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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눈높이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

경기도 ‘눈높이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

배한일 경기일자리센터장 도내 31개 시·군에 일자리센터 설치, ‘찾아가는 일자리버스’ 등 발로 뛰는 정책 펼쳐



경기도가 다시 한번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2010년 2월 경기일자리센터를 개소하며 상담에서 취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데 이어 지난 9월 경기도일자리재단 출범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도정 과제로 삼아 도민 고용증진에 전면적으로 나선다. 경기도만의 특화된 일자리 사업을 ‘경기일자리센터’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을 중심으로 각각 2주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배한일 경기일자리센터장은 인재 양성만큼이나 기업과 구직자의 ‘매치 메이커’ 역할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2002년 인구 1000만 명을 돌파한 경기도는 이후 13년 넘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 얼마 전 13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 28년 만에 서울시 인구의 1000만 선이 붕괴된 점과 대비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중소기업 중 23%가 경기도에 사업장이 있고, 대학교도 80여 개에 달한다. 수도권 주요 배후도시답게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도 잘 구비돼 있다. 급행열차, 광역급행버스 등 교통시설도 선진국 못지않은 편리함을 갖춰가고 있다.

주거·산업·교통·교육 시설 등의 주변 환경은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우수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기업이 발전하면 경제는 선순환되고 말 그대로 ‘살기 좋은 나라’가 실현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청사진에 큰 걸림돌이 있다. 주변 환경은 순조롭게 조성되고 있지만 정작 함께 일해야 할 기업과 인재의 눈높이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배한일 경기일자리센터장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매치 메이커(Match Maker·중매인)’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요즘 구직자들은 ‘갈 곳이 너무 없다’고 합니다. 반면에 기업은 ‘사람이 없어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공장 가동도 중단할 상황이다’라고 하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요? 한쪽은 일하고 싶어 하고, 한쪽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높은 연봉, 우수한 복지시설, 안정된 고용이 보장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선호한다. 먼지 속에서 기름때 묻히며 하루 종일 기계를 만지고, 작업 현장이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건 원치 않는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중소기업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청년층의 취업준비생 기간을 무한정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 중소기업체가 모여 있는 도내 산업단지에 가보면 1년 내내 구인광고를 붙여놓은 곳이 많다. 설령 누군가 취직을 해도 일주일 또는 한 달 만에 그만둔다. 또 연차가 늘어나 일에 숙련됐다 싶으면 좀 더 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 훌쩍 떠나버린다. 이렇다 보니 기업의 성장은 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통합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이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급조한 정책으로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운영주체 또한 제각각이었다. 취업지원기관과 기업, 구직자 간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결국 개인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청년, 여성, 장애인, 노인 등 계층별로도 관련 기관이 산재해 있어 자신에게 필요한 기관을 찾아 어렵게 발걸음을 떼야 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젊은 층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프라인 정보에 의존해야하는 이들에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찾아가는 일자리버스’는 경기도 전 지역을 직접 방문해 일자리 상담을 해주는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경기도는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을 ‘기업과 인력의 미스매칭’이라 보고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 윈윈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도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여겨 도내 산재해 있던 취업지원기관과 단체 등 민간·공공기관을 온·오프라인 지역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서로의 일자리 정보를 공유했다. 잡카페(Job-Cafe), 대학과 고등학교 내 취업지원센터, 민간 직업안내소 등도 점진적으로 연계했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구인·구직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상담에서 취업 알선까지 원스톱 통합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허브 센터로 2010년 경기일자리센터를 개소했다.

배 센터장은 “경기도 일자리 창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경기일자리센터를 필두로 31개 시·군 곳곳에 일자리센터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읍·면·동에까지 직업상담사를 배치해 도내 어디서든 가까운 곳에서 구인구직 알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죠.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일자리만큼은 도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어요. 구인업체와 구직자 모두의 눈높이에 맞는 상담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영세업체들은 조건이 열악한 곳이 많은데 컨설팅을 통해 복지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구직자가 성장성 높은 중소기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경기도의 일자리 창출을 향한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2년부터는 ‘찾아가는 일자리버스’란 신개념 일자리 지원 정책을 도입했다. 배 센터장은 “도내 전 지역을 직접 찾아가며 일자리 상담을 해주는 ‘움직이는 사무실’”이라며 “대학교, 마트, 산업단지, 전철역, 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취업알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센터가 있는 줄 몰랐던 분들에게 상당히 효과가 있었어요. 도민이 움직이는 기존의 정책을 뛰어넘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접근성까지 용이하게 만든 전략이었죠. 올해 1대가 더 늘어나 총 2대가 됐는데 더 바삐 움직여서 많은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경기도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뒷받침된 다양한 일자리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취업전문 컨설턴트가 밀착상담을 통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도록 단계적으로 도와주는 청년뉴딜, 35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조직사회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청년인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구인난으로 속앓이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도 있다. 도는 올해 화성·고양 지역에 위치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출퇴근버스 운영 및 구내식당 개선, 기숙사 개·보수 등의 사업을 펼쳐 전반적인 근로환경 개선에 도움을 줬다.

배 센터장은 “이 같은 구인업체와 구직자 모두를 배려한 정책이 빛을 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민선6기 일자리 70만 개 창출을 목표로 뚝심 있게 취업지원정책을 펼쳐온 경기도는 지난해 총 24만 명에 이어 올해는 24만5000여 명(10월 말 현재)이 취업에 성공해 전년 실적을 약 2개월 앞당겨 달성했어요. 연말까지 더하면 30%가량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경기도만의 차별화된 일자리 정책을 믿고 지켜봐 주세요.”

- 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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