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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진출 강화한 美 PGA투어] 시장 넓히려 한·중·일 공략 속도전

[동북아 진출 강화한 美 PGA투어] 시장 넓히려 한·중·일 공략 속도전

한국서 정규 PGA투어 CJ컵@나인브릿지 열기로... 군침 흘리던 유러피언투어 주춤
1994년부터 PGA투어의 위상을 높인 백악관 경제담당 부보좌관 출신 팀 핀쳄 커미셔너.
미국남자프로골프(PGA)투어의 동북아시아 진출 전략이 본격화했다. 유러피언투어가 군침을 흘렸지만 규모가 커서 제대로 삼키지 못한 한·중·일 시장에 전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규 PGA투어인 CJ컵@나인브릿지를 10년 간 개최하기로 했고, 중국에서는 3부투어를 더 강화했으며, 일본에 아시아 전초기지를 설립하고 챔피언스 투어도 3년 간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총상금 925만 달러 규모 대회 10년 간 열어
CJ그룹과 PGA투어는 지난 10월 24일 내외신 미디어를 초청하고 엄청난 발표를 했다. 내년 10월 16~22일에 제1회 CJ컵@나인브릿지를 시작으로 10년 간 제주도(클럽나인브릿지)나 여주(해슬리나인브릿지)에서 총상금 925만 달러(약 105억)의 PGA투어 정규 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선수 10명 내외를 비롯해 세계 랭킹 60위 이내 PGA투어 선수를 중심으로 세계 랭킹이 높은 선수 18명 포함한 78명이 4일 간 컷오프 없이 겨룬다. 대회 한번 개최에 드는 제반 비용을 200억이라고 추산하면, CJ그룹은 10년 간 PGA투어에 2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하는 구도였다. CJ가 내놓은 논리는 “2002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만들어져 4년 간 진행되면서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통로가 되었듯, 침체에 빠진 한국 남자 골프가 PGA투어를 통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등용문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CJ가 제시한 논리와는 별개로 국내에서 의혹과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국내 KPGA투어가 한 해 총상금 95억원에 대회를 12여개 남짓 개최하는 현실에서 국내 KPGA투어와의 공동 개최도 아닌 미국 대회를 한국에서 여는 것이 국내 실정과 괴리된다는 게 지적의 핵심이었다. 대회 흥행과 관련한 의문도 제기됐다.

순서상 내년 CJ대회 직전에 열리는 총상금 700만 달러 규모의 CIMB클래식에서 출전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7위인 패트릭 리드에 불과했는데, CJ컵이라고 한국에 올 세계 정상급 선수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은 메이저리그 야구와 미식축구 NFL이 한창인 때다. 막상 대회가 열려도 중계 시간이 미국·유럽과는 시차로 인해 구미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PGA투어 단독 대회가 열리는 건 말레이시아(CIMB클래식)·중국(HSBC챔피언스)의 사이에 개최하는 PGA투어 버전 ‘아시안스윙’의 기본 포맷(78명 출전에 컷오프 없는 4일 대회)을 깨지 않겠다는 투어 수뇌부의 고집 때문이다. 이로써 PGA투어는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 바로 침투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 선수들만 출전한다’는 투어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이 콧대를 높게 세울 근거는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한국 골프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또한 내년 2월 LA의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제네시스오픈(구 노던트러스트오픈)은 현대자동차가 스폰서다. PGA투어로서는 한국 기업이 PGA투어를 찾아오게 만들되, 협상에 들어가면 그들의 방식대로 주도하고 싶은 것이다.

이에 대해 올 초 한국에 지사 사무실까지 열고 신규 대회를 모색하던 유러피언투어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한방 맞은 것일 수 있다. 지난 6년 간 한국에서 이미 발렌타인챔피언십을 개최한 바 있고, 그것도 KPGA투어와 공동 개최로 30명 이상의 한국 선수에게 출전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PGA투어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수만 모은 대회’라는 어젠 다를 한국에서 천명하고 이를 실현시켰다.
 중국에선 HSBC챔피언스와 3부 투어 확대
상하이 HSBC챔피언스는 미국 PGA투어가 중국에서 유러피언투어로부터 투어 주도권을 흡수한 대표적인 사례다.
팀 핀쳄 PGA투어 커미셔너는 지난해 여름까지도 ‘2019년 프레지던츠컵이 중국에서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국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PGA투어가 진출해야 할 가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반부패 정책으로 인해 골프가 억제되고 골프장도 폐쇄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PGA투어는 두 방향에서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뚫었다.

첫째는 최상층부에서의 접근이다. 프리미엄 대회를 열어 중국의 자존심도 추켜주고 골프에 대한 관심도 끌어낸다. 올해 12년째를 맞아 상하이에서 열리는 HSBC챔피언스는 미국의 진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손님에서 출발한 PGA투어는 지금 이 대회를 쥐락펴락한다. 지난 2005년 유러피언투어로 시작한 HSBC챔피언스는 유럽과 아시아에 사업장을 가진 HSBC은행이 어마어마한 초청료로 타이거 우즈를 출전시키는 등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09년에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6대 투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WGC(월드골프챔피언십) 규모로 격상됐다. 그러면서 대회 일정은 미국 PGA투어 시즌이 끝나는 11월로 옮겨졌고, 미국 선수들에게도 제한적이나마 출전 자격을 부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유러피언투어가 주도권을 가졌고, 미 PGA투어도 2012년까지는 비공식 이벤트 대회로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미국이 본성을 드러냈다. 플레이오프인 페덱스컵에 포함시켰고, 상금을 700만 달러에서 850만 달러로 올리고 챔피언에게는 3년 간의 PGA투어 출전권을 주는 대회로 만든 것이다. 올해 상금액은 무려 950만 달러로 올라 미국을 제외하고는 디오픈을 제치고 가장 큰 상금액을 자랑한다.

