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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뒤집어 희망의 빛 찾다

일상을 뒤집어 희망의 빛 찾다

‘인생산수- 고래사냥 II’(왼쪽). ‘인생산수- 호랑이의 꿈I’.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김광석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다. 서양화가 전준엽 씨의 ‘인생산수’ 시리즈와 잘 어울리는 가사일 듯 싶다.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을 잠시 뒤집어 힘든 오늘을 견딜 수 있는 ‘희망’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 작가는 달과 고래, 호랑이, 자동차, 그리고 자연풍경을 통해 이 희망을 극대화시킨다.

우리는 배를 타고 산꼭대기로 올라가 고래를 잡을 수 있을까. 전 작가는 작품 ‘고래사냥 II’에서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다고 답한다. 빨간 자동차를 타고 길을 나서면 우리의 희망 ‘고래’를 잡을 수 있다고 말이다. “풍광은 미래의 밝은 세계를, 길과 자동차는 그것을 찾아 나서는 우리의 일상을 상징한다”고 그는 말했다.

‘호랑이의 꿈I’에서는 마침내 두려움이 사라지고 우리의 꿈이 이뤄지는 기쁨을 밝은 색감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전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기암괴석과 소나무는 산수화의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유화물감으로 거칠게 그 느낌을 살렸다. 그는 그림 소재에 적합한 고유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질감표현을 끊임없이 연마한다. 이처럼 20년 그의 작품세계를 특징 짓는 일관된 주제 ‘밝은 빛을 향한 인간의 보편적 희망’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연작처럼 흐른다.

전 작가는 작품 속에서 서로 만날 수 없고 결코 함께할 수 없는 현상과 소재들을 고집스럽게 연결시키며 일탈의 기쁨을 선사한다. 산과 고래, 배와 산, 호랑이의 발톱과 눈웃음, 그리고 산수화와 유화 등. 바로 여행자의 시선으로 붓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대로 “여행의 이미지와 절경을 결합”시킨 작품에는 연작이 주는 반복된 이미지에 어린이처럼 천진한 메시지를 세뇌시킨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씨는 “전준엽의 그림은 이제까지 시도된 적 없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것들로 가득하다”고 평했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전 작가는 미국의 뉴욕·로스앤젤레스·마이애미, 홍콩, 일본의 도쿄·오사카, 독일의 뮌헨 등지에서 33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일본의 아사히신문사에서 기획한 ‘한국대중문화전’ 등 200여 회의 국내외 기획전에도 출품했다. 2008년 한국현대미술제 초대작가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워커힐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에 소장됐다.

전준엽의 ‘인생산수’ 전은 오는 7월 6~23일 서울 인사동 장은선 갤러리에서 열린다.

- 강 정 희 뉴스위크 한국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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