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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엔 거대 제국 건설한 아마존] 탄탄한 물류망 바탕으로 승승장구

[20년 만엔 거대 제국 건설한 아마존] 탄탄한 물류망 바탕으로 승승장구

국경 없는 ‘아마존 제국’을 건설 중인 창업자 겸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3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4년 문을 연 아마존은 지난해 1070억 달러(약 13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이다. 1월 28일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는 결산과 동시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20년 전 차를 직접 운전해 우체국에 짐을 가지고 갔다. 언젠가 지게차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 베조스가 감개무량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늘날 아마존은 연간 3억 명이 이용하고, 40억 개의 물품을 취급하는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7월엔 시가총액 순위에서 미국의 대형 소매 업체인 월마트를 앞질렀다. 월마트는 지난해 4856억 달러(약 584조원)의 매출을 올린 ‘소매의 왕’이다. 아마존이 그런 월마트를 역전했다는 것은 유통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 통신판매로 라이벌을 압도하는 아마존은 요즘 그야말로 무적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며 아마존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순조롭게 성장을 거듭하는 아마존이지만 이익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베조스의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한다. 1997년 아마존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을 당시 베조스는 주주들에게 ‘이 모든 것은 장기적인 가치를 위한 것’이며 단기적인 이익을 좇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장래를 위해 거액을 투자한다. 회사의 심장부인 물류와 IT 시스템에 상당한 금액을 쏟아 부으며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소매의 왕’ 월마트 시가총액 앞질러
비즈니스 영역도 넓히고 있다. 2007년 전자책 리더기 ‘킨들(kindle)’ 출시를 계기로 자사 단말기를 개발하는 콘텐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엔 동영상 무제한 시청 서비스, 2014년엔 음악 무제한 감상 서비스를 출시했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아마존 스튜디오’에서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베조스는 지난해 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아마존의 성장은 연회비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이 이끌어 왔다. 2005년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세계 8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프라임 회원으로 등록하면 특급 배송과 도착 일시 지정 배송 등 편리한 서비스와 주문한 상품을 1시간 내에 전달받는 ‘프라임나우’를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특전으로 꾸준히 회원을 늘려왔다.

프라임 회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과 가격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99달러(약 12만원), 영국은 79파운드(약 13만 5000원)다. 일본에선 200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연회비는 3900엔(약 4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본 프라임 사업을 총괄하는 이치가와 토모키 프라임딜리버리 사업본부장은 “지난해 TV광고를 포함해 전에 없던 대규모 마케팅 투자를 집행했다”며 “프라임 회원 추가 모집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회원 유치에 힘을 쏟는 단계로 당분간 연회비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2015년 전 세계 프라임 회원 수는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이 중 일본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일본의 회원 수는 600만명으로 추정된다.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도쿄 메구로구에 있는 아마존 재팬 본사 근처 메구로가조엔에서 성대한 모임이 있었다. 2000년 11월 1일 일본 시장에 진출한 아마존 재팬의 탄생 1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일본의 유명 여가수도 초청해 모임 내내 흥이 넘쳤다. ‘올 핸즈 미팅(All Hands Meeting)’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6개월에 한번 열린다. 이번 행사엔 1000여 명의 직원이 참가했다.

