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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비밀정보 유출 7

세상을 뒤흔든 비밀정보 유출 7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의 공개는 ‘유례 없는’ 규모의 민감한 정보 유출이다.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2.6테라바이트(TB) 분량에 1100만 건 이상의 비밀 문건으로 이뤄진다. 돈세탁과 탈세 수법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담겨 있다.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차이퉁이 먼저 폭로한 뒤 전 세계 100여 개 언론매체가 공유했다. 세계 지도자들부터 축구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자산가와 권력자가 잠재적으로 연루된 이 유출 문서는 세상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그러나 그와 같은 비밀정보의 대규모 유출은 오래 전부터 기성체제에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IB타임스는 지난 10년 사이 민감한 정보의 대규모 유출 사례 일부를 돌아본다.
 감시체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 그리고 영국 정보통신본부 등의 첩보기관들이 사용하는 방대한 감시 시스템에 관한 다수의 기밀 파일을 유출시켰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전 계약직원 출신 내부고발자였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그리고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등의 첩보기관들이 사용하는 방대한 감시 시스템에 관한 다수의 기밀 파일을 유출시켰다. 스노든은 곧바로 홍콩으로 피신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들, 영화제작자 로라 포이트라스와 접촉했다. 이들은 제각각 계속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꼼꼼하게 기록했다. 스노든은 갈수록 더 파괴력 있는 뉴스를 터뜨리면서 프리즘과 엑스키스코어 등의 감시 프로그램을 사실상 혼자 힘으로 노출시켰다. 두 스파이 프로그램 모두 영장 없이 대규모의 통신 데이터를 불법 수집하고 있었다.

