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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늑대’를 이기려면…

‘월스트리트의 늑대’를 이기려면…

투자 컨설턴트 윌리엄 번스타인, 젊은 층에 투자종목을 골고루 매입하는 분산투자 권유
윌리엄 번스타인의 무료 온라인 도서 ‘할 수 있다면’은 밀레니엄 세대에게 개인 자산관리의 세계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윌리엄 번스타인은 금융이론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기화학 박사인 그는 신경과 의사로 일하다가 재무관리 컨설팅에 뛰어들었다. 현재 ‘에피션트 프런티어 어드바이저스’라는 전문 투자 서비스를 운영한다. 평가액이 최소 2500만 달러 이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그는 책도 여러 권 썼다. 예를 들면 그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금융 노하우를 가르치는 실용 지침서가 대표적이다.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사는 번스타인 대표는 지금은 자선 활동에 주력한다. 그가 2014년 밀레니엄 청년 세대를 위한 투자 참고서를 온라인에 무료 공개한 이유다. 아마 지금까지 출간된 그의 자금관리 이론 중 가장 정제되고 접근하기 쉬운 버전이다. ‘할 수 있다면(If You Can)’에서 그는 절제되고 합리적인 은퇴자금 마련법을 소개한다.

IB타임스가 그를 만나 청년 세대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가장 일반적인 자금관리 함정은 무엇인지, 학자금 융자 상환과 은퇴자금 마련 중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그리고 신경학자 출신 금융가의 조언을 왜 신뢰해야 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자금관리 방법을 어떻게 배웠는가?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할 때 거래 상대방은 골드만삭스나 워런 버핏 같은 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거의 독학으로 터득했다. 나는 과학을 전공했는데 투자도 과학이니까 검증 받은 논문들을 연구해서 원리를 파헤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 방법이 주효했다. 기본적으로 자산 모델링이 핵심이라는 점을 깨닫고 몇 가지 모델을 세우기로 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프레드시트 사용법도 독학으로 깨우쳤다. 그렇게 모델들을 세워 놓고 보니 일반 투자자에게도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인터넷이 등장해 온라인으로 책을 한 권 펴냈다.



왜 투자할 만한 돈이 별로 없는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해 자금관리 실용서를 저술했는가?


희망이 보이는 세대는 그들뿐이다. 은퇴연구소 데이터를 보면 은퇴위험지수라는 게 있다. 현재 52%인데 국민 52%의 노후가 위태롭다는 의미다. 요컨대 베이비붐 세대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내용이지만 밀레니엄 세대로선 생사를 가르는 문제다.



밀레니엄 세대의 부유한 미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조치 한 가지는?


죽어라고 돈을 모아야 한다. 35세까지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편할지 모르지만 70세에 다리 밑에서 사는 것보다 몇 배 낫다.



밀레니엄 세대에게 자동차나 노트북 같은 고가품을 구입하려고 저축을 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슨 돈으로 그런 품목을 장만하란 말인가?


간단하다. 항상 현금 박치기를 해야 한다.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해선 안 된다. 생각보다 고물자동차를 더 오래 모는 게 불만이겠지만 살다 보면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일도 많다. 28세에 BMW를 장만하려고 너무 큰 빚을 지면 필시 그런 꼴을 당하게 된다. 대신 15년 된 혼다 어코드를 모는 게 낫다.



분수에 맞는 생활방식의 전도사인 셈인데, 그런 생활을 하기가 왜 그렇게 어렵고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


우리는 철저하게 소비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간다. 최신형 아이폰이 없거나, BMW를 몰지 않거나, 대형 아파트에 살면서 해마다 발리와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루저로 여겨진다. 불행히도 그런 문화가 아주 깊게 뿌리 박혀 있어 젊은 세대에게는 매우 힘든다. 요즘의 대다수 청년 세대는 그런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매일 마시는 라테 한 잔씩만 줄이면 은퇴자금이 생긴다는 ‘라테 이론’이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니며 많은 사람에게 비웃음을 사는 이론이다. 하지만 라테를 줄여도 1년에 600~1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그렇게 6~7년을 모아 투자하면 은퇴 자금을 만들 수도 있다.



확실히 하고 싶은 문제가 한 가지 있다. ‘할 수 있다면’에서 밀레니엄 세대에게 취직하는 순간부터 소득의 15%를 은퇴자금으로 저축하라고 충고했다. 세전과 세후 소득 중 어느 쪽의 15%인가?


세전 소득이다. 보통 퇴직금을 과세유예 상품에 넣는다. 세금문제는 나중에 돌려받을 때 정산한다. 저축을 너무 많이 해서 나중에 세금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행복한 고민이다.



새내기 직장인은 학자금 융자 상환을 가능한 한 많이 일찍 하는 편이 나은가, 아니면 조금씩 갚아나가면서 은퇴자금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는 편이 나은가?


