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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아궁이스트’ 터보차저] 출력·연비 높이고, 배기가스 줄여

[‘프로 아궁이스트’ 터보차저] 출력·연비 높이고, 배기가스 줄여

가장 강력한 튜닝방법은 터보차저(과급기)를 장착하는 것이다. 엔진 연소실에 압축된 공기를 순간적으로 불어넣어 큰 폭발력을 얻어낸다.
최근 속편 방송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가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화제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배우 유해진씨는 본인을 ‘프로 아궁이스트’라고 칭합니다. 그가 거주하는 집의 아궁이에 불을 잘 붙이는 본인의 모습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겁니다. 유해진씨는 어떻게 아궁이의 불꽃을 점화하는 데 ‘프로’가 된 걸까요. 비밀은 그가 사용하는 부채에 있습니다. 불을 잘 붙이려면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유해진씨는 마치 터보 장치를 장착한 것처럼 배우 남주혁씨 대비 빠르게 부채질을 합니다. 덕분에 아궁이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많아지고 불도 잘 붙는 거죠.

자동차에도 ‘프로 아궁이스트’ 역할을 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터보차저(turbocharger)라는 장치입니다.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자동차 엔진도 경량화(downsizing)하는 추세입니다. 작아지는 엔진의 출력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중 터보차저는 산소를 압축해 실린더에 보다 많이 공급해주면서 엔진 성능을 높이고 연비도 높여주는 장치입니다. 자동차의 ‘프로 아궁이스트’를 만나기 앞서, 일단 가솔린과 디젤의 연소 방법부터 알아볼까요. 우리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불의 3요소로 타는 물질, 공기(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타는 물질은 기름이고 공기는 있으니, 이제 온도만 발화점 이상으로 올려주면 자동차가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엔진 경량화 추세에 최적
발화점 이상으로 온도를 높이는 방식은 디젤엔진과 가솔린엔진이 다소 다릅니다. 디젤 대비 가솔린은 불이 붙는 온도(발화점, 250℃~450℃)가 높습니다. 따라서 가솔린엔진은 점화플러그라는 장치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불꽃을 만들어 가솔린에 불을 붙입니다. 디젤의 발화점(170℃~200℃)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굳이 불꽃을 만들지 않아도 머리를 잘 쓰면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디젤 기름을 뿌려놓거나 분사하면서, 그 위에 있는 공기를 압축시킵니다. 공기가 압축되면 온도가 상승하고, 발화점 이상에 다다르면 불이 붙습니다.

바로 여기서 터보차저가 등장합니다. 터보차저는 공기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에어 펌프(air pump) 역할을 하는 장치입니다. 실린더에 공기를 많이 집어넣을수록 그만큼 많은 연료를 태울 수 있고, 출력도 높아집니다. 유해진씨가 빠르게 부채질하면 불이 더 잘 붙는 것과 동일한 원리죠. 이걸 ‘과급(supercharging)’이라고 하고, 이런 역할을 하는 장치를 과급기(supercharger)라고 합니다.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과급기가 바로 터보차저(turbocharger)입니다.

 박지성 뺨치는 ‘두 개의 심장’ 역할
그럼 터보차저는 얼마나 엔진 출력을 높여줄 수 있을까요. 이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단위가 체적효율이라는 겁니다. 이건 실린더에 들어온 공기의 양을 실린더 연소실의 부피로 나눈 값입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폐활량’에 해당하는 용어가 되겠네요. 체적효율이 클수록 실린더에 분사된 연료를 더 많이 태울 수 있고, 그만큼 엔진 출력도 높아집니다. 일반적인 디젤엔진의 체적효율이 80% 안팎인데, 터보차저를 장착하면 이게 140% 안팎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 수치만 두고 보자면, 터보차저가 박지성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뺨치는 ‘두 개의 심장’ 역할을 하는 셈이죠.

터보차저는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진화했습니다. 무쏘나 코란도 등 2003년 이전 디젤 차량은 1세대 터보차저(wastegate turbocharger)를 활용해 리터당 엔진 출력을 65마력까지 높였습니다.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이용해서 운동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기가스가 배출되는데, 이 배기가스 일부를 포집해서 터빈을 돌리게 한 겁니다. 그래서 이름에 ‘터보(turbo·터빈의 형용사형)’란 말이 붙었습니다.

다만 1세대 터보차저는 실린더에 흡입되는 공기량이 신속하게 증가하지 않고 일정 부분 시간이 지체되는 현상(터보래그·turbo lag)이 있었습니다. 이를 잡아주려고 터빈이 들어있는 공간에 작은 날개 모형의 부품(베인)을 추가한 게 2세대 터보차저(variable nozzle turbocharger)죠. 1990년대 후반 나왔던 현대차 싼타페·베르나나 기아차 프라이드 등은 2세대 터보차저를 통해 터보래그 현상을 개선하면서 엔진 최고 가능 출력을 리터당 80마력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가솔린엔진에도 터보차저 장착 늘어
이후 터보래그를 최소화한 3세대 터보차저까지 나왔습니다. 작은 날개 모형의 부품의 위치를 기존 위치(터빈하우징, 터빈이 들어있는 공간)에서 다른 곳(센터하우징, 터빈과 컴프레셔 사이 바람개비처럼 생긴 부품)으로 바꿔줬더니 터보래그가 거의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차 스포티지 등이 엔진 최고 가능 출력을 리터당 90마력까지 높였죠. 터보차저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허니웰그룹에 따르면, 3세대 터보차저는 1세대보다 출력 20%, 토크 10%, 가속성능 15%, 연비 7%를 높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불완전연소 증상을 완화해 매연까지 줄여주는 만능 재주꾼인 셈입니다.

터보차저는 주로 디젤엔진에 장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솔린엔진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솔린은 휘발성이 강해서 점화가 잘 되니까 굳이 터보차저까지 쓸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솔린엔진 성능을 더 높이려고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3월 르노삼성차가 SM6를 출시하면서 가솔린차에 터보차저를 달았고, 이어 현대차가 쏘나타, 한국GM이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비슷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가솔린은 쉽게 불이 붙기 때문에 디젤만큼 많은 양의 공기는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1세대 터보차저를 장착합니다. 그래도 성능과 연비는 꽤 뛰어난 편입니다. 1세대 터보차저를 장착한 SM6 1.6 GDI 모델은 SM6 2.0 모델과 길이(4850mm)·넓이(1870mm)·높이(1460mm)가 완벽히 동일하지만, 최대토크는 28.6% 높고, 최대 출력도 26.6% 좋습니다. 성능과 더불어 연비(L당 12.3~12.8km)까지 SM6 2.0(L당 12.0~12.3 km) 모델보다 좋아지는 등, 터보차저로 르노삼성차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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