.


화산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500km 거리의 옛 수도 족자카르타에는 세계문화유산인 보르부드르 불교사원과 프람바난 힌두교 사원이 있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두 사원은 주변에 위치한 해발 3000m 므라피 화산의 분출로 인해 수세기 동안 화산재에 묻혀 있다 19세기 초 발견됐다. 므라피 화산은 지금도 종종 분출하는 활화산이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8km 거리의 해발 800m 지점에 므라피골프클럽(파72, 6488m)이 조성됐다. 1994년 개장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2010년 화산 폭발로 불에 탄 소나무를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골프장을 조성하는 중에도 소규모 폭발이 있어 10, 17번 홀이 재로 뒤덮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화산에 근접해 있다 보니 방공호와 함께 긴급 대피시설(오두막)이 코스를 크게 돌며 조성돼 있다. 골프 홀도 화산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좌우로 오가도록 설계돼 있다. 여차하면 가로질러 내려가라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므라피골프클럽은 화산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좌우로 오가도록 설계돼 있다.


두 나라 국경에 접한 골프장(스웨덴·핀란드):
핀란드와 스웨덴을 가르는 국경 지대 보스니아만 끝에 토르네 강이 흐른다. 핀란드에서 토로네 강을 따라 조성된 핀란드 마을은 강 이름을 딴 토리니오이고, 스웨덴에서는 하파란다이다. 국경을 맞댄 두 마을은 오랜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1995년 유럽연합 창설을 계기로 합병까지 논의하기로 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예전부터 살아왔는데 굳이 합병할 게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하필이면 그곳에 골프장이 생겼으니 그린존(Green Zone)이자 토르니오(Tornio) 골프클럽(파73 6322야드)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양국국경에 걸쳐 있다. 코스는 핀란드에서 시작한다. 4개 홀이 국경에 걸쳐 있고, 6개의 그린은 핀란드, 11개의 그린은 스웨덴에 속하고 그린 하나는 두 나라에 모두 속해 있다. 스웨덴은 자국의 화폐 크로나를 쓰지만, 여기서는 유로화로 그린피를 낼 수 있다. 이 골프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위도(북위 61도51분)다. 북극권에 가깝기 때문에 백야가 한창인 여름에는 새벽 2시에도 티오프가 가능해 종종 90홀 마라톤 골프대회도 열린다. 더 특이한 건 두 나라가 가진 한 시간의 표준 시차다. 예컨대 파3 6번 홀의 스웨덴령에서 티샷을 하고 그린에 올라가면 라운드하기 한 시간 전(핀란드령 그린)으로 돌아가 있을 수 있다.

토르니오골프클럽은 스웨덴과 핀란드에 걸쳐 있다. 6번 홀의 왼쪽은 핀란드, 오른쪽은 스웨덴에 있는 그린이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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