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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밝혀낸 월스트리트의 비리

빅데이터가 밝혀낸 월스트리트의 비리

정치적 연줄 있는 트레이더들, 미공개 내부 정보 이용해 불법이득 취했다
“내부자들이 자기 은행의 커다란 위험부담을 알고 있었으며 위기 전 자신의 보유 주식을 더 많이 매도했다.”
빅데이터는 인간의 행동패턴을 추적하고 예측할 수 있는 방대한 알고리즘이다. 종종 빅브러더 경찰국가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로 그 데이터 집합을 월스트리트의 부정과 비리를 색출하고 노출시키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한 2건의 새 학술연구가 그 증거다. 한 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적 연줄을 가진 기업체 중역들이 금융위기가 닥친 후 정부의 구제금융에 관한 비공개 정보를 토대로 주식거래를 했다. 또 다른 조사에선 많은 은행 간부들이 본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시장붕괴 직전 위험의 도래를 알고 보유하던 회사 지분을 위기 발생 전에 팔아 치웠다.

이 같은 결과는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정부가 금융기업들을 더 강력하게 기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엘리자베스 워렌 연방 상원의원(민주당)이 공식 조사를 요구하는 시점에 발표됐다.

첫째 논문은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당국자·정치인과 밀접한 개인들의 내부자 거래 참여 가능성을 도표로 나타냈다.

콜로라도대학·스탠퍼드대학·나바라대학(스페인)·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연구팀은 조사에서 “금융위기 중 정치적 인맥을 가진 내부자들이 정보 우위를 누렸으며 그런 지위를 거래에 이용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조사는 연방정부가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발표한 뒤 거래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다. TARP는 이른바 ‘독성’ 자산(가치가 폭락한 모기지와 증권)을 매입해주는 정책이다.

연구팀은 TARP 수혜대상 497개 금융업체의 간부 7300명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 정치적 인맥이 큰 수익을 안겨줬음을 밝혀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 회계학과 대니얼 J 테일러 교수는 “은행 규제당국, 연방 상·하원에서 현재 또는 과거에 일했던 이사나 임원을 둔 은행 이사회를 조사했다”며 “그런 정치적 연줄을 가진 은행 이사진은 금융위기 중 거래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고 학교의 경영 저널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시 말해 정부는 누가 TARP 자금지원을 받을지 비공개로 결정한다고 했지만 정치적 인맥이 있는 개인들은 그 결정이 일반에 공개되기 전에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거래했다. 그런 정보가 곧 수익으로 직결됐다. 정치적 인맥 보유자는 불과 3일 만에 4~5%의 수익을 올렸다. 또한 구제금융 수혜 대상과 금액이 발표되기 전 30일 사이 정치 인맥 보유자의 거래량은 평균의 3배를 웃돌았다.

테일러 교수 연구팀의 내부자 거래 추적은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주장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기업 내부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거래한 것만 불법에 해당된다. 이들의 빅데이터 조사는 어떤 기업이 그런 행위를 하는지 색출할 만큼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논문은 정부와 탄탄한 연줄을 가진 거래자가 우위를 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선 연구에선 정치적 연줄 보유자는 증권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제재도 피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둘째 연구에선 은행 임원들이 금융위기가 다가오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시장붕괴 후 대다수는 붕괴의 도래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루빈 당시 시티그룹 회장은 “아무도 여기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유명한 발언을 남기며 이렇게 덧붙였다. “위험에 대한 주기적인 저평가뿐 아니라 주택거품이 수반됐으며 트리플 A 등급의 우수한 평가가 착시를 불렀다. 그런 확률 낮은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내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170개 기업 고위 간부의 주식거래에 관한 SEC의 공시를 토대로 그런 주장을 검증했다. 조사 결과 위기 당시 은행 임원의 회사 지분 매각과 회사 실적 간에 연관성이 드러났다. 그런 연관성은 위기를 부채질한 주택 투자 붐에 많이 노출된 기업에서 특히 두드러졌다고 터키 외즈예인대학, 스페인 마드리드카롤로스3세대학,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학(ICREA연구소) 연구팀은 말했다.

“최근 위기에서 금융업계의 상당수 대변자들은 거품이 터졌을 때 대형 금융기관들이 정말로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 조사에선 내부자들이 자기 은행의 커다란 위험부담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상황을 낙관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위기 전 자신의 보유 주식을 더 많이 매도했다.”

- 데이비드 시로타, 애비 애셔-샤피로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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