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가정에서 먼지 덩어리를 분석한 결과 절지동물 600여 종의 DNA 확인돼

집안 구석에 굴러다니는 먼지 덩어리에는 흥미로운 사연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집안 먼지 덩어리 속에 든 DNA를 조사한 결과 인간은 수많은 신비로운 생명체와 한지붕 아래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 전역의 가정 곤충 지도까지 만들었다.

연구팀은 미국 48개 주의 700여 가구에서 먼지 덩어리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절지동물 600여 종의 DNA를 확인했다. 절지동물은 동물분류학상의 한 ‘문’으로 곤충과 거미 등이 포함된다. 그 결과는 최근 학술지 분자생태학에 실린 ‘미국 전역의 가정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절지동물’이라는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가정에서 파리와 나방, 또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사는 진딧물 같은 곤충 여러 종의 DNA가 발견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의 앤 매든 연구원은 집먼지 진드기, 수시렁이, 화랑곡나방, 초파리, 벼룩, 진딧물에 기생하는 곤충, 심지어 말벌까지 흔히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집안에는 우리가 전혀 몰랐던 먹이그물(food web,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먹이사슬 전체를 가리킨다)이 있다.”

집안에서 발견되는 절지동물은 배설하거나 다리를 잃거나 죽을 때 DNA를 떨어뜨린다. 그 조각들이 먼지 속에 들어간다(진드기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실제로 먼지 덩어리 속에서 살지 않는다). 매든 연구원은 실내에서 서식하지 않는 말벌과 반딧불이의 DNA가 미국의 많은 가정에서 발견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 곤충이 집을 통과해 지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연구팀은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침습적인 곤충 투르키스탄 바퀴벌레가 미국 남부에서 북·동부로 퍼져나가 매사추세츠 주까지 전파된 사실을 확인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매든 연구원의 동료 매튜 버톤은 지난 1월 학술지 피어J에 ‘실내의 절지동물’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가 이끈 연구팀은 500가구의 집에 들어가 절지동물을 조사한 결과 미국 가정에는 평균 100종의 절지동물이 산다고 결론지었다. 거미, 수시렁이, 혹파리, 개미는 거의 모든 집에서 발견됐다.

캘리포니아과학원의 곤충학자 미첼 트라우트웨인은 “우린 다양한 절지동물과 한집에서 살아간다”며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희한하게도 여러 집에서 바닷가재 등 해양 절지동물의 DNA를 발견했다. 음식을 조리할 때 연기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 가정에선 브라인 슈림프의 DNA가 발견돼 연구팀을 당혹스럽게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집에 수족관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동물플랑크톤인 브라인 슈림프는 물고기 먹이에서 나온 듯하다.

- 더글라스 메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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