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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 세계 원두 생산량의 7%만 스페셜티 커피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 세계 원두 생산량의 7%만 스페셜티 커피

커피 향, 재배지, g당 결점 수 등 기준 까다로워... “커피는 와인과 술의 대체품”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 / 사진:중앙포토
커피를 ‘멋’으로 마시던 때가 있었다. ‘시큼하고 쌉싸래한 검은 음료’는 왠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요즘은 커피를 ‘맛’으로 마신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원두 수입량은 13만7794t으로, 한 해 동안 130억 잔의 커피가 만들어졌다. 20세 이상 성인이 연평균 360잔을 마셨다는 의미다. 하루 한 잔 꼴이다. 커피는 대중화를 넘어 일상에 스며들었고 보다 맛있고, 보다 특별한 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스페셜티(Specialty) 커피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말은 1976년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커피 국제회의에서 ‘재배 지역의 특징에 의해 개성 있는 맛과 향을 갖춘 커피’라는 의미로 쓰였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확한 기준이 갖춰진 것은 1980년대 스페셜티커피협회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이들 협회는 꼼꼼한 기준으로 원두를 평가하고 일정 기준 이상을 통과한 원두로 만들어야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한다. 현재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양대 산맥은 미국스페셜티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다. 그리스인인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41)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은 커피를 “와인과 술의 대체품”이라고 말한다. 그는 와인·맥주·음료 업계를 거쳐 8년 전 커피 업계에 몸을 담았다. 야니스 부회장은 “와인 사업은 자연스레 커피 업계로 영역이 넓어졌고 특히 스페셜티 커피는 매우 중독성 있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란.


“한 잔의 좋은 커피에 담긴 가치와 그게 공급되는 과정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하게 재배하고 전문적으로 로스팅한 최상 등급의 원두를 최고의 품질로 완벽하게 추출해 적절한 온도로 서빙하는 지속가능한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는 결국 소비자의 눈으로 결정된다. 커피는 매우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고 모두에게 다르게 느껴진다. 단순히 컵에 담겨 있는 내용물 외에 많은 요소에 의해서 커피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예컨대 앉아 있는 방의 온도나 내가 머물고 있는 나라, 커피를 마실 때 내 기분 등이다. 이런 요소는 커피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분명히 커피를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에 변화를 준다.”



커피 향, 재배지, g당 결점 수까지 따져서 스페셜티 커피를 선정한다고 하던데.


“크게 7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원두가 중요하다. 고유의 향과 개성이 뚜렷한지를 본다. 300g당 결점이 있는 원두의 수도 적어야 한다. 재배 지역의 고도·기후·토질과 생산자의 기술도 기준이 있다. 고지대에서 재배한 커피일수록 등급이 높다. 제대로 경작해서 올바르게 수확해 가공·선별을 거쳐 유통한 원두여야 한다. 이 원두의 고유의 향미와 개성을 살려 로스팅해야 한다. 그리고 로스팅한 원두를 숙련된 바리스타가 각종 추출 기구를 올바르게 사용해서 추출해야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 받는다. 생두의 원활한 공급이 보장되고 항상 균일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을 평가해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는 원두로 만든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다. 세계 원두 생산량의 7% 정도뿐이다.”



스페셜티 커피에서 바리스타의 역할은.


“원두 재배·수확·유통·로스팅도 중요하지만 바리스타의 역할이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 물론 커피는 종합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농부부터 바리스타까지 좋은 커피 한 잔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는 40여 년이 지났다. 물론 소비자의 더 나은 커피 한 잔을 즐기려는 열망과 지속가능한 구매에 대한 관심이 이유다. 이 두 요소는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비싼 가격은 스페셜티 커피 성장을 방해하지 못한다. 큰 방해물은 교육이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급격히 성장하는 데는 해당 산업의 종사자들이 차별화를 위해 더 나은 지식과 더 나은 교육을 열망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 협회의 역할도 이것이다. 지식·교육을 제공해왔고, 나아가 사업 수단을 제공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는 회원제다. 같은 마음의, 열정적인 커피 업계 종사자가 모여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추구하고 차세대를 위해 이 존재를 유지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의 교육 프로그램은 커피 생산의 모든 요소를 다룬다. 해당 산업의 지식과 인식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커피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최신 과학연구와 사업수단, 재원이 지지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커피 행사(World of Coffee)를 열고 통찰력 있는 논의·토론·교육과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우리 회원은 한국을 포함해 100개 국가에 퍼져 있고 지난 5년 간 8만 개의 자격증을 발급했다.”



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와 미국스페셜티협회가 굳이 통합하는 이유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커피 산지가 가진 단기적·장기적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이끄는 경계 없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이 필요성이 두 협회를 통합하게 하는 이유다. 최근 두 협회는 착실히 성장했고 같은 목적으로 노력해왔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협력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다른 접근법을 내세웠다. 두 협회 모두 회원 확장 등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노력했고, 회원제·행사·교육 같은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스페셜티 커피 커뮤니티에 도움이 안 된다. 사실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도 두 협회는 업계에 혼란과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통합은 3년 전부터 논의됐고 내년 1월 1일 두 협회는 하나가 된다. 이는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뭔가 다른 것을 찾고 있어서 시장이 풍성해지고 있다. 독립적인 카페들이 이런 스페셜티 커피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고 그 역할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경쟁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카페의 콘셉트를 빌려오려고 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11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행사였다. 행사에 참여한 다양한 참여자를 보며 커피가 지역적인 경계를 넘는 상품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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