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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하루에 34차례나…”

“지진이 하루에 34차례나…”

오클라호마 주 스파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주택이 무너졌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 로건 카운티의 코일 마을에 사는 재키 딜(65)은 집에 관해 이야기할 땐 눈물을 참지 못한다. 그녀는 남편 곁에서 훌쩍이며 “우린 너무도 무력하고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용기를 내려 하지만 가슴이 무너진다. 지난해는 진짜 지독했다. 매일 숨을 죽이고 살았다.”

거센 토네이도로 유명한 오클라호마 주에선 돌이나 벽돌로 지은 집에 살면 바람으로부터는 안전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진이 나면 아주 위험하다. 돌과 회반죽으로 지은 단층짜리 농가에서 개 5마리와 함께 사는 딜 부부는 지진으로 매일 몸서리친다. 재키 딜은 “매년 지진이 더 잦고 강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지진이 하루 동안 34차례나 발생했다. 언제 지진이 오는지 알 수 있다. 땅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나고 개들이 울부짖는다. 땅이 갈라지고 모래 위에 지은 우리 집의 기초가 주저앉는다.”

지진으로 딜 부부의 집 토대와 벽, 창문과 문틀, 배관이 무너지고 틀어지며 파손됐다. 지난해 11월 규모 4.4의 지진으로 서까래가 휘어지고 앞쪽 베란다가 쪼개졌다. 집의 한쪽 모퉁이는 지표면 아래로 내려앉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2006년 딜 부부는 인구 300여 명인 시골 마을 코일로 이사했다. 처음엔 그들도 지진을 몰랐다. 그러다가 2008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석유·천연가스 채굴업자들이 로건 카운티로 몰려들었다. 딜 부부는 소음과 공해를 걱정했다. 길 아래 800m 떨어진 곳이 땅을 뚫는 석유 굴착기 소리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지만 지진은 생각도 못했다.

재키 딜은 최근 동네 건축업자에게 집의 파손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그가 ‘유감이네요’라며 내 손을 잡았다”고 돌이켰다. “피해 산정 액수가 집 가격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딜 부부는 지진 보험도 들지 않았다. 여윳돈이 없어 집 수리는 꿈도 못 꾼다. “혹시 돈을 구해 수리한다고 해도 다시 지진이 덮치면 무슨 소용인가?”

오클라호마 주에서도 로건 카운티가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2012년부터 그곳에서 땅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그 이래 재키 딜은 지진 발생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동안 코일 마을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20차례 이상 발생했고, 더 작은 규모의 진동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매년 지진의 빈도와 강도가 강해졌다.

오클라호마 주에서 석유·천연가스 채굴업자들은 수압파쇄법을 사용한다. 화학약품이 섞인 액체와 엄청난 양의 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암반을 깨는 시추법으로 지진 활동을 촉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4월 오클라호마대학(노먼 캠퍼스)의 주립 지질조사국은 다음과 같은 발표로 주민을 놀라게 했다. “오클라호마 주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 발생 횟수가 2008년 이전의 연간 1.5회에서 현재 하루 평균 2.5회로 급증했다. 역사적 평균의 약 600배다. 특히 최근 지진의 대부분은 석유·천연가스 산업의 영향으로 발생했다.”

오클라호마 주 스틸워터의 민주당 주의원 코리 윌리엄스는 그처럼 충격적인 경고에도 주의회와 메리 폴린 주지사(공화당)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스틸워터는 지난 2월 규모 5.1(오클라호마 주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코일에서 30여㎞ 떨어진 곳에 사는 윌리엄스 의원은 오클라호마 주민의 3분의 1이 지진의 영향권 안에 거주한다고 추정하며 “그럼에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쏟아지고 큰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정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 3년 전부터 수압파쇄법 사용의 중단을 촉구했지만 주의회는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불리한 법안을 통과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업계 최대의 이익단체인 오클라호마 독립석유협회(OIPA)는 아직도 에너지 업체의 채굴 방식과 지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며 추가적인 조사를 요구한다.

오클라호마 주 지진 공청회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스틸워터 주민 앤젤라 스폿츠.
한편 지난 3월 28일 미국 연방 지질조사소(USGS)는 연례 지진 위험 예보를 발표했다. 이번엔 처음으로 인위적으로 유도된 지진까지 포함시켰다. “미국 중부와 동부의 많은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지진은 폐수 처리가 주된 원인이었다.”

오클라호마 주는 석유·천연가스 채굴 역사가 1세기가 넘는다. 193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고의 석유 생산지 중 하나였고, 2014년엔 사반 세기만에 최고 생산량을 기록했다. 윌리엄스 의원은 “주민과 석유·천연가스 산업이 함께 성장했다”고 비유했다. “따라서 우리는 위험이 아무리 커도 참아내려 한다. 우리는 변호사를 좋아하지 않지만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이곳의 지진을 줄이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주민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법적 투쟁뿐이다.”

