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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필수품은 자동차 아닌 자전거”

“도시의 필수품은 자동차 아닌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의 대명사 브롬턴은 출시 후 40년 동안 기본 디자인 바꾸지 않았지만 이제 전동 자전거로 거듭난다
윌 버틀러-애덤스는 창업자 앤드루 리치로부터 2008년 브롬턴의 CEO 자리를 물려받았다.
미니 쿠퍼. 랜드로버 디펜더. 이런 몇 가지를 제외하면 브롬턴 접이식 소형 자전거만큼 상징적이고 오래가는 영국 산업 디자인은 찾기 어렵다. 16인치 휠, U자형 핸들바, 밝은 색상으로 유명하며 ‘세상에서 가장 작게 접히는 자전거’로 입소문 난 브롬턴은 1975년 케임브리지공과대학 출신의 엔지니어 앤드루 리치가 처음 만들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나도록 접이식 소형 자전거의 기본 디자인은 거의 똑같다. 지금도 브롬튼은 런던 교외의 공장 한곳에서 수작업하지만 44개국 이상에서 팔린다.

최근 런던이나 서울 또는 뉴욕에 가보지 않았다면, 또 자전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브롬턴이 요즘 뜬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이해해줄 만하다. 지금 세계적으로 대도시에선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 붐이 한창이다. 미국에선 도시 사이클링이 인기다. 아시아에선 갈수록 늘어나는 중산층이 자전거에 심취하면서 자동차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탄다는 편견이 깨졌다. 그처럼 차오르는 밀물을 타고 브롬턴이 솟아오른다. 회전문, 엘리베이터, 좁은 주거 공간, 짧은 통근 거리가 특징인 도시 환경에 적합한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브롬턴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10년 약 2만 대에서 지난해 약 4만5000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브롬턴은 지난 8년 동안 여러 번 실패한 끝에 이제 자전거 기본 디자인에서 가장 큰 변화를 준비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유서 깊은 윌리엄스 팀과 공동 개발한 전동 모터가 핵심이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한 휴대용 프론트팩 배터리가 포함된다. 그러면서도 작게 접어 휴대할 수 있다는 브롬턴의 특장점은 그대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덤보에 개장한 브롬턴 미국 지사에서 윌 버틀러-애덤스 CEO가 직접 자전거를 타고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IB타임스를 방문했다. 그에게서 자전거의 미래와 브롬턴 브랜드, 아직도 런던에서 자전거를 만드는 이유를 들어봤다.



왜 전동 자전거인가? 사이클링 순수주의자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전동 자전거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유럽에선 전동 자전거의 인기가 대단하다. 역사적으로 자전거 산업은 애호가들을 상대로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구의 6%에 불과하다. 우린 나머지 94%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스스로 자전거 애호가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도시 거주자로서 다른 사람과 똑같은 문제에 시달린다.



앞으로 전동 자전거가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브롬턴 자전거가 많이 팔렸다. 유럽에선 자전거를 실용적인 이동수단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전동 자전거가 적합하다. 이동이 편리하고 힘이 들지 않으며 바람이 불거나 언덕이 있어도 문제 없다. 전동 모터가 자전거 디자인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휴대가 간편한 전동 자전거 개발에 얼마나 걸리겠는가.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다. 이론적으론 완성됐다. 단지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하지만 그 에너지의 20∼30%는 모터가 제공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페달을 밟아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또 시속 10㎞ 속도를 쉽게 낼 수 있다.



배터리가 프론트팩에 들어가는가?


자전거를 아래층에 두고 프론트팩을 맨 채 위층으로 올라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또 다음 미팅 장소로 가면서 노트북과 자전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전원을 늘 갖고 다니는 셈이다.



자전거가 스마트폰과 연동되나?


자전거의 장치가 회전력과 주행 거리를 측정한다. 그 데이터로 계산해서 칼로리 소모량도 알려준다. 그 데이터를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여러 모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오랫동안 기본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디자인 하나를 갖고 최적화하고 세련화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간소화하면서 세련미를 추구할 생각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4년 동안 자전거의 기본 디자인 외엔 거의 모든 요소가 달라졌다. 우선 훨씬 가벼워졌다. 이전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나이가 지긋하고 차분하며 정장도 자주 입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전거가 도시의 이동수단이 됐다. 요즘은 20대 후반이 주로 타며 이동 거리도 편도 15㎞ 이상이다. 그들은 몸도 날렵하다. 동시에 자전거는 훨씬 튼튼해졌다. 고객층이 젊어지고 속도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처럼 중국에서 브롬턴 자전거를 제조하는 게 비용이 훨씬 적게 들텐데.


