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다시 빛 보는 남아시아 미술

다시 빛 보는 남아시아 미술

최근 경매에서 인도 현대 미술가 프랜시스 뉴턴 수자의 작품 등이 예상가보다 높게 낙찰돼
인도 현대 화가 프랜시스 뉴턴 수자의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는 지난 10월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약 18억원에 낙찰됐다.
지난 10월 18일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열린 남아시아 미술 경매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총 490만 달러(약 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써 지난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의 저조한 매출(380만 달러)에서 비롯된 남아시아 미술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가장 고가에 팔린 작품은 인도 현대 미술가 프랜시스 뉴턴 수자의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The Deposition)’(137x170㎝, 캔버스에 유화)로 낙찰가가 130만 파운드(약 18억원), 수수료 포함한 가격은 157만 파운드였다. 예상 낙찰가(40만~60만 파운드)의 2~3배가 넘는 가격이다.

예수의 제자들이 그의 시체를 옮기는 장면을 묘사한 이 그림은 1998년 런던 그로스브너 갤러리에서 1만2000파운드에 팔렸었다. 가격이 18년 동안 무려 80배(인플레율을 반영했을 때)나 뛴 셈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인도 미술가 중 한 명인 수자는 2002년 사망했으며 그의 작품 대다수가 포르투갈 식민 통치하의 인도 고아 주에서 로마 가톨릭교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성장기의 기억을 반영한다.

이 작품과 다른 남아시아 현대 미술품들이 꽤 높은 가격에 팔린 최근 일련의 경매는 이 시장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말해준다. 출처가 분명하고 시장에 새로 선보인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점이다.

수자의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는 경매 초반에 입찰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면서 약 70만 파운드에 낙찰된 뻔했다. 하지만 입찰 대리인 2명(소더비의 야미니 메타와 그로스브너 갤러리의 코너 매클린)이 끝까지 남아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두 사람이 최종 낙찰가를 약 60만 파운드 더 올려놓았고 결국 소더비의 메타가 입찰 경쟁에서 이겼다. 소더비는 이 작품의 구매자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키란 나다르(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수집가)가 아니라 유럽의 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 높은 가격에 팔린 작품은 바수데오 S 가이톤데의 ‘무제’(152x99㎝, 캔버스에 유화)로 인도의 개인 구매자가 낙찰 받았다. 수자의 작품과 비교할 때 예상가는 2배 이상 높은 90만 파운드였지만 낙찰가는 훨씬 낮은 80만 파운드였다. 어쨌든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이 96만5000파운드로 2013년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팔렸을 당시(50만7000달러)의 2배가 넘었다.

지난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비슷한 크기의 가이톤데 작품은 당초 예상가(180만~220만 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가이톤데의 작품은 최근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으며 현재 그는 인도 현대 미술가 중 최고 경매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인도 뭄바이에 있는 경매업체 사프란아트에서 가이톤데의 작품이 최저 예상가를 살짝 웃도는 153만 달러에 팔리긴 했지만 그의 작품에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구매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 경매를 위주로 하는 사프란아트는 그 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총 1039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이 380만 달러에 그친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하지만 미술시장 소식통 중 누구도 그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가격대가 높은 작품들의 성적이 가장 저조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작품들은 예상가보다 고가에 팔렸다. 일례로 몇 개월 전 세상을 떠난 인도의 위대한 현대 미술가 시예드 하이더 라자의 작품(캔버스에 아크릴)은 예상가(10만~15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24만5000달러에 낙찰됐다(그의 초기 작품 중 한 점은 최저 예상가 100만 달러에 도달하지 못해 유찰됐다).

사프란아트 경매에서 최고가에 팔린 작품은 아크바르 파담시의 ‘그리스 풍경’(132x366㎝, 캔버스에 플라스틱 이멀전)이다. 최고 예상가의 2배가 넘는 291만 달러에 낙찰됐다. 인도 미술가 크리셴 카나가 1960년 사들인 이 그림은 그의 뉴델리 자택에 걸려 있었다. 카나는 은행가였기 때문에 작품 뒷면에 ‘K 카나/내셔널 & 그린들레이스 뱅크 Ltd/칸푸르 UP’이라고 쓰여 있다.

소더비의 메타는 “지난 10월 18일 경매에는 시장에 처음 나온 작품이 많았다”며 “젊은 층의 새로운 구매자들에게 관심을 끌 만한 낮은 가격대의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경매는 스위스의 에어컨 엔지니어 돌프 아막커의 소장품 21점으로 시작했다. 그는 1947~61년 인도에서 일할 당시 인도 미술 작품을 수집했는데 인도 현대 미술이 주목 받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그 후 60여 년 동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막커의 소장품들은 약 5000~4만 파운드(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화려한 색상이 눈길을 끄는 M F 후사인의 초기 작품들도 포함됐다. A 가네시 피네의 작품은 7만7500파운드에 팔렸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남아시아 미술 경매가 4~5차례 계획돼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시험장은 뭐니뭐니 해도 오는 12월 뭄바이에서 열리는 크리스티의 연례 인도 미술 경매다. 남아시아 미술 시장의 위신이 달린 행사인 만큼 뉴욕의 저조한 기록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을 듯하다.

- 존 엘리엇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크래프톤, ‘다크앤다커 모바일’ 신규 콘텐츠로 대규모 테스트

2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밸류리츠와 태평로빌딩에 ‘미래공간플랫폼’ 구축

3KT, 전남 고흥서 K-UAM 원팀 1단계 실증 성료…“UAM 통합 운용성 검증”

4맞춤형 화상수업으로 초등 수학을 쉽고 재밌게, 학습지 엘리하이

5아이유, 우리금융과 ‘2년 더’ 광고모델 계약 연장

6넷마블, 대형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24일 오후 8시 정식 출시

7“KB는 다르다”…실버타운 대중화 꿈꾸는 평창 카운티

8CJ올리브네트웍스, hy 논산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구축

9롯데칠성음료, 투명 맥주 패키지로 국무총리상 수상

실시간 뉴스

1크래프톤, ‘다크앤다커 모바일’ 신규 콘텐츠로 대규모 테스트

2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밸류리츠와 태평로빌딩에 ‘미래공간플랫폼’ 구축

3KT, 전남 고흥서 K-UAM 원팀 1단계 실증 성료…“UAM 통합 운용성 검증”

4맞춤형 화상수업으로 초등 수학을 쉽고 재밌게, 학습지 엘리하이

5아이유, 우리금융과 ‘2년 더’ 광고모델 계약 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