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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4개 주가 만든다

미국 대통령은 4개 주가 만든다

어느 당도 선호하지 않는 플로리다·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 등 4개의 스윙 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성패 달려 있어
한국과 미국은 모두 대통령 중심제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직접선거제이고 미국은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선거인단이 투표로 결정하는 간접선거제다. 간접선거제의 태동과 변천사 등을 이 지면에서 전부 다룰 수는 없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미국 대선에서는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있고 일반적으로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 중 최소 270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자가 승리한다.

538명 선거인단 수는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배분된 최소 3명에서 최대 55명의 선거인단의 총 합계를 말한다. 각 주에는 연방 상원의원 2명과 인구비례에 따른 하원의원 수가 배정된다.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수를 합하면 그 주의 선거인단 수가 된다. 예를 들어,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53명인 캘리포니아 주에는 55명 선거인단이 있다.

그리고 4년마다 있는 선거날 각 주에서 유권자의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메인과 뉴햄프셔 주만 예외다). 1990년대 대선 이후의 선거 결과들을 보면 보수적인 남부(텍사스 등)와 중부(캔사스 등)의 주들은 대부분 공화당이 가져가고 서부(캘리포니아 등)와 북동부(뉴욕 등)의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가 다수인 주들은 민주당으로 가곤 했다. 결국 대선 결과는 어느 당도 선호하지 않아 매번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5~10곳의 스윙(Swing) 주들을 어느 후보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중에서도 인구가 많아 선거인단이 몰려 있는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4개의 주가 핵심 결전지역이다.

이 중에서도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주가 가장 중요하다. 2016년 대선에서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중 누가 이 두 곳을 가져가는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해 대부분의 스윙 주들을 쓸어 담으면 예외겠지만 올해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것 같지는 않다.미국의 이 같은 간접선거 제도 때문에 전당대회 및 후보 선출을 한 8월 초이후부터 11월 초까지 약 4개월 본선 기간에는 후보들이 5~10개의 스윙 주들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고 미디어 홍보 및 조직 선거 자금을 집행한다. 그래서 대통령 중심제의 본거지인 미국의 정치학계에서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몇 개 주의 표심에 맞춰 유세를 펼치는 것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하는 논란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 대선에서 대통령은 대부분 충북 충주와 경기도 수원 표심에서 당락이 결정되므로, 후보가 선거 전략과 유세를 이 두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예상이 매번 나온다고 상상해 보라.

미 대선 본선에서 가장 중요한 2곳의 스윙 주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주라면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주는 어디일까? 바로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다. 1972년부터 아이오와코커스(프라이머리와 더불어 경선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는 수개월 동안 치러지는 50여개 주 경선에서 가장 먼저 치뤄지는 선거다. 2016년 경선을 예로 들면 지난 2월 1일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가 각각 아이오와코커스에서 승리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과 거액 정치자금 후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아이오와 주에서 첫 번째 경선이 이뤄진다면, 두 번째는 통상 뉴햄프셔 주 오픈 프라이머리다. 뉴햄프셔 주에서는 아이오와 주와 달리 민주당이나 공화당 당적이 없더라도 누구나 투표할 수 있어 경선 초반에 민심이 중요한 풍향계 역할을 한다. 올해는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해 선거 돌풍의 시발점이 됐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스윙 주의 민심을 얻어야만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다.
결국 아이오와코커스와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에서 두 번 모두 또는 둘 중에 적어도 한 번은 승리한 사람이 각 당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된다. 이 같은 경선 일정이 채택된 1972년 이후 지난 44년간 두 번의 경선 모두 1등을 하지 못했는 데도 최종 대선 후보가 된 인물은 19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유일하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을 컴백 키드(Comeback kid)라고 부른다.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경선을 뒤집었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대선 본선에서 최종 결과를 거의 결정짓는 스윙 주들과 마찬가지로 경선 역시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가 중요하다 보니, 이 또한 미국 선거 제도의 맹점으로 부각되곤 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 경선은 일정 상 거의 맨 뒤에 포진돼 있어 대부분 최종 후보로 결정된 사람이 인사치레로 그곳에 간다고 봐야 한다.

민주주의와 대통령 중심제 선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본선과 경선에 약점과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대통령 선거의 역사와 변천 과정이 짧았던 대한민국에서야 시스템의 허점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가 다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필자는 글로벌정치연구소 소장이자 유환아이텍 대표다. 한국 해비타트 코리아 협력위원, 한국청년해외친선단 대표, 청년창업아카데미 대표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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