산수 문제다. 기본적으로 관건은 융자금 이자율과 미래의 투자수익 중 어느 쪽이 더 높으냐다. 혼합 포트폴리오(투자 대상 종목의 구성)의 명목 수익률은 운이 따라준다면 5~6%다. 현재로선 모든 투자종목의 가격과 가치에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받은 학자금 대출 금리가 그보다 훨씬 낮다면 가능한 한 조금씩 갚아 나가라. 그러나 대출 금리가 그보다 높다면 모두 갚아버리는 편이 낫다. 물론 가장 먼저 없애야 할 것은 신용카드 부채다.



밀레니엄 세대가 학자금 융자를 상환하는 동안 모기지(주택자금 융자) 등 추가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역시 산수 문제다. 사실상 임대냐 매입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항상 머리 속에 넣어둬야 하는 어림 숫자는 168이다. 168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14년에 해당하는 개월 수인데 임대와 소유가치가 동등해지는 시점이다. 어떤 집의 월 임대료가 2000달러라고 치자. 그럴 경우 매입가는 그 168배인 33만6000달러를 넘어선 안 된다. 따라서 월세 2000달러로 임대할 수 있는 집의 매매가는 33만6000달러 이하여야 한다. 그보다 높다면 임대가 낫다. 내집을 마련해야 이유는 많지만 투자 목적은 아니다.



뮤추얼펀드·채권·주식의 개별 매입보다 증권 또는 지수 배분 같은 묶음 투자상품 매입이 최선의 투자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아주 간단하다.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할 때 항상 거래 상대방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체로 골드만삭스나 워런 버핏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트너와의 테니스 경기에서 내 적수가 세레나 윌리엄스라는 사실을 모르고 경기를 치르는 격이다. 그런 경기에서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결국 분산투자가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미다. 투자종목을 골고루 매입하면 세레나 윌리엄스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특별한 투자관리 기술은 없다는 경험적 데이터가 80년에 걸쳐 축적돼 왔다. 따라서 그런 게임을 할 때 사실상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그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지출하느냐다. 따라서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펀드 매니저의 70~80%를 능가할 수 있는 데 왜 시장 펀드 매니저에게 연간 1%의 수수료를 지불하려 하는가? 다른 방식으로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주식투자 비중을 너무 높이지 말라고 거듭 경고해 왔다.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은 모른다’고 썼다. 그러나 청년 투자자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도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주식투자로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주장도 있다. 젊은 직장인은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어떻게 편입해야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


자본시장의 기본원칙은 위험 감수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바꿔 말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끔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낮은 수익으로 만족해야 한다. 분명 다른 길은 없다.

대다수 투자자의 문제는 그것을 피할 수 있는 투자 타이밍이나 종목선택 이론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투자 컨설팅 업체 그리니치 어소시에츠의 창업자이자 투자 컨설턴트인 찰리 엘리스는 투자 게임에서 이기는 3가지 길이 있다는 아주 유명한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거나, 더 열심히 연구하거나, 더 자제력을 발휘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월스트리트에 가장 똑똑한 인재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처음 두 가지 방법은 불가능하다. 투자 거래의 상대편은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데는 그들을 당할 수가 없다.

투자 게임에서 버텨내는 방법은 자기 절제력뿐이다. 뉴스를 보면서 “맙소사, 중국경제가 무너지고 있네”라고 말하면서도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기 절제력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심리 게임에 얼마나 능한지는 직접 투자해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다.



엄밀히 말해 당신도 금융 서비스 업계의 일원인데 대가를 지불하며 자금 운용을 맡기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뭔가?


‘수익률 귀재’는 없다.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줄 뮤추얼펀드나 헤지 펀드 운영자는 세상에 없다. 높은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지난 10년간 최고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향후 10년 동안에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할 수 있다면’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확실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을 몇 종 추천한다. 예컨대 투자운용사 뱅가드 그룹 창업자 잭 보글의 ‘성공하는 투자전략 INDEX 펀드(Common Sense on Mutual Funds, 연암사 펴냄)’ 등이다. 그 밖에 다른 지침서는 없나?


뱅가드 골수팬들의 집합소인 bogleheads.org를 추천한다. 잭 보글은 이들 그룹의 수호 성인이다. 대형 투자 포럼이며 사이트에 위키피디아 같은 기능이 있어 사람들이 찾을 만한 금융·투자 상품 관련 정보는 거의 모두 갖춰져 있다. 사이트에 접속해 계정을 얻고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금융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융투기의 역사(Devil Takes the Hindmost, 국일증권경제연구소 펴냄)’라는 책이 좋은 출발점이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수백 만 달러의 손실을 막아준 것은 1841년 출간된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 찰스 매케이 지음, 창해 펴냄)라는 책이다. ‘구글 북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메디컬 스쿨을 나오고 유기화학 박사인 당신의 개인자산 관리 조언에 왜 귀 기울여야 하는가?


문제는 간단하다. 어떤 문제에서든 내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 저술의 99%는 다른 사람의 이론에 관한 내용일 뿐이다. 따라서 내가 하는 말의 출처를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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