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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굴기에 맞설 묘수

中 반도체 굴기에 맞설 묘수

오늘날 기술 기반 산업은 국가 간 또 다른 형태의 패권 다툼이다. 우리나라는 30년 전 반도체산업에 첫발을 디딘 후 미국과 일본이 쥐고 있던 세계 반도체 패권을 가져와 국가 경쟁력을 높였다.

최근 한국의 반도체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국가직접회로(IC) 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한 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다. 올해 5월 기준 중국이 1년간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은 7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만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UMC가 중국 푸젠성 샤먼에 62억 달러를 투입해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후 대형 투자가 잇따라 이뤄졌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60%를 차지하는 거대 소비국가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 자급률이 낮다. 중국은 국가적 대규모 투자로 자급률을 높이고 세계 반도체산업의 허브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중국의 반도체 전략은 과거 일본의 전략과 비슷하다. 일본은 미국의 핵심 기술 도입에 힘입어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GE가 컴퓨터 사업에서 손을 뗄 당시 일본은 재빨리 노하우를 사들였다. 소니는 미국이 개발한 VCR을 활용한 신제품을 만들어 시장 선도에 성공했다. 중국 역시 글로벌 기술 확보를 위한 굵직한 인수·합병(M&A)과 인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까지 더해지면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미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에 400~500%대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R&D 자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방한한 마커스 자도트 미 상무부 차관보는 한국도 중국 정부 보조금 정책 제재에 공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찍이 나폴레옹은 “중국을 깨우지 말라.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가 흔들릴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반도체산업으로 한정한다면, 중국은 깨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한 기상’은 아니다. 중국의 장비나 부품, 소재산업의 생태계는 완전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우리 반도체 기술과의 격차 따라 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자장격지(自將擊之, 스스로 장수가 되어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움)’ 즉, 중국 시장으로의 본격 진출이다. 이를 위해 필자가 재직 중인 회사도 중국에 신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 건립을 통해 개발·생산을 현지화하고,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면 급속히 팽창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국내 공장에서는 마케팅과 R&D, 고용량·고품질을 위한 제품 고도화에 집중한다. 이런 투 트랙 전략은 원가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중국 공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공장의 생산능력 이상의 규모를 갖춘 공장으로 키울 계획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잠자는 사자’였던 중국은 깨어났고, 이제 세계의 중심으로 설 준비를 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중국이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거듭난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기술력을 키우고, 대량화 시스템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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