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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각막 유전자 검사 기업 아벨리노의 이진 회장] 검사 시간 줄이고 가격 낮추려 창업

[창조가&혁신가 | 각막 유전자 검사 기업 아벨리노의 이진 회장] 검사 시간 줄이고 가격 낮추려 창업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위해 실리콘밸리에 본사... 2015 다보스포럼 테크놀러지 파이어니어에 선정
아벨리노의 이진 회장.
라식과 라섹 시술은 대중적인 시력 교정술이다. 안경이 불편하거나 외모에 변화를 원하는 이들이 많이 선택한다. 시술 받기 전에 안과에서 진행하는 검사가 있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ACD)’ 검사다. 각막 중심부에 흰 반점이 생기며 시력이 저하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시술 전 검사를 통해 질병 유전자 보유를 확인해야만 한다. 만일 유전성 질환이 있으면 부작용 확률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시술을 피해야 한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은 특히 라식과 라섹이 보급되면서 발현이 급증한 질병이다.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주한 가족에서 처음 발견돼 이렇게 이름이 붙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이지만 간편한 검사 한번으로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각막 이상증 검사 방법을 처음 개발한 업체가 아벨리노다. 이진 아벨리노 회장은 10여년 전 아벨리노 유전자 진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제약 기업 글락소스미스 클라인(GSK)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이때 세브란스병원의 의사들을 자주 접했다. 그중 한 명이 세브란스병원 안과의 김응권 교수다.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도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가 빠르게 늘었다. 김 교수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한국보다 일본·미국에서 먼저 기술력 인정
아벨리노는 희귀 질환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신약 개발이 어려웠다. 치료가 어렵다면 확실한 예방이 필요했다.

방법을 찾던 이회장에게 새로운 원군이 나타났다. 유전자 질환을 연구하던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의 이상엽 교수다. 이 교수와 DNA CHIP을 개발하였으나 상용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이 회장은 모든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벨리노 질병 유전자만 분석하면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 교수의 도움으로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유전자 유무를 확인할 시스템인 ‘AGDS(Avellino-GENE Detection System)’을 개발했다. 이 회장은 회사이름을 아벨리노로 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전국 안과 의원을 찾아 다니며 영업에 나섰다. 한국에선 라식·라섹 수술이 가장 많이 진행되는 곳이 일반 안과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의사들을 만나 라식수술과 아벨리노의 연관성을 이야기했지만 대부분 무시했습니다. 안과 학회에 참가해 설명했지만 오히려 미국과 일본에도 없는 검사를 선전하는 사기꾼이란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몇몇 안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검사를 진행하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2010년 일본 최대 라식센터인 시나가와에서 그의 검사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이곳은 일본 라식·라섹 수술의 75%를 진행하는 대형 의료기관이다. 당시 시나가와 센터에서도 라식·라섹 수술 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 고민 중이었다. 처음엔 이 회장을 만나 주지도 않았다. 꾸준히 e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하자 센터장과 10분 면담을 허락 받았다. 직접 만나 검사 방식과 한국에서의 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설명을 마치고 돌아서는 이 회장에게 시나가와 센터장은 다시 연락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나가와 센터에서 아벨리노 검사를 시범 운영할 길이 열렸다. 시범 운영 결과에 만족한 시나가와 센터에선 도쿄·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삿포로의 5대 도시의 센터에 아벨리노 직원을 상주시키고 검사를 시작했다.

미국 현지법인은 2013년 8월 실리콘밸리에 설립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1400개 안과 검사 센터에서 AGDSTM 검사를 진행 중이다. 회사 위치를 실리콘밸리로 정한 이유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 검사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아벨리노의 본사도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연구를 강화했다.

2015년엔 국내 바이오 기업 최초로 다보스포럼 테크놀러지 파이어니어 기업에 선정됐다. 다보스포럼을 여는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가장 혁신적인 기술기업을 선정해왔다. 이전에 선정된 유명 기업으론 구글·페이스북·드롭박스·에어비앤비 등이 있다. 이 회장은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의 권유로 지원했는데 우리가 뽑힐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했다”며 “과학계의 핫 이슈인 유전자 치료제 개발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얼스터 대학과 유전자 치료제 공동 개발
지금 아벨리노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영국 얼스터 대학과 손잡고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공동 연구 협약과 지식재산권 계약을 했다. 얼스터대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척해온 대학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유전자에서 병 들거나 망가진 부분을 잘라내고 건강한 유전자를 접목·편집하는 기술이다. 얼스터대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 이사인 타라 무어 교수는 아벨리노의 각막 이상증 유전자 분석 능력과 한국·일본에서 검사해온 수많은 유전자 분석 정보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얼스터대 연구팀은 최근 쥐를 대상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각막 이상증 치료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벨리노가 진행한 유전자 검사는 55만건에 달한다. 사람 대상의 임상을 앞둔 얼스터대 연구팀에겐 더없이 소중한 자료다. 타라 무어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각막에 발생한 문제를 치료하는 일은 오랜 동안 연구자들에겐 꿈 같은 일이었다”며 “아벨리노의 검사 능력과 경험, 여기에 우리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면 개발할 수 있는 치료제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임상은 글로벌 시험으로 진행된다. 관심을 보이는 나라도 여럿이다. 영국 정부는 수십억원 규모의 연구비 지원을 약속했다. 덴마크도 올해 내 지원 펀드를 확정할 계획이다. 중국 상하이 정부가 출자한 인터내셔널 메디칼센터(IMC)는 300여평 연구시설을 무상 제공한다. 이 회장은 “각막 이상증 치료제 개발은 물론 다른 유전성 안과 질환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며 “유전자 검사·치료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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