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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의 ‘돈 냄새’ 나는 역사

파나마의 ‘돈 냄새’ 나는 역사

파나마의 조세피난처 역사는 1919년 스탠더드 오일이 미국 내 세금과 규제를 피하도록 도우려 외국 선박의 등록을 받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사상 최대의 비밀 문건 유출로 꼽히는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세계의 지도자들과 유명인사가 숨겨 놓은 재산이 드러났다. 부자들이 비밀스런 역외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수법을 보여준다.

세계 4위 규모의 역외 서비스 제공업체인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1100만 건 이상의 문건이 유출됐다. 공동 창업자인 라몬 폰세카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해킹 공격을 받았으며 이번 정보 유출을 가리켜 “국제적인 프라이버시 침해 캠페인”으로 불렀다(로이터 보도).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 사이에 자리 잡은 파나마는 대서양과 태평양에 모두 접해 있으며 면적이 약 7만6000㎢에 달한다. 파나마는 아름다운 산세, 햇빛 찬란한 카리브해 해안선, 그리고 현대적이고 활기 넘치는 수도 등 천혜의 환경으로 관광산업이 발달했지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20세기 최대 건설공학의 진수로 꼽히는 파나마 운하를 품고 있다. 그리고 금융 비밀주의와 제로에 가까운 세율 덕분에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로 꼽히기도 한다.

엄격한 금융관련법과 규제가 소국 파나마를 가장 확고한 기반을 가진 조세피난처 중 하나로 탈바꿈시켰다. 파나마 외부에서 올린 소득은 모두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속지 기준 과세체계(territorial tax system)를 따른다. 이 같은 역외 소득에 대한 제로 과세 정책은 현지인뿐 아니라 파나마 기업에도 적용된다. 또한 기업과 개인 금융 개인정보 보호법을 폭넓게 적용한다. 역외금융, 제조업, 해운 선박등록으로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한다.미국 인터넷 매체 바이스의 켄 실버스타인 기자는 2014년 미국의 도움으로 파나마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조사했다. “190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정부는 콜롬비아를 윽박질러 파나마 지방을 국가로 만들었다”고 실버스타인 기자는 썼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여러 금융그룹의 요청에 따라 움직였다. 그중에서도 J P 모건은 파나마의 공식 ‘재정대행사’로 선정돼 미국이 원조한 1000만 달러를 관리했다.”

영국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니컬러스 색슨은 2012년 저서 ‘보물섬(Treasure Islands: Tax Havens and the Men who Stole the World, 부키 펴냄)’에서 파나마에 대한 미국의 영향을 한층 더 깊이 파고든다. “파나마의 조세피난처 역사는 1919년 스탠더드 오일이 미국의 세금과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외국 선박의 등록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1927년 월스트리트 관련 기업들의 도움으로 느슨한 회사 설립법을 도입하면서 역외금융이 시작됐다. 누구든지 익명으로 세금을 물지 않고 회사를 창업할 수 있게 했다.”

파나마의 조세피난처 지위는 1970년대 한 단계 격상됐다. 조세 피난처의 표준 금융 비밀주의 모델에 따라 환율통제를 폐지하고 면세 기업들을 설립했다. 기본적으로 파나마는 제2의 스위스가 된 셈이었다.

2003년 유럽연합 저축과세법(European Union Savings Directive)이 처음 발의된 이후 파나마 그리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같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 법은 2005년 법제화됐다. 개인이 탈세 목적으로 이익을 해외로 빼돌릴 수 없도록 막으려는 취지였다. 거주 국가 밖에서 저축 소득을 올리는 재류 외국인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었다. 그에 따라 유럽 이외 지역에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빈곤은 감소했지만 파나마는 여전히 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코카인의 중계지라는 이미지 탈피로부터 돈세탁과 사회적 격차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파나마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도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수도는 신축 고층빌딩과 최첨단 인프라로 번쩍거리지만 빈부격차는 중남미에서 가장 심한 편이다. 토착 원주민 주거지역에선 빈곤율이 70%를 넘는다.

- 리디아 스미스 IBTIM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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