이번 취재에서는 지금까지 종업원 수조차 분명하지 않았던 아마존 재팬의 직원 수가 밝혀졌다. 정직원 수만 3500명(15년 말). 최근 활발하게 채용을 실시하며 지난해 하반기에만 추가로 5000명이 아마존 사단에 합류했다. 이러한 직원 수 증가는 아마존 재팬의 기세를 잘 말해준다. 아마존 재팬의 2015년 매출은 1조엔에 달한다. 2011년 5240억엔 규모에서 2배로 증가했다. 일본의 소매업계에서 1조엔이란 편의점(세븐일레븐) 4166개 점포, 이온(대형 복합쇼핑몰) 184개 점포의 매출과 맞먹는 엄청난 수치다.
 편의점 4166개 집어 삼킨 아마존 재팬의 기세
이러한 급성장의 비결은 물류망 확대다. 아마존 재팬의 배송 지역 인구 소화율은 익일 배송까지 포함해 95%에 달한다. 일본 어디에 있더라도 대부분 지역에서 아마존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이 일본에서 연간 취급하는 물품 수는 4억개 정도로 이는 일본우편(Japan Post)의 택배 서비스 ‘유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과거 라쿠텐의 물류사업을 총괄 담당했던 물류 벤처기업 그라운드(GROUND)의 미야타 히라토모 사장은 “아마존은 수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효율적인 구조로 돼 있어 전 세계의 물류 거점이 이를 표준으로 삼는다”고 칭찬한다. 아마존에게 있어 물류란 생명선과 같다. 최근 눈부신 진화를 이뤘다. 현재 아마존은 일본 내에 13개 대형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 지난해 부터는 프라임나우 전용 소형 센터 4곳을 열었다. 덕분에 지난해 11월부터 프라임나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러 물류 관계자의 정보에 따르면, 아마존은 새로운 거대 물류센터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쿠텐 본사 바로 옆에 있는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다카쓰구에지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부터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가나가와현 오다와라 물류센터보다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한 가지의 성장 비결은 다양한 상품군이다. 아마존은 일본에서 2억 개 정도의 제품군을 취급하고 있는데 이는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만의 독자 서비스 중엔 편의점 제품 수령(2008년), 중고차 판매(2014년), 리폼 서비스(2015년), 아마존 소믈리에(2016년 2월) 등이 있다. 전부 미국 본사나 다른 현지법인에서는 실시하지 않는 서비스다. 아마존 소믈리에를 예로 들어보자. 사용자가 와인 상품 페이지에서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아마존 재팬과 계약한 소믈리에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소믈리에가 모임의 성격이나 상황에 맞춰 와인을 골라주면 그 상품을 구입하는 식이다.

기업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발표한 리폼 사업은 세키스이하우스, 다이와하우스리폼, 더스킨과 협업했다. “수년동안 검토해왔다. 우리로서는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제휴 기업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이프&레저 사업본부 와타나베 아케미 총괄사업본부장). 가전판매를 담당하는 하드라인 사업본부의 와타나베 카즈후미 사업부문장은 “생산이 중단된 가전제품을 아마존 브랜드로 부활시키는 등 다양한 연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전매장에서는 신제품만 진열하지만 아마존은 구형 모델도 업체를 통해 사들여 판매한다고 한다.

아마존은 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판형 모델’을 채용하고, 다양한 상품과 물류로 차별화를 도모해왔다.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는 이러한 구조를 외부사업에도 활용한 것이다.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판매업자가 아마존 사이트에 출품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 마켓플레이스도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5년 말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일본은 18만3000명) 규모의 판매업자가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2015년 아마존 전체 물품 판매 개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7%에 달했다. 아마존은 판매업자에게 물류 인프라를 제공한다. 상품 재고를 아마존 물류센터에 보관해두었다가 대신 배송까지 해주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Fulfillment By Amazon)’을 사용하면 다음날에는 상품이 도착하는 ‘특급배송’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 판매업자로서는 주문 관리부터 배송까지 아마존이 대행하므로 수고를 더는 이점이 크다. 2015년에 FBA로 배송된 상품은 10억 개가 넘는다.

FBA와 더불어 최대 5000만엔(이율 2.4~14.9%)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아마존 렌딩(Amazon lending)’도 활용 중이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으려면 3년 동안의 결산서가 필요하다. 아마존 렌딩은 1년 간의 출품 실적이 있으면 융자가 가능해 다소 금리가 높아도 도움이 된다.”(마츠모토나오야 이사).
 베조스의 신조 ‘Still Day One(항상 첫걸음)’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비즈니스에도 활용한다. ‘아마존 웹서비스(A WS: Amazon Web Services)’는 자사의 거대한 서버와 시스템을 타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한다. 2002년 서비스 개시 이후, 데이터 센터와 기술개발을 위한 선행투자를 계속한 탓에 돈만 갉아먹는 사업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지금은 대접이 다르다. 클라우드 사업은 아마존 2015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밖에 안 되지만 영업이익은 41%를 차지한다. AWS는 한창 성장세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무려 51차례의 가격 인하를 실시하며 라이벌을 따돌리고 견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베조스는 아마존 프라임, 마켓플레이스, AWS에 대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고 수익 기대가 높은 사업이다.” ‘Still Day One(항상 첫걸음)’ 창업 20년이 지났지만 베조스는 항상 이말을 되뇐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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