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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 전망 | 유럽연합(EU) 회복세 이어질까] 금융 불안, 내수 부진 정치 혼란 ‘3중고’

[2017 경제 전망 | 유럽연합(EU) 회복세 이어질까] 금융 불안, 내수 부진 정치 혼란 ‘3중고’

수출이 이끌었던 경기 회복세 꺾여... 브렉시트 파장, 주요국 선거 변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12월 8일 양적완화 정책을 2017년 12월까지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중앙포토
유럽연합(EU)은 지난 수년간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투표 결과에서 보듯 반(反)세계화, 반(反)EU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자국 중심주의, 민족주의도 득세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2017년에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각국의 주요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브렉시트 협상을 전후로 보수화 경향이 표출되면서 재정 규율이나 취약국 지원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나아가 탈EU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확대되면 대내외 투자가 위축될 뿐 아니라 소비심리까지 얼어붙는다는 점에서 EU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은 앞으로 남은 EU 탈퇴 과정에서 파운드화 약세 등 금융 불안이 수시로 재현되고, 외국인 직접투자 위축, 부동산 경기 하락과 같은 악재를 겪으며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일 수 있다. 그동안 호전된 모습을 보인 남유럽 역시 역내 수출 둔화, 해외 투자 유입 감소로 경기가 둔화하면서 유로존 탈퇴를 둘러싼 혼란이 재점화될 우려가 있다.
 ECB 양적완화 정책 2017년 12월까지로 연장
유럽중앙은행(ECB)이 12월 8일 양적완화 정책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ECB는 애초 2017년 3월까지로 예정된 현재의 양적완화 계획을 또다시 같은 해 12월까지로 늦추겠다고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내년 유로존 선거 일정이 불확실성의 원천”이라며 “유로존을 둘러싼 위기로 성장 전망치 달성이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의 금융 불안도 EU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금융 불안이 유럽발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지만 그 대응 과정에서 불안감이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016년 12월 5일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최대 부실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은행에 대해 50억 유로(약 6조2000억원)의 자본 확충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투표는 부결됐고, 렌치 총리 역시 사임을 결정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ECB에 기존 12월 7일까지였던 자본 확충 기한을 2017년 1월 중순까지로 연장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지만 예상과 달리 ECB는 이를 거절했다. EU 집행위원회와 독일은 은행 구제금융 이전에 채권자들과 주주들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베일인(bail-in)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몬테 파스키 은행은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몬테 파스키의 최대 채권자는 이탈리아 재무부로, ECB와 이탈리아 금융당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탈리아 은행 전반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자칫 이탈리아 다른 부실 은행의 파산을 가져올 수 있다. 이어 유럽 전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은행도 안전하지 않다. 2016년 9월 미 법무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도이체방크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불완전 판매한 것과 관련해 최대 140억 유로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저금리 기조에 따라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잇단 과징금 부과와 소송이라는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독일 도이체방크를 전 세계 은행 가운데 가장 위험한 은행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도이체방크 리스크’는 유럽 금융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미국과의 갈등관계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반유럽 성향인 포퓰리즘 정당들은 하나같이 집권하면 유로존 탈퇴와 유로화 무용론을 공약으로 걸고 있어 유로화가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황이다. 2017년 유로화 가치가 달러와 같아지는 ‘패리티’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 은행 부문의 우려가 표면화되고 2017년 각종 선거 결과가 EU를 떠나는 방향으로 나오면 유로화 가치를 더욱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불안 요소가 단기간에 유럽과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유럽의 상황에선 사소한 이벤트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ECB는 “역내 금융부문 스트레스 지수가 유럽 재정위기 이전 수준과 유사한 상태로, 현 유럽 금융부문 리스크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희망이 될 수 있는 대외 수출 여건도 좋지 않다. 글로벌 교역 규모의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유로존의 수출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순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글로벌 교역 규모 감소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분업 둔화, 교역에 민감하지 않은 신흥국 비중 확대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유로존은 글로벌 교역 규모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도 저유가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순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2017년 글로벌 경제성장률과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대외는 물론 역내 수입 수요 감소에 따른 교역 규모 감소 가능성이 상존한다. 유로존 상위 4개국의 역내교역 평균 비중이 61%에 이르는 상황에서 역내교역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대외 수출 여건 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휘청거리는 독일·이탈리아 은행
2013년 중반 이후 한동안 떨어지는 듯 보였던 실업률도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유로존 전체 실업률은 평균 10%대로 정체된 모습이다. 청년실업률은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20.7%에 달한다. 경기 회복세도 꺾였다. 유로존은 2016년 수출 호조에도 경기 회복을 주도해온 내수 성장이 둔화하면서 성장률 회복세가 1분기 0.5%(전기 대비)에서 2분기 0.3%로 약화됐다. 독일의 경우 수출은 물론 정부 지출이 증가했지만 투자가 줄어 2016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0.7%를 기록한 데 반해 2분기엔 0.4%로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역시 성장을 이끌었던 가계소비와 투자가 급감하며 0.7%(1분기)에서 -0.1%(2분기)로 회복세가 꺾였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EU는 글로벌 교역 축소와 내부 금융 안정성 불안 등으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독일과 프랑스가 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EU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다소 둔화된 1.4%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청년실업률·장기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인다”면서도 “경제 불확실성 우려로 투자 지출이 정체돼 경제성장률은 전년 기대치(1.7%)보다 다소 낮은 1.5% 내외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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