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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농장의 포로를 탈출시켜라”

“모피농장의 포로를 탈출시켜라”

동물권리 운동가들, 사회의 관심 끌고 업체에 경고하기 위해 모피농장 습격하거나 파괴활동을 온라인으로 홍보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모피는 독성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동물보호단체 PETA의 운동가.
미국의 동물권리 운동가 니콜 키세인과 조셉 부덴버그는 약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모피업체 퍼스바이그래프 매장을 습격했다. 정면에 붉은색 페인트 분무기로 ‘킬러’라고 적고, 자물쇠 구멍에 접착제를 주입한 다음 매장 안에 냄새 고약한 부티르산을 뿌렸다. 또 그들은 그 매장의 소유주 자택에 찾아가 SUV 차량에 붉은색 페인트 분무기로 ‘동물 킬러’라고 쓰고 진입로 콘크리트 포장에 얼룩이 남도록 염산을 뿌렸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그들은 소유주 딸의 집도 알아내 그녀의 픽업 트럭에 같은 낙서를 하고 현관에 염산을 뿌렸다.

그 사건 후 약 일주일 뒤 동물권리 운동가들이 만든 ‘DirectAction.info’라는 웹사이트 게시판에 익명의 급보가 떴다. ‘2013년 7월 16일 새벽 샌디에이고의 무정부주의자들이 우리에 갇혀 인간의 노예가 되고 세계 모피산업에 희생되는 동물 수백만 마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자유를 갈망하는 동물 수백만 마리의 절규를 만천하에 알리기 위한 용감한 행동이었다. 우리 모두 그들을 따라 갇힌 동물을 풀어주고 모피업체를 파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다. 우리는 모피농장의 포로를 탈출시켜야 한다.’

며칠 뒤 키세인과 부덴버그는 캘리포니아 주 에스콘디도의 한 은행에서 300달러를 인출해 18시간 차를 몰아 몬태나 주 플레인스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곳의 프레이저 모피농장에 몰래 들어가 스라소니 한 마리를 풀어 줬다. 약 2주 뒤 DirectAction.info 웹사이트에 게재된 글엔 그 스라소니가 이렇게 묘사됐다. ‘깡마르고 지저분했다. 엉겨 붙은 털과 충격 받은 눈빛, 털이 무성한 턱과 귀 끝의 흑모. 그럼에도 아름다운 녀석이었다. 그 녀석을 풀어준 것은 프레이저 모피농장에 보내는 경고였다. 또 다시 동물을 우리에 가둬 놓으면 우리가 반드시 해방시킬 것이다.’

키세인과 부덴버그는 몬태나 주에서 스라소니를 풀어준 지 이틀 뒤 아이다호 주 벌리에서 또 거사를 결행했다. 모일 밍크농장 뒤의 철망 울타리를 절단하고 들어가 우리에 갇혀 있던 밍크 약 3000마리를 풀어줬다. 야간에 순찰을 도는 경비원이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다음날 DirectAction.info 웹사이트엔 ‘올여름 첫 모피농장 습격사건’이라는 제목의 게시문이 올랐다. “해방된 밍크들이 처음엔 무서워 주저하며 가만히 있더니 곧 희열에 차 꽤액 소리를 지르며 뛰어 놀고 농장 뒤 개천에 뛰어들어 개구장이처럼 헤엄치며 장난쳤다.”

키세인과 부덴버그는 그해 여름과 가을 내내 농장에서 사육하던 밍크를 풀어주고 동물제품을 취급하는 업체의 기물을 파손했다. 미국 연방 당국에 따르면 그들은 6만5000㎞ 이상을 이동하며 아이오와·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네소타 주의 농장에서 밍크 약 7000마리를 풀어주고 농장주들에게 4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그들의 습격 후엔 거의 반드시 DirectAction.info에 급보가 올랐다.

그들은 결국 지난해 체포돼 동물기업 테러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은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피의자들은 범행을 홍보할 목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묘사한 ‘성명서’를 작성해 동물권리보호 극단주의자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 연방 검찰은 지난해 1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그들의 성명서를 두고 ‘다른 사람들의 모방 범행을 독려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키세인과 부덴버그는 지난해 2월 동물기업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공모한 혐의를 인정했다.

DirectAction.info 웹사이트는 세계 전역에서 동물권리 운동가들이 자신들의 범행(‘행동’)을 발표하는 급보를 게재한다. 지난해 미국·유럽·남미·아시아에서 그들이 감행한 ‘행동’을 묘사하는 ‘성명서’가 약 140건 올랐다. ‘토끼 수백 마리 해방’(이탈리아), ‘실험실 토끼 구출’(브라질), ‘자유의 몸이 된 자고새’(터키) 등이 성명서 제목의 예다. 그 웹사이트엔 플로리다 주의 한 곳 주소와 운동가들이 급보를 안전하게 올리는 데 사용하는 데이터 암호화 코드가 공개됐다. 대다수 급보는 북미동물해방홍보실(NAALPO) 웹사이트에도 같이 실린다. DirectAction.info는 뉴스위크의 논평 요청 이메일에 회신하지 않았다.

자신의 범행을 온라인으로 밝히면 익명이라고 해도 위험부담이 크다. 연방 요원들은 현지 경찰이 잘 통보해주지 않는 동물권리 관련 범죄를 파악하기 위해 DirectAction.info 같은 사이트를 자주 확인한다. 따라서 자신의 범행을 홍보하면 법집행 당국의 주목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운동가가 체포되면 그들이 올린 ‘성명서’가 기소장에 인용되고 재판 과정 내내 활용된다. 그런데도 동물권리 운동가들은 범행의 온라인 홍보를 멈추지 않는다. 왜 그럴까?