지난해 오클라호마 주 최고법원은 재산 손실이나 부상에 의한 피해와 관련해 에너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부상 사례는 많지만 사망자는 아직 없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오클라호마 주법에 따르면 에너지 회사를 고소하는 주민은 패소할 경우 그 회사의 법적 비용까지 전부 부담해야 한다. 그 때문에 딜 부부 같은 사람들은 소송은 생각지도 못한다. 재키 딜은 “우리 집은 똥값이 됐지만 고소할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패소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오클라호마 주법이 가난한 주민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는 얘기다.

환경운동단체 시에라 클럽의 오클라호마시티 지부가 제기한 소송은 그와 다른 전략을 취한다. 주법에 따른 피해 보상보다 지진을 막기 위해 연방법에 의한 판사의 금지명령구제(일종의 가처분)를 추진한다. 4개 주요 에너지 업체(체사피크 에너지, 뉴 도미니언, 데본 에너지, 샌드리지 익스플로레이션 앤 프로덕션)가 연방 폐기물 관리법을 위반해 오클라호마 주민과 환경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다.

워싱턴DC 소재 비영리 법률단체 ‘공공정의’의 리처드 웹스터 선임변호사는 “피해 보상 소송은 현 상황과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규모 지진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취한다.” 수문지질학을 공부한 그는 자신이 맡은 건이 미국에서 지진 방지를 목적으로 제기된 최초의 소송이라고 말했다.

USGS에 따르면 지난해 오클라호마 주는 지진 활동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였다. 6000건 이상이 발생했으며 그중 약 1000건은 규모 3.0 이상이었다. 지진의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오클라호마 주의 지진은 인위적으로 유발되기 때문에 조치만 취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USGS의 지질물리학자 대니얼 맥나마라가 설명했다.

그는 “이런 지진 활동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 횟수가 이처럼 급증한 전례가 없다. 오클라호마 주의 경우 석유·천연가서 산업이 지하에서 고압력으로 분사하는 폐수와 분명히 관련 있다.” 그는 수압파쇄법 채굴을 즉시 중단한다고 해도 지진이 가라앉으려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시에라 클럽 오클라호마 시티 지부의 대표 존슨 브리지워터는 도심에도 지진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진이 많이 발생해도 사망자가 없다는 게 놀랍다.”

수압파쇄법에서 가장 큰 피해는 지하에서 암반 파쇄에 사용된 독성 지하수를 엄청난 양으로 뽑아내면서 시작된다. 오클라호마 주립 지질조사국의 수문지질학자 카일 머레이에 따르면 석유 1배럴 당 그런 폐수가 12∼50배럴 방출된다. 오염된 지하수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추출되면 그 지하수는 지하 깊이 뚫린 폐수처리정을 통해 땅속으로 다시 주입된다. 이 과정이 수억 년 동안 잠자던 지하 단층의 지진 활동을 촉발한다.오클라호마 주 중부와 중서북부에서 최근 폐수처리정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머레이 연구원은 2012년 이래 수집한 데이터를 인용하며 그 지역의 지진이 가장 심했다고 지적했다. “폐수의 양을 줄여야 한다. 아주 더러운 물이다. 우리는 그런 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있다. 그 폐수를 정화할 수 있다면 지표면으로 흘려보내 단층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클라호마 주에서 최근 자주 발생하는 지진은 석유·천연가스 업체의 수압파쇄 기술 사용과 관련 있다.
오클라호마 주 석유·천연가스 산업 감시단체 오클라호마기업위원회(OCC)는 최근 에너지 업체들에 지질 취약 지역의 지하에 폐수를 주입하는 양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또 OCC는 쿠싱의 폐수처리정을 폐쇄했다. 쿠싱은 세계 최대 내륙 석유 저장·파이프라인 시설이 있는 곳으로 지난해 규모 4.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해 국토안보부에 비상이 걸렸다. 쿠싱의 인프라가 국가안보에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OCC 대변인 매트 스키너는 “오염 수준을 관리하듯이 지진 증가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시에라 클럽의 소송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에너지 업체들이 지하에 주입하는 폐수 양을 즉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독립적인 지진 관측·예측 센터를 설립하고 주 정부에 보고되는 폐수 주입 데이터를 확인하는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라는 법정 명령을 원한다. 윌리엄스 의원에 따르면 그 데이터는 현재 업체들이 연도별로 직접 신고하기 때문에 내용이 부실하며 왜곡될 소지가 있다.

두 자녀를 둔 그는 “이곳에 계속 남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투쟁을 한다는 게 아주 무책임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토네이도는 예보를 통해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은 사전 대비가 불가능하다.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너무 불안하다. 침대에 누워 이번엔 진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대수롭지 않은 듯 찾아온다.”

그래도 한 가지 안도할 이유가 있다. 최근의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채굴 활동이 줄었다. 윌리엄스 의원은 “그나마 세계경제가 우리를 살렸다”고 말했다. “유가가 배럴 당 75달러에 머물렀다면 이곳에 끔찍한 비극이 찾아오는 건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 리 맥그래스 굿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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