PGA투어가 중국에 접근하는 두 번째 방법은 아래로부터의 접근이다. 투어를 열어주는 것이다. PGA투어는 2년 전부터 중국 핑안은행과 함께 3부리그 격인 차이나투어를 매년 12개씩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본토를 떠나 홍콩에서 총상금 120만 위안(약 2억원) 규모의 클리어워터베이오픈을 11월 3~6일 일정으로 신설했다. 이에 따라 미 PGA투어가 주도하는 차이나투어는 5월 9일에서 시작해 11월 말까지 13개 대회를 연다. 총상금은 1560만 위안(약 26억원)에 불과하다.

13개의 대회는 국내 KPGA투어보다는 작고 국내 2부투어인 챌린지투어보다는 큰 상금 규모다. 상금 순위가 높으면 PGA 2부투어 출전권도 부여해 한국 선수들도 제법 출전한다. 올해 8개 대회에 출전한 김태우가 38만1575위안(약 6435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8위에 올라 있다. 김태우는 백두산에서 열린 핑안프라이빗뱅크완다오픈에서 우승했다. 현재 상금 선두는 9개 대회에 출전한 저창더우로, 상금은 106만9920위안(약 1억8044만원)이다. 쪼그라든 KPGA투어로 인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국내 중하위권 선수들은 차이나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미 PGA투어는 2009년부터 퀄리파잉스쿨 시스템을 없애고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를 뛰어야만 PGA투어 출전 자격을 주는 시스템을 갖췄고, 하위 투어인 3부투어를 만들어 우등생에게는 웹닷컴투어 출전권을 주는 이른바 ‘투어의 피라미드식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지난 2011년 PGA라틴아메리카 투어를 시작으로, 2012년엔 캐나다투어를 인수했고, 2014년에 만든 게 차이나투어다. 진출하는 나라에는 유소년을 위한 퍼스트티 프로그램이나 TPC코스 설립 등 기타 사업을 병행하는 등 훗날을 위한 사업 아이템도 다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 아시아 지사 세우고 챔피언스투어 열어
미 PGA투어는 동북아의 커지는 골프 시장에 맞춰 일본을 베이스 캠프로 삼고 도쿄에 아시아 지사를 열었다. 팀 핀쳄커미셔너는 지난 10월 26일 PGA투어를 방송하는 일본의 골프케이블인 주피터골프네트워크의 이시이 마사시 사장을 PGA투어 아시아 지사 부사장으로 발표했다. 핀쳄은 지사 개소식에 참여해 “일본은 골프에 중요한 시장이고 PGA투어는 이곳에 뛰어들 정확한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면서 “지난 2001년 골프월드컵에서 기회를 봤는데 다가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새로운 골프 사업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PGA투어는 오는 2020년 일본하계올림픽의 골프를 앞두고 국제골프연맹(IGF)과 함께 골프대회 개최지인 가스키가세키골프장의 코스 진행을 돕기로 했다. 핀쳄은 새롭게 2023년 프레지던츠컵을 일본에서 개최할 것을 타진하고 있다. 2019년 중국에 제안했던 개최 카드는 이미 두 번 개최했던 호주 멜버른으로 다시 돌아갔으나 4년 뒤의 개최지는 중국이나 일본 중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PGA투어는 이번에 아시아 지사를 개소하면서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와도 보조를 맞춰나가기로 했다. 또한 국제업무, 글로벌 상거래 및 인터내셔널 미디어, 라이선스, 스폰서십, 골프 대회장과 관련된 일을 담당할 예정이다.

사무소 설립 발표 1주일 전 PGA투어는 내년부터 3년 간 챔피언스투어 재팬 항공챔피언십을 나리타골프클럽에서 개최하기로 발표했다. 9월 4일부터 열리는 이 대회는 총상금 250만 달러로 열리는데, 미 PGA투어가 일본에 진출하는 첫 번째 정규 투어 대회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포스코건설송도챔피언십을 개최한 적이 있다.

PGA투어는 이처럼 동북아 3개국에 대한 진출을 전격적으로 추진했다. 10년 간 PGA투어는 한국에서 열고, 중국에서는 3부투어에 대회를 신설해 규모를 확대하고, 일본을 아시아의 거점으로 두고 챔피언스투어를 신설했다. 모두 다른 타깃을 겨냥했으나 동북아에서 골프 맹주로 우뚝 서겠다는 계획만은 뚜렷하게 잡은 듯하다.

유러피언투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경제 위기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아시아 자체적으로는 아시안투어나 원아시아투어 등 나라별 투어가 이합집산하고 있는 이때가 PGA투어가 진출하는 적기일 수 있다. 올해 말로 23년의 임기를 마치는 핀쳄이 PGA투어에 남기고 가는 마지막 업적이자 과제일 수도 있겠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동북아에서 밀린 미국이 내년부터 경제적으로는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할 공산이 크지만, 골프는 최고의 상품인만큼 적극적으로 동북아에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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