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맥짚기] 중국의 보복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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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중국의 보복 아직 끝나지 않았다

[증시 맥짚기] 중국의 보복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 관련주 하락 지속 전망... 한국·미국 정치 불확실성도 악재



summary | 정치적 사건은 사건 자체도 문제지만 증시 상황이 나쁠 때 하락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장이 어떤 형태로 움직일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2000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올해 시장을 마무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식시장이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의 영향이 특히 크다. 1980년 10.26사태 이후 정치가 이렇게 오랜 시간 시장에 영향을 미쳤던 예가 없을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장 상황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완전히 정리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조기 대통령 선거 유무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영향력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면서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사건은 주식시장에 짧고 굵게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일순간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얘기다. 지금은 이벤트를 넘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 있어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석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정치적 불안정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지 않다. 11월 중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계속하고, 유럽·일본 주식시장도 10% 가까이 오르는 동안 우리 시장은 12월 초에 1950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차이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인 불안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한다.

정치적 불안이 주가를 직접 움직이는 1차 영향이었다면, 2차는 경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움직이는 형태가 될 것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취약한 경제구조에 리더십 부재라는 정치적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인데, 성장 둔화가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대선이 조기에 마무리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상황이 안정될 것이다.

중국 관련주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예상됐던 일인데, 7월에 사드 배치가 결정됐을 때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주로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여행주가 약세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30~50%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30~50% 하락한 중국 관련주
하락은 두 단계로 이뤄졌다. 첫째는 7월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직후 나타났다. 중국의 제재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지만, 언론을 통해 여러 제재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공포심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 둘째 하락은 11월에 중국의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시작됐다. 제재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는데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이 중단되고, 중국 당국이 인허가를 까다롭게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비공식 경로에 의한 제제가 문제가 됐다. 공식적인 제재는 시점과 주체가 명확해 그들의 동향만 파악하면 된다. 전례가 있으면 과거 행태를 참고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반면 비공식적인 경우 제재의 주체나 시점 모두가 불분명하다.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건지 아닌지조차 파악할 수 없어 대응이 어렵다.

상황이 불확실할 때 투자자들은 최악을 가정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주가가 2014년 중반 현대자동차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현대차 주가는 금융위기 직후 경쟁력 향상과 1400원에 달하는 원·엔 환율을 바탕으로 3만원에서 27만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20만원을 바닥으로 오랜 기간 옆걸음을 계속하다, 2014년에 한전부지 매입을 계기로 급락했다. 외부 충격이 주가를 중요 지점 밑으로 끌어내린 사례다.

시장 밖에서 발생한 충격은 빠르게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와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기 전에도 중국 관련주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 후유증을 계속 겪고 있었는데,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주가가 완전히 후퇴해 버렸다. 당분간 중국 관련주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주가가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생겼지만, 중국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커 한동안 하락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 관련주라 해도 아모레퍼시픽 같은 1등 기업은 문제가 없다. 이미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끝난데다, 중국 이외 곳에도 성장 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자산 구조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2등 이하에 있는 기업들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실적이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중국 관련주 중 후발 주자이거나 매출이 편중된 기업의 주가가 선도기업보다 더 떨어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중국 관련주가 안정을 찾으려면 주가가 어떤 악재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하락하든지, 아니면 탄탄한 수익성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상승을 감안하면 아직 바닥에 온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이란 핵심 상승 동력이 의심받고 있어 언제든지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대선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상승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가 당선 연설에서 인프라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선거 직후 금리가 급등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경제도 좋아졌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3.2%다. 올 1분기를 바닥으로 강하게 상승하고 있는데 의외의 상황이다. 애초 미국 경제는 올 한해 내내 침체를 면치 못할 걸로 전망됐었다. 소비를 제외한 전 부문이 약한데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7년 가까이 경기 확장이 계속돼 피로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공약 이행 여부 미지수
예상과 달리 하반기 들면서 저금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트럼프 당선 이후 재정을 통한 인프라 투자 계획이 더해지면서 회복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긍정적인 변화인 게 분명하지만 살펴봐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금리 상승을 촉발시킨 공약들이 실현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행정부가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다면 불가능할 것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은 공화당의 기본 방향과 맞지 않다, 재정적자 문제가 과거 선거에서 여러 번 공화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도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될 것이다.

금리 상승이 지금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텐데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업투자가 약화하고, 에너지 기업들의 도산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순차적으로 달러가 강세가 될 텐데 이는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제조업 육성 정책과 맞지 않다. 자산 가격도 문제다. 이미 부동산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할 정도로 자산 버블이 커졌는데. 금리가 크게 오를 경우 자산 가격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기업실적은 현재 주가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좋진 않다.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어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미국시장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하락할 경우 우리 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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