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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모기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살충제 공중 살포한 지역에서 자폐증 진단 25% 많지만 약 때문인지 모기 때문인지 분명치 않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드롬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를 퇴치하려고 살충제를 뿌리는 보건 요원들.
올여름 이집트숲모기가 미국 남부와 동부에서 대규모 번식을 시작할 것이다. 그와 함께 이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에 관한 우려도 극도에 달할 게 확실하다. 그러나 미국 대륙에선 지카 바이러스의 대규모 감염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다만 몇 십 명이 감염되는 ‘국소적인 유행’은 예상된다). 미국에서 이집트숲모기가 매개체인 뎅기열도 몇몇 개인에게만 나타났을 뿐 대규모로 일어나지 않았듯이 말이다. 그것은 미국의 효과적인 모기 방제 프로그램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기 퇴치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시점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새 연구에 따르면 모기 방제의 흔한 방식 중 하나인 살충제 비행기 살포와 해당 지역 어린이의 자폐증 증가가 관련 있다.

정부 웹사이트나 우편 통지서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미국의 많은 지역(뉴욕 시의 거의 모든 구역 포함)에서 모기 퇴치를 위해 비행기를 이용해 살충제를 뿌린다. 펜실베이니아주립의과대학의 소아과 부교수 스티브 힉스는 여름철에 피레스로이드(모기 퇴치에 흔히 사용되는 살충제)가 공중 살포된 8개 구역의 자폐증 진단율을 조사한 뒤 살충제를 주로 알갱이 상태로 지상에 놓아 모기를 방제하는 16개 구역과 비교했다. 그 결과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살포 집단에서 자페증 진단률이 25%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살충제 공중 살포가 실시된 8개 구역의 어린이 1만9000명 중 자폐증 환자는 159명이었다. 나머지 16개 구역에선 어린이 4만4000명 중 298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정도 진단률은 미국의 평균보다 낮다. 그러나 힉스 교수는 그처럼 진단률이 낮게 나온 건 뉴욕주립대학 업스테이트대학병원을 통해 온 어린이들의 데이터만 분석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의료센터에 가지 않고 가정의의 자폐증 진단을 받은 어린이는 그 데이터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이 연구는 ‘유전자와 환경의 어린이 자폐증 위험(CHARGE)’이라는 이전의 대규모 연구에서 비롯됐다. 이전 연구에선 임신 후기인 여성이 피레스로이드 등 3종류의 흔한 살충제에 노출됐을 때 아기가 자폐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뉴욕 주 시라큐즈 동북부 지역을 대상으로 했다. 늪지대와 가까운 곳으로 웨스트나일·동부 말뇌막염 바이러스(척수와 뇌부종을 일으킨다)를 옮기는 모기가 쉽게 번식할 수 있는 지역이다.

힉스 교수는 “곧바로 살충제 공중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폐증은 유전적 요인도 중요하다. 환경의 위험인자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쌍생아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의 50%는 유전적 요인에서 나머지 50%는 환경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유전적으로 취약한 아이에게 환경적 요인 한 가지가 추가되면 자폐증 진단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바로 나타날 수 있다.”

힉스 교수는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의 공중 살포가 다른 모기 방제 수단만큼 정교하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상에 알갱이를 펼쳐 놓을 때는 통제가 잘 된다. 어디에 약을 놓는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기를 이용하면 살포되는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

시라큐즈 지역의 보건소는 살충제 공중 살포를 주민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힉스 교수는 주민이 그런 경고를 무시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행기에서 살충제를 살포할 때 정원이나 아이들 놀이기구를 넓은 가리개로 덮어두거나 아이들을 실내에 머물게 하는지 조사한 사람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폐증 증가가 살충제 공중 살포 때문인지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돼서인지 정확히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학 감염·면역센터의 이언 립킨 소장은 지난 2월 뉴욕타임스에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소두증 외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뇌전증, 정신분열증 등이 급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힉스 교수는 살충제 공중 살포와 자폐증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를 보면서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혈액 속에 이런 바이러스 항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조에 슐랑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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