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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서 더 아름다워

세월이 흘러서 더 아름다워

까르띠에, 고객에게 제품 사들인 다음 손봐서 되파는 빈티지 제품은 투자와 재판매 가치 높아
까르띠에 빈티지 티아라.
세계 최고의 보석상들은 우리가 한때 제트족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처럼 이름난 휴양지들을 누빈다. 매년 이맘때면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포르토 세르보, 스페인 마르베야 등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 곳곳으로 옮겨 다닌다.

칸느 영화제 기간에는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뒤 캅-에덴-록’ 호텔의 파티에 참석하고, 여름이 되면 마르베야 클럽과 우아한 해변 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까르띠에는 지난해 여름 몇 주일 동안 캅 당티브(칸느와 니스 사이에 있는 반도)의 한 별장에서 고급 보석 전시회를 열고 VIP 고객들을 초대했다. 하우스 파티(시골 저택에서 손님들이 며칠씩 머물면서 하는 파티)와 세일즈 파티를 합쳐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자 손님들은 보석을 많이 지니고 있지만 새 액세서리를 이것저것 착용해 보고 더 사들였다. 같이 온 남자 손님들이 사주기도 했다. 난 이런 파티에 두어 번 가봤는데 인기 품목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까르띠에 아틀리에의 신상품은 별장의 큰 방에, 빈티지 제품들은 작은 방에 전시됐다. 빈티지 제품 관리를 담당하는 ‘까르띠에 트라디시옹’ 부서의 협찬으로 19세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 80점을 골라 전시했다.

디자이너의 서명이 들어 있는 작품은 값이 훨씬 더 비쌌다. 이 업체는 ‘까르띠에의 역사를 가장 잘 팔 수 있는 장본인은 까르띠에’라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신상품과 빈티지 제품을 함께 전시해 과거가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까르띠에 트라디시옹의 책임자 베르나르 베르제는 이 부서가 ‘까르띠에 콜렉시옹’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까르띠에 콜렉시옹은 까르띠에의 유산으로 남길 만한 중요한 작품들을 고객으로부터 사들이는 프로그램으로 40년 전 당시 CEO 알랭 도미니크 페랭이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수집한 작품들은 지난 25년 동안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순회 전시됐다.

“가능한 한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컬렉션을 구성하는 게 우리 임무였다”고 베르제는 말했다. 까르띠에 트라디시옹은 10~15년 동안 단 한 제품도 판매하지 않고 수집만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베르제가 책임자로 온 직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컬렉션의 규모가 커지면서 ‘빈티지 제품에 판매용은 없느냐?’고 묻는 고객이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죄송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빈티지 제품의 판매는 그렇게 고객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베르제는 빈티지 제품의 판매를 시작한 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 했다. “되팔 목적으로 빈티지 제품을 사들이는 건 내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 일은 루이 까르띠에(창업주의 손자)가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베르제에 따르면 까르띠에 가문의 3형제가 각 지역의 매장을 나눠 가졌을 때(프랑스 파리 매장은 루이, 미국 뉴욕은 피에르, 영국 런던은 자크가 각 각 운영하다 1970년대에 다시 통합됐다) 그들은 고객으로부터 빈티지 제품을 사들여 손본 뒤 되팔았다.

처음에 까르띠에 트라디시옹은 빈티지 제품을 많이 확보하고 있었던 데 비해 구매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른다. 초기에는 빈티지 탱크 워치(내년에 출시 100주년을 맞는 까르띠에의 유명 제품)나 여성용 손목시계가 인기였다고 베르제는 말했다. 그 후론 보석류와 보석 장식이 들어간 여성용 손목시계가 더 많이 거래됐다.베르제는 초창기에 판매한 제품 중 ‘까르띠에 미스터리 클락’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판매가가 18만 달러로 당시로선 꽤 비싼 편이었다. 이 제품은 시침과 분침이 크리스털 다이얼 2장 사이에 들어 있어 마치 기계장치 없이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 것 같은 제품으로 수집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왼쪽부터)백금과 다이아몬드, 진주로 만들어진 까르띠에 빈티지 손목시계(1905년경 제작). / 1925년과 1930년 제작된 까르띠에 빈티지 귀걸이.
“지금은 그런 가격에 물건을 사들일 수도 없다. 미스터리 클락의 전성기였던 1920~1930년대 제품은 단순한 모델이라도 50만 달러는 줘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베르제가 말했다. 복원 작업을 거치기 전의 제품 값이 그렇다는 말이다.

“요즘은 제품의 상태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베르제는 말했다. “과거의 구매자들은 빈티지 제품의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빈티지 제품을 완전히 말끔하게 손볼 수도 없다. 그러면 빈티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엔 작은 흠집만 제거하고 손대는 게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요즘 소비자는 빈티지 보석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투자 가치와 재판매 가치가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베르제는 때때로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는다. “‘이 물건을 사면 1년 후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이익을 남기고 팔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난 ‘다시 팔 거면 왜 사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면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런 고객들은 수집가가 아니라 투자자 마인드를 지닌 듯하다고 베르제는 말했다.

베르제는 고객의 성향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과거 빈티지 제품 거래에 따르던 조심스러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거래가 사적으로 이뤄졌다. 그 내용을 함부로 발설할 수도 없었다. 또 빈티지 제품을 신제품과 함께 전시할 수도 없었다.” 베르제는 또 까르띠에의 일부 직원들이 빈티지 제품 거래는 회사에서 할 일이 아니며 경매사나 전문 거래상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신제품 고객이 빈티지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신제품 고급 보석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빈티지 코너도 마련된다.” 지난해 캅 당티브의 별장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빈티지 제품 80점이 전시됐으니 올여름에는 훨씬 더 많은 제품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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