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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100대 기업, 글로벌 금융위기 그 후] IT·유통·화장품… 날개 단 내수업체

[시가총액 100대 기업, 글로벌 금융위기 그 후] IT·유통·화장품… 날개 단 내수업체

아모레G·셀트리온·카카오 ‘톱100’ 진입... STX·대우조선·한진해운 등 25곳 탈락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덮친 지 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내외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인다. 주요국에서 초유의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했음에도 경기 회복을 자신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 역시 활력을 잃었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침체를 극복할 컨트롤타워까지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은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제 지형도의 변화에 따라 흥망도 엇갈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을 조사했더니 8년이 지난 현재 25곳이 탈락했다. 그 자리를 새로운 25개의 기업이 채웠다. 조선·해운·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은 지고, IT(정보기술)·유통·화장품·제약 등 내수 중심의 경박단소(輕薄短小) 업종이 부상했다.
8년 전 이맘때, 국내 증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 코스피 주가는 그해 10월 한 달 동안만 509포인트(-35.2%) 하락했다. 특히 10월 21~25일 사이에만 주가가 24% 넘게 빠지며 코스피 지수 10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시장 역시 10월 한 달 간 37% 하락했다. 이후 주가는 서서히 올라 2010년 말 200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길고 긴 ‘박스피(BOX+KOSPI)’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한국 경제 역시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2011년 이후 국내 경제성장률이 세계 성장률을 웃돈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로 떨어졌다고 본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잠재성장률이 2016∼2020년 연평균 2.5% 수준, 2020년대에는 1%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6∼2030년에는 성장률이 1.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2008년 국내 기업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5.7%였는데 2009~2015년에는 1.2%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익성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악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8년 간 7.6%였던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위기 후 7년 간은 평균 5.6%로 줄었다. 이와 달리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5.1%에서 4.9%로 소폭 감소했다. 구조조정 컨설팅업체인 앨릭파트너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15대 그룹 계열사 109곳 중 25%는 2년 내에 도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5대 그룹 계열사 109곳 중 25% 도산 가능성
국내 상장사 중 상위 5%에 드는 시가총액 100대 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본지가 2008년 10월 20일~2016년 10월 20일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변화를 살펴봤더니, 시가총액 합은 8년 전 521조9344억원에서 올해 1033조687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러나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8.2%에서 68.5%로 감소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우울한 8년을 보낸 것은 아니다. 희비는 갈렸다. 본지 조사 결과, 8년 전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25개 기업이 ‘톱100’에서 탈락했다. 그 자리를 새로운 25개 기업이 차지했다. 합병·분할·상장폐지로 비교가 불가능한 7개 상장사를 제외한 93개 기업 중 58곳은 순위가 내렸고, 33곳은 올랐다. 2곳은 그대로였다.

시가총액 100위 자리를 내준 25개 상장사 중 하이트진로와 대구은행·농심·신세계(이마트와 분할)·SK브로드밴드(자진 상장폐지)를 제외한 20곳은 모두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업종에 속했다. 특히 순위 하락폭이 큰 10개 기업 중 9곳이 중후장대형 업종이었다.

순위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STX다. 8년 전 96위에서 올해 1015위로 919계단 내려앉았다. STX의 시가총액은 2조2700억원에서 11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진해운은 80위에서 467로 387계단 내려왔다. 시가총액은 1조5800억원에서 2880억원으로 줄었다.