동물권리 전문 언론인 윌 포터 기자는 그 이유가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째는 동물을 해방시키고 관련 업체에 경제적 손실을 입히기 위해서다. 둘째는 우리 사회의 동물 대우에 관한 논의를 일으키기 위해서다. 포터 기자는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이런 불법 행동과 성명서의 목표 중 일부는 동물학대 실태를 고발하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동물권리 운동가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성명서엔 반드시 특정 행동을 결행한 이유가 설명된다. 언론이나 FBI는 대부분 그 설명을 그대로 인용한다.”

아울러 동물권리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불법적인 파괴 행위를 홍보함으로써 모피업계에 농장과 매장 폐쇄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시민권 전문 변호사로 급진 동물권리 운동가 여러 명을 대리하는 벤 로젠펠드는 “일반적으로 운동가들은 동물을 착취하는 업체들에 자신들이 항상 감시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사보타주 같은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직접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타일러 랭은 2013년 일리노이 주의 한 모피농장에서 밍크 2000마리를 풀어주고 농장 건물 벽에 페인트 분무기로 ‘해방은 곧 사랑이다’라는 글을 남긴 뒤 체포돼 동물기업 테러법에 의거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뉴스위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운동가들이 행동의 동기와 목표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성명서를 통해 홍보한다고 답변했다. “모피업계 이익단체가 운동가들을 동물보호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이는 법이 제정되도록 로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방은 사랑이다’라는 메시지는 그들의 로비에 대한 대응이었다.”동물권리 운동가들의 성명서는 그들이 기소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그런 홍보는 ‘양날의 칼’이다. 포터 기자는 성명서로 운동가들은 원하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검사들은 그 내용을 근거로 용의자를 특정 범죄와 연결 짓거나 동물기업 테러법에 따라 더 무거운 형량을 구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가 없고 그런 행동과 관련된 급진운동이 없다면 그건 단순히 부동산 관련 범죄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테러를 거론한다. ‘성명서’ 같은 급진적인 동물권리 운동과 관련된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동물권리 운동가들이 사용하는 주된 전술이 동물 해방에서 몰래 카메라 동영상으로 농장의 열악한 상황을 폭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동영상이 DirectAction.info와 NAALPO 웹사이트에 게재된다.

키세인과 부덴버그는 아이다호 주 벌리에서 농장 철망 울타리를 절단하고 들어가 우리에 갇혀 있던 밍크 약 3000마리를 풀어줬다.
논란 많은 동물기업 테러법은 2006년 미국 연방의회에서 통과됐다. ‘동물기업이 사용하는 부동산이나 동산에 의도적으로 피해를 입히거나 손실을 초래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이다. 비판자들은 그 법이 동물권리 시위자와 운동가를 테러리스트로 잘못 규정한다고 비난한다. 그 법이 제정된 후 실제로 성명서 게재 건수가 크게 줄었다. 운동가들이 테러리스트로 지목되는 데 자신이 올린 글이 활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포터 기자는 “범행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성명서 자체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부덴버그는 2008년 동물기업 테러법으로 기소된 첫 피의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그는 동물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교수의 집 앞에서 위협적인 시위를 벌인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연방 판사는 2010년 그 혐의를 기각했다. 검사 측이 혐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검사들은 그런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부덴버그와 키세인의 재판에서 검사 측은 모든 범행 세부 사항을 제시했다. 실업자였던 두 사람이 편의점에서 훔친 물건을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팔아 원정 습격 경비를 조달했으며 부덴버그가 대학 구내 식당의 화장실 벽에 Directaction.info라고 낙서하는 것을 한 요리사가 목격한 사실까지 적시했다.

기소장에는 동물해방전선과 지구해방전선 같은 ‘호전적인 환경단체’가 언급됐지만 부덴버그와 키세인이 그 단체의 회원이라고 주장하진 않았다. ‘이런 단체는 전통적인 의미의 조직이 아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은 있지만 지도자가 없다. 그런 단체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 변화를 위해 스스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아이다호 주의 한 밍크농장 소유주는 운동가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온라인으로 ‘떠벌이는 것’은 상관없지만 업계를 공격하는 행동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낙태에 반대한다고 해서 낙태 병원을 폭파해야 하는가? 그럴 필요는 없다. 사냥에 반대한다면 자신이 사냥을 하지 않으면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비(非)미국적인 행위다.” 또 그는 밍크를 야외에 풀어주면 차에 치이거나 굶어 금방 죽기 쉽다고 지적했다. 밍크는 다시 잡혀도 고통받는다. 농장에선 같은 쌍을 계속 한 우리에 두며 사육한다. 밍크가 다시 잡혀 낯선 동료와 한 우리에 배정되면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운다.

부덴버그와 키세인은 곧 형을 선고 받는다. 판사가 유죄 인정 협상을 받아들이면 부덴버그는 2년, 키세인은 6개월 징역형을 살게 된다. 변호사들은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동물을 돕고 온라인으로 동물 복지를 홍보하겠다는 부덴버그의 열의는 지난해 11월 가택구금 상태에서도 식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우리집 부근의 거리 한 가운데 칠면조가 나와 있다. 난 가택구금 상태라 손을 쓸 수 없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서주면 좋겠다. 칠면조가 있는 곳은 오클랜드 56번 스트리트와 산파블로 교차 지점이다.’

- 조시 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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