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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군침 돌게 하는 ‘트럼프 효과’

투자자 군침 돌게 하는 ‘트럼프 효과’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기업가이자 정계 아웃사이더의 대통령 당선이 미국 경제에 도움될 것”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 칼 아이칸은 “트럼프 당선인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까? 대다수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운용 능력을 의심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기업사냥꾼’(1984년 트랜스월드항공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유명하다)으로 불리는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 칼 아이칸은 미국인이 선택한 새 정부를 그들보다 훨씬 더 낙관적으로 평가한다.

오랜 트럼프 지지자인 아이칸 회장은 지난 11월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글로벌 투자전망 서밋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두고 “아주 뛰어난 사람들이 그의 주변을 에워쌀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미국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1964년 인종과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한 역사적인 ‘민권법’을 통과시킨 존슨 대통령의 업적을 두고 한 말이었다.

트럼프 내각에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 적 있는 아이칸 회장(그러나 본인은 “내가 워싱턴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 평생 누군가를 위해 일해본 적도 재무장관이 되는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은 특히 자신과 같은 기업가이자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사실에 만족과 기대를 동시에 표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재계와 전쟁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기득권층이 워싱턴에서 권력을 잡은 결과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경제를 침체에서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에서 지나치게 앞서간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같은 과도한 규제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머리가 아주 비상하며 공감대 구축에 능숙하다.”

아이칸 회장은 최근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예측함으로써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그는 선거 다음날인 지난 11월 9일 새벽 트럼프 후보 당선 축하 파티장을 빠져나오면서 급락하는 주식 선물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이 80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을 두고 “시장이 미친 듯이 하락했다”며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10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그 직후 트럼프가 당선 수락 연설을 통해 경제정책과 관련해 유세 때보다는 다소 완화적인 태도를 보이자 주식시장에도 안도감이 확산됐다. 다음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1% 이상 상승세로 마감됐다.

그렇다면 아이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주식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까? 그는 발빠른 투자로 거액의 수익을 올렸으면서도 선거 직후의 증시 급등 현상이 약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상승세가 지속되면 나 같으면 보유분을 좀 덜어내겠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투자자들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부정적이라거나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 전날 아이칸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경제 라인 조각 인선에 지지를 표했다.

뉴욕 퀸즈 출신의 기업가인 아이칸 회장은 동료 기업가로 대통령에 선출된 트럼프 당선인과 수십 년 동안 가까운 사이였다(그는 트럼프를 파산에서 여러 번 구해줬다). 아이칸 회장은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트럼프가 아주 뛰어난 사업가는 아니다”고 약간 폄하하듯이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럼프 당선인의 사업 수완에 관한 아이칸 회장의 언급은 그보다 훨씬 더 우호적이다.예를 들어 CNN의 파피할로 새터데이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칸 회장은 미국 회사가 자사 제품에 해외에서 생산된 부품이나 소재를 사용하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을 옹호했다(하지만 그런 관세는 기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주요 자유무역협정과 무역기구에서 탈퇴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으로 관세 대상은 더 확대될 수 있다). 아이칸 회장은 해외에서 생산된 부품이나 소재가 미국에서 생산된 것보다 못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중국에서 많은 제품을 수입하는데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그중 일부는 미국 제품과 비교할 때 질이 떨어진다.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미국 기업은 앞으로 상당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예를 들어 수입되는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 같은 업체가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에서 제조되는 상품이 크게 늘어난다. 이제 미국의 제조업이 부흥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 시대의 ‘승자’에 관해선 “중소기업이나 모험과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기회를 잡으려는 사업가 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업 정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법인세율을 현재의 35%에서 15%로 대폭 내리는 것이다. 그 외 환경 정책의 변화도 재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당선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까지 감축한다는 환경보호국(EPA)의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과 대규모 토목공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제하는 수질오염방지 법(Clean Water Act)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증시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가 아이칸 회장만이 아니라는 점도 그리 놀랍지 않다. 자산운용업체 UBS 웰스 매니지먼트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투자자 1200명 중 미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비율이 선거 이전의 39%에서 현재 48%로 늘었다.

그들은 아이칸 회장과 함께 투자 수익을 좀 더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트럼프의 세금 정책을 기대할지 모른다. 트럼프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법(ACA, 일명 오바마케어)의 일환으로 2013년 도입한 순투자 소득세도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자나 배당 같은 투자 소득이 있을 경우 가구 규모에 따라 정해진 한계를 넘어선 소득분에 3.8%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사라지면 불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겐 더 없이 좋다.

- 리디아 오닐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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