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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 해외보다 국내 주식에 관심 가져야

[자본시장의 리더 |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 해외보다 국내 주식에 관심 가져야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은 1974년생, 우리 나이로 43살이다. 올 초 부장대우에서 상무보로 두 단계 파격 승진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최연소 임원이 됐다. 업계에서도 1972년생인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를 제외하면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박 본부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원 뱃지를 단 건 그가 2006년부터 운용해온 ‘한국투자 네비게이터 펀드’의 호실적 덕분이다. 국내에서 한 펀드매니저가 10년 가까이 같은 펀드를 운용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 10여년 간 수탁고가 1조원에 달하는 펀드가 명멸했지만 2009년 이후 ‘1조 펀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펀드는 네비게이터 펀드와, 한국투자밸류운용의 ‘밸류10년 펀드’ 단 두 개뿐이다. 대형주 중심인 네비게이터 펀드는 최근 들어 수익률이 다소 저조한 적도 있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기준으로 꾸준히 상위권에 드는 펀드다.

6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투운용 본사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상무 승진은 큰 얘깃거리가 아니다”라며 겸손해 했다. “젊다곤 하지만 저도 이제 운용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1999년 입사) 거의 20년이 다 돼 갑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펀드 규모도 커지다 보니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박 본부장에게 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해온 노하우와 시장 전망을 물어봤다.



운용 업계 임원 중에 막내급인데요.


“막내는 아니고요(웃음). 저도 경력이 20년 가까이 됐으니까요. 최근까지 실무자로 일해오던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펀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거죠.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네비게이터 펀드의 원래 이름은 좀 달랐죠.


“부자아빠성장주식펀드였죠. 2005년에 설정됐는데 당시 동원 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운용인력도 대거 신규 채용하고 변화가 많던 시기였죠. 그 과정에서 펀드 이름도 바꾸고 매니저도 개편했습니다. 2006년부터 제가 운용했고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10년 동안 에피소드도 많았겠어요.


“운용한 지 얼마 안 됐던 2007년엔 시장이 좋았어요. 그 짧은 기간에 설정액이 1조원 규모로 늘었죠. 그런데 곧바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쳐서 2000선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가 1000선 아래로 빠졌습니다. 고객도, 저희도 패닉 상태가 됐죠. 하지만 단기간에 너무 떨어졌다고 생각해 정석으로 투자했고, 지수는 빠져있는데도 저희 펀드 고객들은 대부분 원금을 회복했습니다. 그 후 펀드 규모가 계속 커졌죠.”



시장이 안 좋은데도 단기간에 회복한 비결이 뭔가요.


“종목을 잘 고른 게 컸죠. 네비게이터 펀드는 2007년 성과가 가장 좋은 펀드 중 하나였어요. 그때 인기 끌었던 펀드들이 금융위기 이후에 많이 망가졌습니다. 시장이 좋을 땐 수익률이 좋은 것 같았는데 시장이 나빠지니까 망가졌고 시장이 좋아져도 따라오지 못했죠. 이와 달리 저희는 리스크 관리를 해가며 종목 중심으로 성과를 낸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



네비게이터 펀드의 특장점은 뭔가요.


“국내 주식형 펀드의 대표주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치주냐 성장주냐 고민하는 분들에게 펀드 하나에만 투자한다면 네비게이터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유해요. 요즘 저희 펀드를 ‘대형성장주펀드’라고들 하는데 그건 오랜 기간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다 보니 중소형주 투자가 메인스트림이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장기로 투자하기엔 대형주가 좋습니다. 많이 저평가 됐고, 최근 실적 향상 등을 고려하면 향후 몇 년 간 대형주 장세일 것으로 봅니다.”



화장품에 투자한 게 주효했습니다.


“2012~2013년에 아모레퍼시픽을 매집했습니다. 아모레는 2014년부터 가파르게 올랐죠. 종목을 발굴하는 게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좋아질 종목을 주가가 반영되기 전에 찾아내서 바이앤홀드(buy&hold) 하는 것이죠. 사실 주가가 언제 오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회사가 계속 좋아지는 것 같은데 3~4년 동안 저조하다 갑자기 몇 주씩 급등하는 경우도 많고, 기대감이 선반영되면 별 내용도 없는데 먼저 주가가 오를 때도 있죠. 아무튼 저희는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이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인데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


“1% 금리라는 게 1억원을 넣어도 이자로 100만원도 못 받는거죠, 세금 떼면. 어떤 식으로든 자본시장 상품을 섞어줘야 합니다. 흔히 채권형펀드를 얘기하는데 저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금리가 계속 빠지다 보니까 과거 성과가 좋았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빠질 여지가 없고 주식으로 치면 피크에 사는 꼴입니다. 사실 채권형 상품에 대한 투자심리가 지금처럼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이럴 때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주식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코스피 배당 수익률이 지금 한 2% 정도 됩니다. 대형주 중에선 3% 되는 종목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3%는 경제가 조금 안 좋아지면 사라질 배당이 아니라 퀄리티가 있는 배당입니다. 그만큼 주가가 비싸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브렉시트(Brexit),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채무 등 암초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만 놓고 봤을 땐 좋아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올라있어서 굳이 지금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국내 중심으로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은퇴 자금 굴리기가 만만치 않은데요.


“투자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 비해 주식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떨어져요. 투자라는 건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남의 얘기 듣고 투자하는 것도 내 결정이죠. 그 얘기를 들을지, 안 들을지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선진국에선 내 자산의 일부는 반드시 주식에 투자한다는 걸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데 우리는 시장이 좀 불안하면 ‘괜히 투자했어’ ‘주식은 절대 손대지 말아야지’ 하는 게 있습니다. 시장이 안 좋으면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남들 벌었다고 하면 그제서야 투자하겠다고 하는 건 잘못된 선택입니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불확실한 것에 투자하면서 확실한 것을 찾으니 문제입니다. 주식을 안 하면 뭘 하겠어요. 좋은 주식을 사서 들고 있으면 좋은 상가건물 갖고 있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주식을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면 노년기에 재미도 있습니다. 주식은 세상 돌아가는 걸 투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핀테크·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하면서 변화는 없나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관심은 가져야겠죠. 하지만 해외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하게 나온 게 없는 상황입니다. 펀드매니저와 기계가 상호보완적으로 갈 것 같고, 로보어드바이 저는 프라이빗뱅킹 관련해서 빅데이터 활용 등에 유용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펀드를 추천할 때 과거 실적에 기반해서 추천을 합니다. 앞으로 수익이 나아질지 잘 알 수 없죠.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런 부분을 완화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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