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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스타 ‘견’선생

인스타그램의 스타 ‘견’선생

인터넷에서 인기 얻으며 팔로워가 수백만 명에 이르고 소속사까지 생겨
토스트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약 36만 명에 이르며 인터넷 유명인사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다.
금요일 오후 미국 뉴욕의 한 회의실. 케이트 스투리노가 자기 ‘딸’을 좋아하는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줄줄이 댔다. “리즈 위더스푼이 그 애를 팔로우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드루 배리모어와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Pretty Little Liars, 미국 TV 드라마)에 나오는 그 여배우도 마찬가지다. 그 애의 팔로워 중엔 유명인사가 꽤 많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녀가 말하는 ‘딸’이란 ‘토스트(Toast)’라는 이름의 개다. 구슬처럼 동그란 눈에 입 밖으로 축 늘어진 긴 혀를 가진 열 살짜리 루비 캐벌리어다. 토스트는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 꽤 유명하다. “토스트를 데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에 3~4번은 사람들이 멈춰서서 토스트의 사진을 찍는다”고 스투리노는 말했다. “지난주 한 입양 행사에 참석했을 때 스웨덴에서 온 어떤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정말 반갑다’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될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특기라고는 잠자기밖에 없는 듯한 개 한 마리에게 이렇게 큰 관심이 쏟아지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토스트에겐 신데렐라 같은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스투리노와 그녀의 남편 조시 오스트로브스키[인스타그램 코미디언 ‘팻 주(Fat Jew, 뚱뚱한 유대인이라는 뜻)’로 더 잘 알려졌다]는 5년 전 강아지 공장에서 토스트를 구해줬다. “우리가 처음 데려오던 날 토스트는 이빨이 다 썩고 털이 마구 엉켜 있었다”고 스투리노는 말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홍보 전문가 스투리노는 토스트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토스트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약 36만 명에 이르며 인터넷 유명인사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 DBA에 소속돼 있다. “토스트는 DBA의 유일한 강아지 고객”이라고 스투리노는 말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개들이 꽤 많다. 보도에 똥을 싸고 쓰레기 봉투를 물어뜯는 네 발 달린 짐승들이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 성공적인 브랜드로 떠오르면서 돈벌이의 주인공이 됐다. ‘매니 더 프렌치(Manny the Frenchie)’ 같은 개들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만 명이 넘는다.

이 개들은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기업에서 협찬하는 인스타그램 포스트의 경우 강아지 주인은 건당 수천 달러를 벌 수 있다[토스트는 페브리즈(탈취제)와 스위퍼(청소용품) 등 브랜드의 협찬을 받았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로니 에드워즈는 최근 이런 거물급 개들을 위한 기획사 ‘도그 에이전시(Dog Agency)’를 설립했다.

지난 1월 토스트의 호화로운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인터넷에서 가장 유명한 개 몇 마리를 만났다. 스투리노는 이 결혼식에서 토스트에게 다이아몬드 장식이 들어간 17만5000달러짜리 드레스를 입혔으며 강아지 공장에서 학대 받는 개들을 구조하는 단체를 위해 모금했다고 밝혔다.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토스트의 첫 번째 책 ‘토스트 햄턴: 멋지게 여름 나기(ToastHampton: How to Summer in Style)’(가격 17달러)의 취재를 위해서다. 롱아일랜드(뉴욕 주 남동쪽 해안의 섬)의 부촌 햄턴스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 토스트의 사진이 실린 120쪽짜리 책이다. 선글라스를 쓰거나 스웨터를 입은 사진도 있고 옷을 입지 않은 사진도 있다. 사진마다 토스트 특유의 축 늘어진 혀가 눈길을 끈다.

토스트의 새 책에는 롱아일랜드의 부촌 햄턴스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 토스트의 사진들이 실렸다.
알록달록한 장식품이 가득한 이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에 오른 것들과 비슷하지만 더 크고 화려하다. “토스트는 정말 근사하다”고 스투리노는 말했다. “이 책은 토스트처럼 고급스럽고 근사한 개가 사는 방식을 보여준다.”

스투리노는 오래 전부터 토스트를 주제로 한 책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하퍼콜린스에 연락해 출판 계약을 맺었다. 어떤 독자층를 겨냥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토스트의 팬들, 그리고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스투리노에게는 토스트 말고 개 2마리가 더 있다. 언더팬츠(Underpants)와 머핏(Muppet)인데 그들은 토스트의 ‘형제’로 각자 인스타그램 프로필이 있다. 스투리노에게 토스트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그걸로 먹고 살 만큼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홍보 담당자는 내게 그 수입 중 일부를 개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알려줬다. 책 뒷부분에 강아지 공장의 개들을 돕는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그 일에 도움을 주고 싶은 스투리노의 마음은 진심이다. 인스타그램의 스타 견을 소유한다는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처음엔 가족과 친구들이 좋지 않게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이상한 집착’이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그녀는 돌이켰다. “토스트의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괴상망측한 일’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토스트의 기사가 피플지에 실리고, ‘진짜 주부들’(Real Housewives, 리얼리티 TV 시리즈)에서 토스트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했다. 우습게도 사람들은 그것을 내가 하는 일이 옳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스투리노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토스트가 #스워킹(Swalking)하는 비디오를 보여줬다. #스워킹이란 토스트가 사람에게 안겨서 이동할 때 공중에서 수영을 하는 듯한 동작을 말한다. 그녀는 다른 개들도 #스워킹을 시작했지만 이 분야에선 토스트가 최초이자 최고라고 밝혔다.

스투리노에게 이 모든 상황이 크리스토퍼 게스트의 ‘베스트 인 쇼’(2000)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반려견 대회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마큐멘터리(허구적인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도록 만든 다큐멘터리)다. 의외로 그녀는 순순히 동의했다. “이런 일이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걸 안다. 개가 책을 냈다는 걸 우습게 보는 마음을 이해한다. 토스트가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했을 때 자동차 서비스업체에서 태우러 왔던 일도 마찬가지다.”

토스트는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마치 맥주를 열댓 병이나 들이켠 뒤 거나하게 취해 잠든 남학생 사교클럽 회원처럼 말이다. 가끔씩 기다란 혀가 입 밖으로 축 늘어졌다. 토스트를 인스타그램의 스타로 만든 브랜드 특성 중 하나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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