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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동료만큼 보상 못 받아”

“남성 동료만큼 보상 못 받아”

남녀 임금 형평성 향상이 IT 업계의 성별 다양성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남녀 직원의 임금차가 매우 적다”며 “다른 회사들도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지난 3년 동안 다양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남녀 임금 차이가 그것인데 IT 업계의 더 많은 여성 인력 고용과 유지를 가로막는 주 원인이다.

미국 대학여성협회(AAUW)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79%에 불과했으며 IT 부문에서도 남녀의 소득 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엔지니어링 부문에 종사하는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82%, 컴퓨팅 부문은 남성의 87%에 불과했다.

페이스북, 우버 등 IT 업체의 직원 채용을 돕는 신생업체 ‘하이어드’ 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 남녀의 임금 차이는 연간 1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희망 연봉이 평균 11만 5000달러였던 데 반해 남성은 평균 12만5000달러였다. 희망 연봉은 현재 연봉을 기준으로 그보다 좀 더 많은 액수를 요청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현재 IT 업계의 남녀 임금 차이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IT 업계의 구직자 1만2000여 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하이어드의 조사는 영업과 마케팅 등 다른 부문에서도 유사한 남녀 차를 보였다. 하이어드의 데이터 전문가 제시카 커크패트릭은 “우리는 회사와 지원자가 협상한 최종 임금에서도 남녀 사이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임금 형평성은 올해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매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글로벌 콘텐트 페스티벌)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월 발표된 설문조사 ‘계곡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Valley)’(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그들의 경험과 느낌을 물었다)의 저자들이 지난 3월 13일 기조 연설에 나섰다. 이 연설을 위해 새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저자들은 여성들에게 보수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 118명 중 4분의 3은 “남성 동료만큼 충분히 보상 받지 못한다”는 데 동의했다. 공동 저자 미셸 매던스키는 “응답한 여성 중 4분의 3이 남성에 비해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여성이 IT 업계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IT 업체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한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는 남녀 임금 형평성을 위해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또 IT 업계의 거물 시스코와 떠오르는 신생업체 슬랙과 핀터레스트는 지난해 임금 형평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엔 로켓 제조업체 스페이스X의 CEO 엘론 머스크도 회사의 임금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은 최근 정기적으로 직원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남녀 간에 임금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년 이 조사를 실시하는데 남녀 직원의 임금 차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무적인 결과지만 보수 체계를 재검토해 애플의 모든 직원이 공정하게 대우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했다. 다른 회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들 회사와 달리 대다수 IT 업체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IB타임스는 미국의 유명한 소비자 IT 업체 20여 곳에 남녀 임금 차를 줄이는 문제에 관한 입장을 물었다. 야후, 아마존, 넷플릭스, 스냅챗 등 다수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고 트위터, 옐프, 드롭박스, 리프트, 페이팔 등은 언급을 사양했다.

IT 업계의 구인·구직을 돕는 신생업체 ‘500마일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 분야의 일자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또 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중 52%가 몇 년 안에 이 업계를 떠난다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보도했다. IT 업계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업계가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하고 오래 잡아두고 싶다면 남녀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녀 임금 형평성을 지지한다고 말한 회사들 중에서도 자체 조사나 자료를 제대로 분석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외부 옵서버와 종업원에게 대우가 공정하다는 회사의 말을 그저 믿으라고 강요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IT 업체들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다양성 보고서와 배치된다.

세일즈포스와 MS, 페이스북, 구글은 모두 종업원의 임금 형평성이 100% 혹은 그에 가깝게 지켜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그 주장을 뒷받침할 자세한 자료를 제공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 일례로 지난 3월 초 세일즈포스는 연봉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연봉 조정이 필요한 종업원이 6%이며 그 인원 중 남녀 비율은 거의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자세한 자료를 요청하자 세일즈포스의 한 대변인은 “총합적 자료 외에 자세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는 게 우리 방침”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리크루트 업체를 운영하는 애슐리 도열은 “사실 (세일즈포스가) 이 정도의 데이터를 공개한 것도 큰 발전”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대다수 업체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완전히 투명하진 않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을 돕는 신생업체 ‘글래스브레이커스’의 CEO 에일린 캐리는 “IT 업체들은 직원 연봉에 관한 정보를 더 자세히 공개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업체들 사이에선 인재를 찾아내고 오랫동안 붙들어두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다.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몇몇 업체들은 한때 비공식적으로 ‘인재 가로채기 금지 협정’을 맺기도 했다. “어떤 업체는 종업원의 임금 투명성이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믿는 듯하다”고 캐리 CEO는 말했다. “임금 관련 자료는 회사의 고용 경쟁력과 연관됐기 때문이다.”IT 대기업들은 종업원 임금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지만 몇몇 소기업은 과감하게 공개에 나섰다. 신생업체 클레프와 버퍼는 직원의 연봉을 공개했다. 이들 회사의 임금은 직장 내 역할과 위치, 경험에 기반을 두며 연봉을 협상하지 않는다. 모든 직원이 공정하게 보상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클레프의 CEO B 번은 “우리가 포용성을 우선시한다는 걸 직원들도 안다”며 “그래서 다른 회사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클레프에 몸담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IT 업계의 남녀 임금 차이는 더 많은 여성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살아남는 데 걸림돌이다.
일부 회사는 이런 임금 체계가 인재 채용에 불리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버퍼와 클레프는 자사의 임금 구조가 회사에 득이 됐다고 말한다. 특히 종업원 연봉을 안팎으로 공개한 버퍼의 경우 투명한 임금 구조가 회사의 가치관에 맞는 지원자를 추려내는 데 도움이 됐다. 버퍼에서 포용성 증진을 담당하는 코트니 시터는 이렇게 말했다. “투명성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생각을 공유하며 편견 없고 평등한 직장을 만드는데 뜻을 함께할 사람을 뽑고 싶다.”

대형 IT 업체들이 시도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정책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 업체는 그 길을 선택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최근 버퍼·클레프와 유사한 임금 체계를 도입했다. 시스코의 최고인사관리자(CPO) 프랜 캣수더스는 “우리 종업원들은 회사의 노력을 보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시스코는 분석 툴을 이용해 연봉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결정한다. 이런 조정은 클레프와 버퍼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비슷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시스코는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도 모색한다. “우리는 이 문제가 매우 복잡하며 차별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걸 잘 안다”고 캣수더스는 말했다. “종업원의 이익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모든 경우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캣수더스는 남녀 직원의 임금 차를 없애려는 시스코의 노력이 다른 IT 업체의 귀감이 될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업계 전체가 (이 문제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경험이 쌓이고 우리가 택한 접근법의 유효성이 입증되면 다른 기업에도 기꺼이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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