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인 남자는 트럼프 욕할 자격 없어 - 이코노미스트

Home > 국제경제 > 국제 경제

print

미 백인 남자는 트럼프 욕할 자격 없어

미 백인 남자는 트럼프 욕할 자격 없어

여성·부하 직원·아파트 경비원 등 다른 사람 지배해야 남자답다는 의식 유달리 강해
▎뉴욕 트럼프 타워 앞에서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을 성토하는 여성들. 그들은 트럼프의 여성 비하 막말과 성희롱 전력을 집중 공격했다.

▎뉴욕 트럼프 타워 앞에서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을 성토하는 여성들. 그들은 트럼프의 여성 비하 막말과 성희롱 전력을 집중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움켜쥐었다며 자랑하는 동영상을 본 미국인 남성 다수는 상스럽게 허풍 떠는 트펌프와 자신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SNS에서 자신은 절대 그런 식으로 여성을 대하거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주장했다. 그 이야기에 함축된 메시지는 ‘내가 트럼프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그렇게 자만하는 남성 자신도 트럼프 못지않게 허풍쟁이라는 사실이다. 그 동영상을 계속 다시 틀면서 트럼프를 목청 높여 비난하는 TV 논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미국적인 남성성의 핵심 특징을 드러내 보였다. 남성성을 연구하는 오리건대학 사회학 교수 C J 파스코는 그것을 ‘반드시 다른 사람을 지배해야 할 필요성’으로 정의한다.

그 지배의 대상은 여성이나 부하 직원, 아파트 관리인이나 경비원, 다른 남성 또는 다른 나라다. 트럼프의 동영상은 여성에 대한 그의 무례함만이 아니라 그가 동영상 속 대화 당사자인 빌리 부시도 압도하려는 것도 잘 보여줬다. 트럼프는 그보다 더 공격적이고 더 별나고 더 으스댔다. 부시는 그냥 더듬거리며 “대단해요, 당신 여자가 아주 섹시하군요”라고만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완전히 압도당한 모습이었다. 파스코 교수에 따르면 미국 남성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이런 충동이 자신을 ‘남자답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파스코 교수는 미국 남성에 특정해서 그렇게 설명했다. 각 나라는 문화에 따라 다른 사람을 지배할 필요가 없는 남성성의 개념과 전통을 가질 수 있다. 파스코 교수는 “북유럽의 사회주의 민주국가들을 보라”고 말했다. 그곳의 남성성은 좀 더 부드럽다. 그런 특징이 그들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나라들은 부모 양쪽 모두에게 육아휴가를 준다. 또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지도자를 맡는다. 그들로선 여성이나 나른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 국가적 남성 정체성의 일부가 아니다.”

미국 정치는 누구의 남성성이 더 강한지 대결하기 위한 거의 완벽한 무대를 제공한다. 2004년 대통령 선거가 좋은 예다. 정치적으로 막강한 인물인 존 케리(현 국무장관) 민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을 노리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조지 W 부시에게 도전했다. 부시 캠프는 케리 후보를 두고 서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트이며 별난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알며 돈도 많았다. 윈드서핑도 즐겼다. 부시 캠프는 그가 윈드서핑하는 동영상을 이용해 그의 정치적 입장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쉽게 바뀐다고 공격했다.

부시는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명함도 못 내밀었을 텍사스 주 출신의 경량급 정치인이었다. 그런데도 두 후보 중 부시가 더 ‘남성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파스코 교수는 “부시가 ‘진짜 사나이’로 비쳤다”고 말했다. “그는 텍사스 출신이며 카우보이로 총도 쏠줄 알았다. 그는 남자 중의 남자였다.”

다른 잣대에선 그런 평가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었다. 군 경력만 봐도 그랬다. 케리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은성 훈장 1개, 동성 훈장 1개, 명예 전상장(퍼플하트) 3개를 받은 전쟁 영웅이었다. 반면 부시는 주 방위군에서 복무하면서 전투는 구경도 못했다. 효과적으로 홍보하면 그런 사실만으로도 케리가 훨씬 남성적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귀족적이고 이지적인 상원의원의 모습을 한 케리는 남성미 듬뿍 풍기는 마초 카우보이 ‘말보로맨’의 이미지를 투사한 부시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트럼프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멜린다 맥길브레이. 지금까지 여성 11명이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멜린다 맥길브레이. 지금까지 여성 11명이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이 위협 받을 땐 다른 사람을 보는 시각이 왜곡될 수 있다. 코네티컷대학의 크리스틴 먼슈 교수는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남성성을 측정한다며 가짜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녀는 테스트에 응한 학생 중 절반에게 ‘남성적’인 범위에 든다고 알렸다. 나머지 절반에겐 여성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통보했다. 그들의 남성성에 확실한 위협이 되는 자극이었다.

그 다음 학생들은 몇 가지 짧은 시나리오를 동영상으로 봤다. 그중 하나에서 한 남성은 여성과 함께 근사한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 뒤 그 여성의 아파트에 가서 그녀의 저항에도 막무가내로 성폭행을 시도한다. 그 동영상을 본 뒤 ‘여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남학생들은 “성폭행을 한 남성은 아무 잘못이 없고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먼슈 교수가 전했다. “그들은 ‘우린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그들은 가해자인 남성의 편을 들었다. ‘여성적’이란 평가로 자신의 남성성이 위협당한 것이 반발을 부추겨 ‘여성적인’ 피해자를 무시하고 ‘남성적인’ 가해자의 손을 들어 준 게 분명했다.

자신의 남성성이 위협 받지 않은 남학생들은 그와 대조적으로 상당히 관대했다. 그들은 동영상에 나온 여성에게 동정을 표하며 남성을 비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들로선 먼슈 교수의 가짜 테스트로 이미 남성성을 ‘인증’받았기 때문에 구태여 다시 자신이 남성임을 입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되는 부분이다. 다른 연구에서도 남성성이 위협 받은 남성은 예를 들면 여성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을 가능성이 더 컸다.

트럼프의 불쾌한 호언장담도 그렇게 많은 여성에게 피해가 없었다면 우리가 이처럼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 11명이 트럼프에게 성적인 비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들은 그런 일이 수년 또는 수십 년 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들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성희롱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클린턴 캠프와 언론이 배후 조종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부인해도 우리 모두가 그 동영상에서 본 것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희망사항일지 모르지만 규범과 기대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남자 탈의실에서 하는 농담으로 치부한 그의 성희롱 자랑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옛날의 상황 같은 인상을 준다”고 미네소타대학 사회학 교수 크리스토퍼 우겐이 말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문제가 해결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우리가 잘못 생각한다고 믿는 게 확실하다. 파스코 교수는 “미국의 백인 남성 다수는 상당히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그들 대다수는 여성과 소수민족이 약간이라도 이익을 얻으면 자신은 큰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옛 규범의 붕괴로 그들은 남성성 대결의 무대에서 여성을 ‘소품’으로 사용할 기회를 잃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미국 남성의 일부는 무척 가슴 아파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상대가 여성이었기에 더욱 분통스러워 할 것이다.

- 폴 레이번 뉴스위크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