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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 전망 | 북한 급변 사태 일어날까] 김정은 체제 ‘붕괴 징후’ 없어

[2017 경제 전망 | 북한 급변 사태 일어날까] 김정은 체제 ‘붕괴 징후’ 없어

대북 제재에도 사회·경제적 혼란 적어 … 체제 균열은 서서히 진행 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공군) 지휘관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12월 4일 보도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상상할까. 아마도 대부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독일의 통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전망은 과연 합리적인가. 이라크에서 독재자 후세인 동상이 쓰러졌다고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평양의 급변 사태는 베를린과 바그다드의 사례 중 어느 쪽과 비슷할지 누구도 명확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 급변 사태 이후 통일을 가정한다고 해도 의문이 남는다. 물론 그 전에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급변사태는 과연 일어날까? 어떤 경우가 급변 사태일까?

이홍구 국토통일원 장관은 1990년 2월 23일 청와대에서 “북한에서 동구에서와 같은 급변 사태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예상 사안별 대응 방안을 수립한다”고 보고했다. 80년대 말 동구의 변화, 그리고 중국의 혼란(천안문 사태)을 보면서 북한의 경우도 자연스럽게 ‘급변 사태’라고 표현했다. 그동안의 급변 사태 논의를 종합해 보면 다음처럼 설명할 수 있다. 북한의 불안정 요인이 급속하게 촉발돼 체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상황이다. 이런 불안정은 대내외의 무력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위기상황을 급변 사태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체제 비교적 안정적 평가
북한의 급변 사태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정치적 진공’이다. 가정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첫째,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과 노동당이 제거 또는 와해한 후 이를 대체하는 세력이 나타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김정은이 사망해도 누군가 권력을 대체한다면 급변 사태라고 말할 수 없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둘째, 권력을 쟁취하려는 두 개 이상의 경쟁 세력이 대립하면서 누구도 권력을 독점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면 급변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사망 이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진단해야 한다. 또한 주변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에 어떻게 개입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평가하려면 우선 권력승계를 완성했는지 판단해야 한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이 사망한 직후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7월 17일에는 공화국 원수에 올라 제도적 지위를 모두 승계했다. 또 36년 만에 제7차 당 대회를 개최하고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이는 단순한 권력승계를 넘어 체제의 정상화 및 보통화 그리고 김정은 권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계속적인 도발로 경제적 곤란을 가중시켰다.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이어갔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유엔은 대북 제재안을 강화했다. 정부는 지난 12월 2일 새로운 독자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제시했는데, 2015년 3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이 약 2억 달러의 외화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11월에 발표된 포괄적인 제재안은 북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탄 수출을 제한해 기존 대비 48%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부터 거래금액을 연간 4억 달러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가 이른 시기에 붕괴할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약하다. 2016년 김정은 정권 5년차를 맞아 실시한 브레진스키(Brzezinski) 평가를 보면 북한 체제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기지수는 10.1로 측정됐다. 89년에는 8점이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위기가 심화된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 없음’(9점 이하)의 수준을 약간 상회했을 뿐이다. 다른 분석결과는 어떠할까. 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 결과를 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총점 93.9점으로 세계에서 30번째로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점은 120점인데 안정성이 높을수록 0점에 가깝게 평가한다. 북한을 위험(Alert)군으로 분류했지만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의 사회통제 때문에 극심한 사회적 불안 요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경제적로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정도로 악화하지 않았다. 물론 정치·경제적인 불평등이 극심하지만 사회적 변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최근의 정세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 탈북자 조사를 보면 아래로부터의 의미 있는 변화가 관측된다. 이들이 자각하고 있지 못하지만 집단주의·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 늘 북한의 급변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이 때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로서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사실 이런 거창한 명분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와 적대적인 군대를 고려할 때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위기관리를 넘어 헌법과 국민이 요구하는 통일의 기회로 발전시켜야 할 의무와 권리도 있다. 또한 분단의 고착화를 막고 통일한국을 창출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이미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통일한국만큼 매력적인 성장의 기회는 없다. 어떤 경우라도 통일의 기회를 외면해야 할 이유도 없다.
 북한 주민, 집단주의·사회주의 대한 인식 변화
다만 지정학적인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세력 균형은 붕괴하고 패권의 공백도 발생할 것이다. 주변국들은 이러한 힘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자구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무력으로 북한에 개입할 수도 있다. 또는 북한의 급변 사태를 사전에 억지하고자 보이지 않게 개입할 수도 있다. 결국 급변 사태가 통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협조를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체제 내구력은 김정은 집권 직후 다소 우려스러웠지만 현재는 불안정 요인이 심각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단기간에 김정은 정권의 붕괴, 대량 탈북, 쿠데타 등 급변 사태 촉발 요인으로 발전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북한에서 정치적 변화가 발생해도 내부적으로 혼란이 수습될 경우 북한 체제는 붕괴하지 않는다. 지난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델파이 분석 결과를 보면 대북제재를 통해 단기적으로 북한의 붕괴를 유발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또한 급변 사태 발생 시기를 앞으로 1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불안정성은 횃불이 타오르듯 더욱 커져야 급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은 ‘정치적 진공’ 수준은 아니더라도 체제의 균열은 조금씩 커져 간다. 사실 급변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승마를 즐기는 김정은이 낙마하는 사고가 내일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 어떤 총구에서 불꽃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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