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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노리는 중국 최고 갑부

할리우드 노리는 중국 최고 갑부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레전더리 프로덕션에 이어 딕클라크 프로덕션도 인수해
왕젠린은 자산 약 38조원으로 포브스가 발표한 중국 부호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몇 년 전부터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추세가 나타났다. 중국 영화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제작사가 중국인 영화 관람객의 구미에 맞추려 애쓰는 모습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2014년 작품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보라. 유명 중국인 배우들이 출연했고, 중국의 명소에서 촬영됐으며, 중국 상품의 간접광고까지 들어 있다. 공을 들인 만큼 효과가 있었다. ‘트랜스포머’ 4탄인 이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는 중국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수입을 올렸다(그러나 얼마 후 제임스 완 감독의 ‘분노의 질주: 더 세븐’과 저우싱츠 감독의 중국 영화 ‘미인어’가 그 기록을 깼다).

아이맥스의 리처드 겔폰드 CEO도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에 아주 낙관적이다. 지난해 12월 그는 중국이 흥행수입과 스크린 수에서 내년까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의 영화 흥행수입은 67억8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는 미국의 연간 평균 흥행수입 100억 달러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이처럼 중국의 영향이 할리우드에 깊이 스며드는 상황에서 최근 중국 최고 갑부 왕젠린(62) 완다그룹 회장은 영화·TV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지난 11월 3일 완다그룹은 미국의 딕클라크 프로덕션을 1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딕클라크 프로덕션은 골든글로브 어워드·빌보드 뮤직 어워드·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미스 아메리카 등을 제작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몇 년 전부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 투자해온 완다그룹이 TV 제작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2012년 왕젠린 회장(오른쪽)은 미국에서 300개가 넘는 영화관을 거느린 AMC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거부들도 경계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왕젠린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다롄완다그룹(줄여서 완다그룹으로 표기한다)의 창업자이자 회장(CEO)이다. 1970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16년간 군 생활(국경 경비대원으로 시작해 대령으로 제대했다)을 한 다음 1980년대 말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0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중국 부호 명단에 따르면 왕젠린은 자산 330억 달러(약 38조원)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완다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은 그가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부동산 매입으로 시작됐다. 2012년 미국에서 300개가 넘는 영화관을 거느린 AMC엔터테인먼트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거기에 중국에서 운영하는 200개 이상의 영화관을 합치면 완다그룹은 세계 최대의 영화관 소유사다. 완다그룹이 소유한 AMC는 곧 유럽 최대의 영화관 체인 오데온 & UCI를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할 예정이다[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승인 절차만 남았다].

완다그룹의 가장 대담한 모험은 지난 1월 할리우드 제작사 레전더리를 35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이로써 완다그룹은 할리우드에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레전더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을 비롯해 ‘쥬라기 월드’ ‘고질라’ 등 블록버스터를 제작한 스튜디오로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 중 하나인 유니버설과 배급 계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할리우드를 지배하려는 왕젠린의 야망 실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그는 할리우드의 6대 스튜디오(소니·폭스·유니버설·파라마운트·디즈니·워너브러더스) 중 하나를 갖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지난 7월 완다그룹이 파라마운트의 지분 49%를 매입하려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곧바로 협상이 결렬된 듯 완다그룹은 소니와 영화 제작에 공동 투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과 중국 양쪽의 영화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지난해 왕젠린 회장(가운데)은 스페인 프로 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레전더리가 유니버설과 손잡고, 완다그룹이 소니와 제휴한 것만으로도 왕젠린은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그는 최근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에 자신의 야망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 전부에 투자하든지 해서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인수 가능성도 계속 타진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분간은 투자를 통해 제작에 참여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한편 그의 관심은 영화 산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완다그룹은 스페인 프로 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매입했다. 또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그는 1000점 이상에 이르는 미술품을 소장한다. 2820만 달러에 구입한 피카소 작품을 포함해 전체 가치가 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의 열성팬이라는 점이다. 그는 할리우드 리포터에 “나의 뮤즈는 니콜 키드먼”이라고 밝혔다. “내가 젊을 때 아주 좋아했다. 그녀는 정말 아름답다.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 투파옐 아메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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