사람들은 영국에서 자전거를 만드는 건 시간 낭비라고 했다. 고차원적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해외에 아웃소싱하는 게 현명하다고 그들은 말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 자전거를 제조하는 것은 아주 고차원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컴퓨터 툴을 사용한 가상 모델링으로 더 가볍고 성능이 우수한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 15년 전만해도 그런 툴을 만드는데 100만 파운드 정도 들었을 것이다. 이전엔 자동차 회사만 그런 첨단 툴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작은 회사가 혁신하고 미국과 유럽에 제조업을 부흥시킬 수 있게 해준다.

영국 외에 브롬턴 자전거의 최대 시장은?


브롬턴은 영국의 21개 도시에서 통근자들이 모이는 곳에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 독일, 미국, 네덜란드다.



브롬턴 자전거는 비싸다. 최저 가격이 1300달러(약 155만원)다. 싸구려 짝퉁이 많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나?


브롬턴 자전거는 제조 과정이 아주 독특해 흉내 내기가 진짜 어렵다. 짝퉁도 있지만 품질이 너무 형편없어 제대로 탈 수도 없다. 그런 짝퉁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지적 재산은 어떻게 보호하나?


브롬턴이 런던의 한 공장에서만 제조된다는 것이 최고의 보호막이다. 만약 우리가 해외에서 자전거를 제조한다면 현지인에게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 훈련을 받은 현지인이 경쟁사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 경쟁사 공장이 바로 5분 거리에 있어서 이사하거나 자녀를 전학시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우리 기술이 경쟁사로 다 빠져나간다. 하지만 우린 런던의 한 공장에서만 자전거를 만든다. 이곳엔 경쟁사가 없다. 런던에서 자전거를 제조하는 건 바보짓이라고 다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술은 다른 곳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자전거를 판매하는가?


우리의 중국 시장 접근법은 매우 독특하다. 홍콩에서 10년 정도 사업을 하면서 중국 시장이 유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중국은 사업하기에 만만찮은 곳이다. 판매 대리업체를 이용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선 대리업체에 판매를 맡기면 브랜드가 엉망이 된다는 이야기를 홍콩에서 들었다. 그래서 우린 중국에서 직판을 결정했다. 중국은 우리가 매장을 직접 소유하는 유일한 해외 시장이다. 상하이에 매장 2곳, 베이징과 청두에 각각 1곳씩 열였다. 최근 들어 중국의 일반 자전거 판매점에도 우리 제품을 공급한다.



영국에서 브롬턴이 독자적인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뉴욕의 시티바이크는 비용이 1대 당 1만5000∼2만 달러가 든다. 1대 당 3∼4개의 도킹 스테이션이 필요한 인프라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에선 비용이 상당히 저렴해 3000∼4000달러면 된다. 전부 태양열로 가동된다. 또 영국에선 하루 대여 비용이 2.5파운드(약 4350원)다. 그처럼 저렴하기 때문에 주나 월 단위 대여가 많아 스테이션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자전거는 도시 생활의 솔루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미국의 도시들은 공유 서비스와 자전거 전용 도로를 제외하면 여전히 자동차 중심이다.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면서 자동차를 타기가 어려워진다. 이제는 도시에서 자동차를 탈 필요가 없다. 건강에도 나쁘다. 따라서 도시 생활에서 그 대안이 자전거다. 15년 전만해도 맨해튼에서 자전거 프로그램을 이야기했다간 조롱만 당했을 거다. 당시엔 자전거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 생활에서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박스기사]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다리가 천근만근이어도 힘겹게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얼얼한 다리 근육통을 달고 다녔다. 하지만 가슴 탁 트이는 풍경을 만났을 때 그간의 고생은 모두 잊는다. 자전거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자전거 여행 가이드북 ‘죽기 전에 꼭 달려봐야 할 아름다운 자전거길 50’에는 널리 알려진 길 대신 저자 이동휘 씨가 직접 찾은 신선한 루트가 담겨 있다. 코스 난이도와 도로 상태 등도 저자가 직접 가 봤던 길이라 믿을 만하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을 위한 대중교통편, 자전거가 없는 사람을 위한 각 도시의 공영자전거 대여 시스템 등을 꼼꼼히 소개해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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