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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부터 ‘티끌’ 모으는 습관을

젊을 때부터 ‘티끌’ 모으는 습관을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자금관리 앱들이 큰돈 아니라 ‘잔돈 저축’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유도한다
에이콘스·스태시· 클링크 같은 앱들은 청년 세대가 투자를 이해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그들의 소액 투자를 유도한다.
투자계좌 개설은 재테크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청년 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가기에도 벅찬 밀레니엄 세대는 더 그렇다. 이들에겐 투자계좌를 개설하기만 해도 부모에게 알리거나 적어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자랑할 만한 큰 업적이다.

청년 세대 4명 중 3명은 돈을 잘 관리하면 가족의 미래가 밝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업체 에델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자금관리를 한다고 여기는 비율은 절반 정도다. 미국의 밀레니엄 청년 세대가 8000만 명을 넘어 계속 증가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의 재테크 의식수준 향상에 대한 금융 서비스 업계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자금관리 앱들이 선수를 치고 나섰다. 에이콘스·스태시·클링크 같은 업체들은 밀레니엄 세대(20~35세 그룹)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들은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이용자의 소액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 선택 과정을 인도한다.

초보 투자자의 입장에선 꾸준히 지속할 수만 있다면 작게 시작하는 편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에이콘스의 공동창업자 제프 크러텐던은 “한번에 50달러보다는 1달러씩 50번 투자하는 편이 더 쉽다”고 말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잔돈 저축(Keep the Change)’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이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2005년 이후 저축한 금액은 총 8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무료 서비스이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저축자금을 보호해 주고 초과인출 수수료도 막아준다. 투자 앱에는 없는 혜택들이다.

하지만 투자에 관한 한 뭔가 하는 편이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컨버젝스 그룹의 차장 겸 리서치 연구원인 제시카 레이브(21)는 “이들 앱은 밀레니엄 세대를 참여시킨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밀레니엄 세대가 투자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에이콘스 이용자는 평소 물건을 사고 남는 ‘잔돈을 투자’할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공시한 정보에 따르면 47만2000여 명을 투자자로 만들었다. 지난 1월 에이콘스가 신고한 운용자금 규모는 7360만 달러로 계좌 잔액 평균은 156달러에 불과한 소액이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개시한 스태시의 이용자는 5달러부터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소액 투자는 투자를 가로막는 전통적인 걸림돌을 제거하지만 거기에는 희생이 따른다. 에이콘스와 스태시는 잔액 5000달러 이하의 계좌에는 월 1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평균 계좌 잔액이 156달러에 평균 수익률이 8%라면 그해 12.48달러의 수익을 올린 셈이 된다. 수수료를 물면 거의 남는 게 없다. 그렇다 해도 시장이 침체될 경우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해 볼 수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클링크는 투자자에게 서비스 이용료를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들이 성공할 경우 다른 앱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 밀레니엄 세대에게 자금부족은 투자를 미루는 이유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해 부족이 문제다. 스태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 언어로 투자를 설명한다. 펀드의 공식 명칭 대신 ‘청정한 녹색’이나 ‘미국 수호’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이들은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그룹이고 아직 자금이 많지 않다”고 스태시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데이비드 로닉은 말했다. “그런 점을 알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장기적으로 내다본다. 지금 그들의 신뢰를 얻어두면 그들은 앞으로 돈을 벌고 유산을 물려받는다.” 아직까지는 그들의 전략이 주효한다. 스태시는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4만5000여 명이 계좌를 개설했다. 이용자의 평균 연령이 26세에 불과해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

주식투자를 단순화하는 방법으로 경험 없는 투자자에게 다가서는 모델은 장단점이 있다.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를 ‘게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미국 미시시피 주의 투자 상담가 테일러 슬레지는 “리스크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크러텐던 공동창업자는 많은 사람이 핵심을 간과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요즘엔 사람들이 투자대상을 잘못 고르지 않는 데만 너무 신경 쓴다”며 “처음 투자한 종목으로 깡통을 찼더라도 내 첫 투자종목에서 그랬듯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투자 상담가에서 DIY 방식으로 전환된 지는 꽤 오래 됐다. 대다수 미국인 특히 청년 세대는 베테먼트(Betterment) 같은 로보 어드바이저(자산관리 자동화 서비스)에 익숙하다. 가장 최근의 SEC 공시에 따르면 베터먼트는 현재 17만여 명의 이용자를 유치해 35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한다.

그러나 대다수 투자 상담가들은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사람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 상담가 슬레지는 “저금과 재테크 결정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측면이 훨씬 더 강하다”며 “기본적으로 심리는 자동화로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보다 사람을 왜 더 선호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증시 최악의 1월 첫 2주 동안 이용자들이 인출액의 10배에 달하는 돈을 입금해 스태시의 예치액이 증가했다. 스태시 측은 투자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임을 상기시키는 안내문을 발송해 투자자들을 진정시켰다. 마치 자금관리 상담자가 부자 고객에게 조언하는 식이었다.

레이브 차장은 “다음 번 금융위기는 이들 상품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어떤 상품이 시장 침체를 견뎌낼지 지켜볼 작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나 투자 운용사에 전화 거는 것보다 온라인 투자계좌에서 돈 빼내기가 훨씬 쉽다. 증권사의 경우엔 투자자가 자금 인출을 위해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이상 더 생기기 때문이다.”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든 상관없이 투자는 항상 자금관리에서 중요한 한 걸음이다. 슬레지 투자 상담가는 “돈이 한 푼도 없다면 돈을 모으겠다는 결정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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