이 밖에 한진중공업(99위→342위)·동국제강(83위→227위)·대우조선해양(49위→162위)·현대상선(29위→137위)·태광산업(90→195위)·두산인프라코어(72위→147위) 등도 하락폭이 컸다. 현대미포조선·LS산전·대한전선 등도 100대 기업에서 제외됐다.
 고려아연 시가총액 순위 가장 많이 올라
이와 달리 아모레G·엔씨소프트·카카오·이마트·BGF리테일·한샘·CJ E&M 등 25개 기업이 탈락 기업을 대신해 ‘톱100’ 자리를 꿰찼다. 화장품·IT(정보기술)·유통·엔터테이먼트 등 내수 중심의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에 속한 기업이 많다. 셀트리온과 한미사이언스·메디톡스·코미팜 등 제약·바이오업종 대표 기업들도 시가총액 100위에 진입했다. 8년 전에 비해 시가총액 순위 상승폭이 가장 큰 기업은 고려아연이다. 94위에서 31위로 63계단 올랐다. 시가총액은 1조1300억원에서 8조7600억원으로 8배 가까이로 올랐다.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은 77위에서 27위로 껑충 뛰었다.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동부화재는 선전했다. 동부화재는 8년 새 시가총액이 4배 넘게 올라 92위에서 52위로 상승했다. 오리온(95위→57위)·코웨이(73위→38위)·아모레퍼시픽(40위→10위)·기아자동차(39위→14위) 등도 순위가 많이 오른 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과 분할한 후 상장한 아모레G(24위), 2014년 상장한 삼성SDS(26위), 2011년 기업공개(IPO)를 한 한국항공우주(41위) 등도 눈에 띄는 기업이다. 셀트리온은 8년 전 7900억원이던 시가총액이 올해 12조2400억원으로 오르면 순위가 121위에서 25위로 급등했다.
 [박스기사] 2008~2016 시가총액 톱10 기업 살펴보니 - SKT·LG전자 탈락하고 SK하이닉스·아모레 진입
2008~2016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에도 변화가 컸다. 8년 전 ‘톱10’ 중 6곳이 탈락했다. 1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220조6084억원에서 468조4164억원으로 두 배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그러나 톱 10이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33.1%에서 31%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8년 새 시가총액이 76조7400억원에서 227조9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시가총액 비중 역시 11.5%에서 15.2% 증가했다. 그러나 8년 전 시가총액 2위였던 포스코는 10위로, 3위였던 SK텔레콤은 12위로 내려앉았다. 신한금융지주(5위→11위)·KB금융(7위→16위)·KT(9위→33위)도 톱10에서 탈락했다. 8년 전 10대 기업 중 순위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LG전자다. 6위에서 35위로 29계단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14조500억원에서 8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2008년 전 10위였던 현대중공업은 2012년을 정점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25위로 처졌다. 대신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이 21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SK하이닉스(20위→5위)·네이버(24위→6위)·현대모비스(18위→7위) 등도 시가총액 10위에 진입했다.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은 8위였다.

시가총액 톱10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다. 8년 전 40위에서 9위로 31계단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3조6200억원에서 21조6600억원으로 7배 수준이 됐다.
 [박스기사] 활력 잃어가는 한국 기업 - 불황형 흑자로 근근이 버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시가총액 100대 기업은 물론 기업 전체의 성장성이 크게 악화됐다. 본지가 한국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기업경영분석’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하락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8.6%였던 국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이듬해 금융위기 여파로 2.6%로 급락했다. 2010년에는 14.5%로 회복됐지만 이후 매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4년 1.3%로 하락한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0.3%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또한 2010년에는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기업 비중이 22.5%였는데, 지난해에는 45%로 늘었다. 국내 기업 중 절반은 매출이 줄었다는 얘기다. 조선·해운·철강·석유화화 업종의 성장성이 특히 악화됐다.

성장성은 크게 훼손됐지만 그나마 수익성은 나쁘지 않았다. 2005년 5%였던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1년 4.5%, 2013년 4.1%, 지난해 4.7%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 시장과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 역시 불황형 흑자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매출 부진이 이어지면 수익성·부채비율 등 기업 재무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최근 5년(2011~2015년) 간 평균 매출액 증가율 기준 상·하위 25%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익성을 비교한 결과, 고성장 기업군의 영업이익률(6.5%)이 저성장 기업군(3.4%)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기업의 매출 성장성 악화가 향후 수익성 저하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매출 부진이 심화할 경우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제약돼 기업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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