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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하는 체외진단 시장] ‘피·똥·가래’로 건강 지킨다

[고속성장하는 체외진단 시장] ‘피·똥·가래’로 건강 지킨다

사진: 중앙포토
#1. 심근경색이 오면 혈액에 트로포닌이라는 단백질이 늘어난다. 증세가 진행되면 프로포닌이 평소의 30% 정도 늘어난 상태가 4~10일 간 지속된다. 정재성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트로포닌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까다로운 심근경색 진단을 피 한 방울로 해결할 길을 열었다.

#2. 사람의 배변에는 다양한 정보가 들어있다. 미생물 양과 종류, DNA 특성을 분석하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대변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하면 대장암과 연관이 있는 유전자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대장암 체외진단 키트를 개발한 지노믹트리의 성현재 상무는 “DNA 메틸화를 응용한 대장암 진단 기기는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암 조기 진단을 도와 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체외진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체외진단 기기는 혈액이나 대·소변, 콧물과 가래 등을 통해 몸 밖에서 각종 질병을 검사하는 분석기와 시약, 소모품 등을 말한다. 기존의 비싼 의료비용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이 스스로 혈당을 측정하는 자가혈당측정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염색체 돌연변이 등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측정하는 분자진단과, 응급현장에서 신속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현장진단기기(POTC)가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은 로슈·에보트·지멘스·다나허 등 4개 글로벌 기업이 절반에 달하는 48.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64조원에 달한다. 한국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이지만 다양한 기업이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글로벌 시장의 틈새를 노리고 있다. 최재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체외 진단 시장 규모는 2019년까지 연평균 7.3% 증가할 전망”이라며 “한국 진단 업체는 글로벌 업체와 비슷한 품질에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체외진단기업협의회에서는 74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 중이다. 씨젠을 비롯해 마크로젠, 바디텍메드, 아이센스, 바이오니아, 나노엔텍, 엑세스바이오, 랩지노믹스, 파나진 등 원천기술을 보유한 강소 기업이 포진해 있다. 체외진단은 정확한 진단을 통한 의료비 증가 억제, 표적항암 치료에 대한 수요로 동반 진단 증가, 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수요 등으로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시장이다. 이자수 체외진단기업협의회장은 “체외진단 산업은 이제 태동기에서 도약기로 접어들었다”며 “체외진단 기업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대 기업이 글로벌 시장 절반 장악
국내 기업들은 시장 확장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신흥시장 진출, 특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노미숙 박사는 “국내 체외진단 기기는 회사 연구소에서 자체 기술을 개발해 승부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자체 기술력을 통해 성장하고 있기에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서 두드러진 성장이 가능한 분야”라고 말했다.

씨젠이 좋은 예다. 국내 분자진단 업계 1위인 씨젠은 최근 빠르게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글로벌 체외진단 5위 업체인 베컴 콜터, 2015년 7월엔 글로벌 분자진단 4위 업체인 퀴안젠, 9월엔 글로벌 분자진단 6위, 체외진단 11위 업체인 백턴 디킨슨과 ODM 계약을 했다. 최근에는 멕시코와 바이오 디스트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술 이전에 대한 계약을 했다.

현장 응급진단기 제조 기업인 바디텍메드는 최근 미국의 이뮤노스틱스(Immunostics)의 지분 100%와 경영권을 1362만 달러(약 170억원)에 인수했다. 1970년 설립된 이뮤노스틱스는 대변잠혈검사(FOB), 임신진단검사(hCG), 감염성질환 진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현장진단 전문 기업이다. 미국 의료 유통기업에 자사 제품(PB)을 30여년 간 공급해온 기술 기업이다. 바디텍메드는 1년 간의 시장 조사와 실사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인수를 추진, 인수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신속진단기기 개발사인 나노엔텍은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인도에 진출한다. 이 회사는 인도 현지 체외진단 전문 기업인 BHPL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프랜드와 신속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제품에 대해 까다로운 인허가 기준과 높은 세금을 요구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나노엔텍은 BHPL에 신속진단키트 원료 물질과 반제품을 공급해 현지 공장에서 조립·포장한 후 완제품을 생산·유통할 계획이다.

체외진단 시장이 성장하자 국내 제약사들도 관심을 두고 투자를 시작했다. 한독약품은 최근 포스텍 기술지주회사의 1호 자회사인 엔에스비포스텍에 90억원을 투자하며 체외진단 기기 개발에 나섰다. 안국약품은 난소암 진단키트를 개발해 서울 아산병원에서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는 자회사 녹십자엠에스를 통해 혈당측정기기 업체인 세라젬메디시스(현 녹십자메디스)를 인수하고 모바일 체외진단 기기를 개발한 비비비와 독점 판매계약을 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BT)을 융합한 체외진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외진단 기기 시장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하고 있는 의료의 흐름 변화와 고령화, 신종 전염병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성장이 기대된다”며 “앞으로 소형화와 자동화, 기술융합 등을 통해 검사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속속 선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체외진단 기기 가이드라인 발표
제약·바이오기업에서 출원하는 특허가 늘자 정부도 7월 29일 체외진단 기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도 보완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다양한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데 이용하는 차세대염기서열 분석(NGS)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에 대한 성능평가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NGS는 기존 염기서열분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대용량의 시료 또는 전체 유전자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NGS를 이용한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에 대한 성능 평가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기술문서 등의 심사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 요건 등을 자세히 안내하기 위해 마련했다. 안전평가원은 “이번 가이드라인 발간을 통해 NGS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에 대한 연구·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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