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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등 상권 | 서울 서래마을] 10대부터 60대까지 고른 씀씀이

[대한민국 1등 상권 | 서울 서래마을] 10대부터 60대까지 고른 씀씀이

1980년대만 해도 논밭이 있던 작은 시골 마을. 마을 앞 개울이 서리서리 굽이쳐 흐른다고 해서 서래마을로 불렸던 곳. 이 마을이 바로 서울의 대표 고급 주거지로 자리매김한 서초구 반포4동 일대 서래마을이다. 서래마을은 서울의 대표적 고급 주거지인 동시에 손꼽히는 고급 상권이 형성된 곳이다. 단지 고급화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서래마을 상권은 평균 이용금액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2위인 경기도 의정부역 상권에 비해 2.4배나 많았다. 평균 이용회원 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카드 사용 실적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지난해 실적을 보면 2013년 대비 1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가맹점도 129% 늘었고 이용회원 수도 150% 증가했다. 특히 40대 여성이 서래마을 상권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여성의 매출액 최다 지역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사랑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인기 셰프가 운영하는 정통 레스토랑, 고급 술집 등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덕분이다.

 시골 마을에서 프랑스 마을로
논밭이 있던 시골이었던 서래마을이 확 바뀌기 시작한 건 1985년. 당시 서울 한남동에 있던 서울프랑스학교가 옮겨 오면서부터다. 이 학교 주변으로 프랑스인이 이주하기 시작했고, 이들 대상의 고급 주택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지금의 서래마을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서래마을은 프랑스인이 많이 살아 일명 ‘프랑스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서래마을은 이수교차로에서 방배중학교까지 올라가는 작은 도로 ‘서래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반포4동부터 방배동에 걸쳐 있다. 서래마을의 고급 주택에는 기업인은 물론 정·재계 인사, 인기 연예인이 많이 산다. 이처럼 소비력이 높은 사람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레 서래마을 상권은 고급화하기 시작했다.

서래마을 상권은 사평대로에서 방배중학교를 잇는 서래로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왕복 2차선 서래로변과 그 이면지역이 상권 범위다. 상권 형성 초기인 2000년대부터 고소득 수요층과 프랑스인 등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이국적이고 독특한 외형의 카페·레스토랑·음식점·주점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특색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젊은층은 물론 노년층까지 고루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서래마을 상권은 강남권의 또 다른 골목상권인 가로수길보다 작지만 배후 수요층이 탄탄하다는 게 장점이다.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가 높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식점 등 고급 음식점이 많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서래마을은 프랑스 문화마을 특성상 고급 레스토랑, 와인점포 등이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서래마을 상권은 고급 카페거리로 유명하지만 주요 이용객은 여전히 지역 주민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이나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버스를 타면 이동할 수 있지만 지하철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보니 인근 주민이 상권의 주요 수요층인 것이다. 서래로에서 10여 년째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장모 사장은 “서래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유입 인구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이 단골 주민에게서 발생한다”며 “대체로 주요 이용객의 70%는 거주민, 외부 유입 인구는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입 인구 덕에 상권은 계속 커지고 있다. 주택가와 상업 지역의 경계점이 점차 흐릿해지면서 상권의 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FR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대로변에서 3~4블록 들어간 곳까지 상권이 넓어지고 있다”며 “기존 노후화된 주택을 허물고 독특한 외관을 가진 상가 주택으로 신축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래마을 상권 인근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이라는 메가 상권이 자리 잡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넓게 뻗어있는 지하상가와 백화점 등에서 패션 상품 등 대부분의 쇼핑이 이뤄진다. 따라서 서래로를 중심으로 한 이면도로에는 주로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업종이 포진해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주 소비층 자체가 경기가 나빠졌다고 해서 지갑을 닫는 이들이 아니다”며 “음식업을 하더라도 한식·중식·이탈리아 요리 같은 ‘업종’보다 셰프의 ‘브랜드’가 더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상권 확대 가능성은 작아
이처럼 객단가가 높은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이다 보니 임대료가 비싸지 않음에도 일반 창업자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서래마을 상권의 임대료는 서울 강북권 상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남권에 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서래로변에 위치한 1~2층 전용면적 125㎡ 매장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세는 600만원대 수준이다. 사평대로와 서래로가 만나는 삼거리 코너 1~2층 205㎡ 매장은 보증금이 2억원대, 월세가 1000만원 대다. 권리금은 평균 1억~1억5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창업 비용이 많이 든다. 이곳에서 정통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하나를 오픈하는 데 대략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설명이다. 부자 고객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와 와인 리스트를 갖추는 데만 1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창업비용을 낮추기 위해 2층이나 골목에 자리 잡는 곳도 꽤 있다”며 “다만 단골 손님을 확보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자금을 넉넉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비 창업자라면 관심 있게 봐야 할 게 상권의 발전 가능성이다. 그런 면에서 서래마을은 상권 확대가 쉽지 않은 곳이다. 지하철역과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택가에 끼어 있어 공간적 확장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이태원을 대체할 외국인 상권으로 성장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권이 좁은 만큼 중복 경쟁 우려가 가장 큰 단점이다. 이곳에서 창업하려면 그만큼 점포 구성에서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정 고객을 확보하려면 베트남 쌀국수나 카레 등 중저가 메뉴 점포가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창업 전문가들은 “이미 점포 수가 넘쳐나는 이탈리아식 레스토랑, 일식점보다는 인도 전문음식점이나 전통차 카페 등 저가 메뉴를 내세우는 점포가 유망하다”며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하는 소형 점포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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