그 밖에 미국 첩보당국이 외국 정상들을 어떻게 도청했는지, 그리고 암호화 프로토콜을 해독하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NSA와 GCHQ 간의 긴밀한 관계 등이 밝혀졌다. 문건 유출의 여파로 스노든은 러시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그가 재빨리 세계 각지로 도피해 다니는 동안 미국이 그의 여권을 취소한 뒤였다. 망명자 신분으로 아직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스노든은 현재 트위터 활동에 열성을 보이며 보안 관련 토론과 회의에 주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외교적 악몽, 케이블게이트
미군은 분쟁지역에서 암살 표적의 공격과 군사첩보 수집 목적으로 리퍼 무인기를 자주 띄웠다.
현재 케이블게이트로 불리는 25만 건 이상의 미국 극비 외교 문건 유출은 2010년 11월 28일 시작됐다. 전 세계 대사관과 외교 공관에서 미국 국무부로 보낸 비밀 정부 문건 묶음을 위키리크스가 공개하면서부터다. 위키리크스는 그 전문을 누구나 열람하면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포맷으로 공개했다. 25만1287건의 기록이 담겨 있던 그 전문을 당시 군인이던 첼시 매닝이 입수했다. 그녀는 나중에 데이터 유출에 가담한 죄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분석에 따르면 그 전문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들에 대한 미국 대사관 직원의 신랄한 비평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그런 데이터의 유출로 우호관계의 형식이 붕괴되면서 미국 정부가 당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문서 유출 후 백악관은 한 성명에서 “위키리크스는 극비문서를 빼돌려 공개함으로써 인권의 대의명분뿐 아니라 이들 개인의 삶과 일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록
역시 위키리크스, 가디언, 뉴욕타임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참여하는 협력 취재 프로젝트인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Afghanistan War Logs) 폭로에선 2004년 1월~2009년 12월 사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 작전 실태를 여과 없이 상세하게 묘사한 9만 건 이상의 기록과 정보 보고서가 공개됐다. 당시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는 1971년 유출된 유명한 펜타곤 페이퍼스(국방부 비밀문서)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시 중에 이만한 규모의 공개를 한 적은 없는 듯하다”며 “가장 가까운 예는 아마도 1970년대 대니얼 엘스버그가 약 1만 건의 문건을 공개한 국방부 문서 유출이지만 그것은 공개 당시 이미 4년이 지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케이블게이트’ 유출과 마찬가지로 백악관은 비밀문서 유출에 놀라고 당황한 듯했다. “미국인들, 미국의 파트너들, 우리와 협력하는 현지 주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이 같은 문서를 공개하면서 미국 정부와 접촉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무인기 문서
영국 해군 특기병 윌리엄 맥닐리는 트라이던트 핵 잠수함에서의 안전 불감증을 폭로하는 문서를 공개했다.
일정 부분 스노든의 영향을 받은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출범시킨 온라인 매체 ‘더 인터셉트’의 심층 보도는 정보계 내 정체불명의 출처에서 유출된 다수의 기밀 문서를 토대로 했다. 무인기 관련 문건에는 미국 무인기 프로그램에 대한 2013년 조사 보고서 서류들이 포함됐다. 그 조사에 근거해 다수의 주요 인권단체들이 테러범들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무인기 공격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셉트에 따르면 비밀문서는 2011~2013년 미군의 ‘살해·생포 작전’의 내부 실상을 묘사했다. 이 사건 후 에드워드 스노든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일반 시민의 놀라운 용기를 보여준 행동이다. 미국의 한 평범한 시민이 언어도단의 거짓을 파헤치는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다. 훗날 오늘을 돌아보면 올해 국가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트라이던트 내부고발자 폭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태생의 영국 해군 특기병 윌리엄 맥닐리가 내부고발자로 변신해 지난해 18쪽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사일과 탄두를 보유하며 스코틀랜드의 한 기지에서 통제되는 트라이던트 핵 잠수 함대에서 드러난 일련의 안전 불감증을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맥닐리는 기지 보안을 가리켜 “사고가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실상 그대로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보안증을 확인하지 않고, 미사일 안전 발사를 위한 점검을 하지 않고, 화재가 우려되는 다수의 현장 상황에 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9·11 테러 후 공항 보안을 거쳤다면 요즘 보안점검이 얼마나 철저한지 알 것”이라며 “공항 보안과 핵무기 보안을 수용소에 비교한다면 공항은 철통 감옥 알카트라즈, 기지 보안은 가택연금 수준”이라고 장문의 보고서에 썼다. 맥닐리는 잠시 도망 다닌 뒤 결국 군 당국에 자수했으며 소동이 가라앉은 뒤 해군에서 전역 조치됐다.
 사이언톨로지 교회
사이언톨로지교 측 변호사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에서 내리도록 위키리크스에 압력을 넣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가 관련된 또 다른 데이터 유출에서 2008년 신원미상의 소식통이 612쪽짜리 “사이언톨로지교 비밀 ‘성경’ 수집자료”를 넘겨줬다. 많은 비판을 받는 그 종교단체 내부의 자세한 사정 이야기가 담겼다. 파일은 그 단체 회원들이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다수의 ‘단계’를 노출시켰다. 그 콘텐트는 대부분 설립자 L 롭 허바드가 작성했다고 전해진다. 사이언톨로지교 측 변호사들이 그 정보를 내리도록 위키리크스에 압력을 넣으려 했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회 측에서 내게 사설 탐정을 붙이고 소송을 걸려 했다”고 어산지가 자료 유출 후 말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사이언톨로지교 최초의 실패 중 하나였다. 이것은 정말 대중 앞에서 그들이 벌이는 사기의 실체를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소송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힘을 불어넣었다.”
 애슐리 매디슨 데이터베이스
자칭 기혼자 불륜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 기록 수백만 건의 유출은 해커가 대신 악의를 갖고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줬다.
지난해는 기록적인 데이터 유출과 사이버 공격이 발생한 시기였다. 그러나 어느 것도 자칭 기혼자 불륜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 기록 수백만 건의 유출만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임팩트 팀’이라는 해킹 그룹이 그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60GB 이상의 데이터를 빼돌린 뒤 비밀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온라인에 유출되기 시작했다.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회원임이 공개돼 망신당할까 우려하는 많은 기혼자를 벌벌 떨게 만들었다.

초기 공격과 함께 올린 메시지에서 해커들은 애슐리 매디슨 모기업인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ALM)’의 상당수 ‘기만적인’ 관행을 비난했다. 대표적으로 유료이면서도 불완전한 개인정보 삭제 기능을 지적했다. “우리는 사기와 기만, ALM과 그 구성원들의 어리석음을 보여줬다. 이젠 모두가 그들의 데이터를 보게 됐다. ALM에는 안 됐지만 그들은 비밀 보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경고문에 썼다. 여기 소개한 정보 유출은 대부분 공익을 위한 정보 유출을 지향했지만 애슐리 매디슨 공격은 해커가 대신 악의를 갖고 행동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줬다.

해마다 대규모 데이터 유출이 너무 많이 발생해 모든 것을 한자리에 수록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다른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는 위키리크스 ‘글로벌 정보 파일’, 금융 대기업 HSBC 정보 유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개인 이메일 공개, 최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 명부라는 리스트 유출 또는 해킹 팀에서 비롯된 공개 등이 있다.

- 제이슨 머독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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