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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약틀처럼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 협심증

[윤영석의 ‘의예동률(醫藝同律)’] 약틀처럼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 협심증

피의 흐름 나빠지면서 발생 … 체질에 맞는 약재 달여 마시면 예방 효과
춘원당한방박물관 제공
쥐어짜는 것 같습니다, 삼베 보자기를. 약틀이 그렇습니다. 한약재를 물에 넣고 끓인 다음, 달여진 약재에서 약액을 추출하려면 잘 짜내야합니다. 조선시대의 평민들은 달여진 약을 약 보자기에 넣은 후 약 막대기나 약 짜개 등의 간단한 도구를 써서 약을 짰지만 의원이나 식솔이 많은 대갓집에서는 약틀을 사용해서 약을 추출했습니다.

약틀은 대부분 재질이 단단한 참나무나 박달나무로 만듭니다. 기름틀이나 국수틀과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기름틀보다는 크고 국수틀보다는 작습니다. 약틀에는 약즙이 나오는 구멍이 작게 뚫려있고 국수틀에는 면발이 나오는 구멍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차이점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약틀의 위쪽에는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누름 판이 있고 아래쪽에는 3~4개의 다리와 약 보자기를 담는 우묵한 홈과 구멍이 있습니다. 힘을 덜 들이고 되도록 많은 양을 추출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에 끓여 낸 약재를 삼베 보자기에 싸서 올려놓고 손잡이를 누르면 약액이 흘러내리게 되고 약사발로 받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지렛대를 이용한 것 말고도 누름 판에 돌을 얹거나 양손으로 압착시켜 짜는 약틀도 있습니다. 한약이 나오는 최종 마무리 단계인 셈이지요.
 박달나무·참나무로 만든 약틀
쥐어짜는 것 같습니다, 심장부위를. 협심증이 그렇습니다. 가슴 좌측에서 중앙부까지 조이고 압박감이 있으면서 싸하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있으면 우선 협심증을 의심합니다. 심장 표면에는 수많은 혈관이 분포돼 있어서 쉬지 않고 운동하는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이를 위해 심장으로 들어가는 3개의 큰 동맥이 있는데 왕관처럼 생겼다 해서 이를 관상(冠狀)동맥이라 합니다. 이곳의 어느 부분이 좁아져서 혈액 공급에 장애가 오면 가슴에서 시작해 왼쪽 어깨를 거쳐 팔 안쪽, 목, 턱까지 통증이 퍼지게 됩니다. 빨리 걷거나 언덕을 오를 때,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추운 바깥에 나갈 때에는 이런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 이런 증세가 있는 사람이 갑자기 기운이 빠지고 진땀이 나면서 호흡 곤란이 오고 메슥거리면서 숨이 차면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실로 출발하기 전이나 가는 도중에 꼭 해야 할 한방 요법이 있습니다. 심장 경락에 속한 소충(少衝)혈을 바늘이나 침으로 출혈시키는 것입니다. 소충혈은 새끼손가락의 손톱의 안쪽 방향으로 손톱 뿌리의 2mm정도에 위치해 있는 경혈입니다. 다시 말하면 새끼손가락의 손톱 안쪽 윗부분에 있습니다. 협심증이든, 심근경색증이든, 응급 시 소충혈에서 피를 조금 빼주면 증세가 경감되고 더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도 소충혈을 비롯한 심장 경락에 뜸을 떠주면 심장 질환을 어느정도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피의 흐름이 좋아지지 않는 게 협심증이라면,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의 가지가 막혀서 혈액공급이 안 되어 심장근육이 괴사돼 죽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발작 후에는 3~4 시간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심근경색이 진행되면 얼굴이 파랗게 되고 기절하면서 심장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구급차를 불러야 합니다. 환자의 의식이 있으면 기침을 계속하게 하고 의식을 잃게 되면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두 손을 모아 깍지 끼고 환자의 명치 부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줍니다.

협심증으로 진단은 받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고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증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방 치료를 받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임상보고에 의하면 심근경색으로 시술은 받은 환자는 경과가 좋아도 2~3년 안에 30% 정도가 재발한다고 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비만을 함께 치료해주고 규칙적인 운동, 절식, 금연, 금주, 저염식, 자연식도 필수적입니다. 지나친 운동, 흥분,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면서 협심증의 원인이 되는 어혈과 습담을 풀어주는 한약 복용은 증세를 완화하고 시술후 의 회복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심장질환의 한방 치료는 환자의 체질과 병세를 면밀히 파악한 후에 해야 하지만 한약재를 꾸준히 달여 마시는 약차 요법도 효과가 있습니다.

심장질환은 살이 찌고 땀이 많은 태음인 체질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원지(遠志)라는 약재를 차처럼 달여 마시면 좋습니다. 원지는 심장의 열을 풀어주고 심장의 기를 안정시켜주는 대표적인 한약재입니다. 물 1L에 원지 30g과 대추 10개를 넣고 10분 정도 달여 수시로 마시면 됩니다. 원지차는 심장질환의 치료와 예방뿐 아니라 불면증, 불안, 울증 등에도 권할 만합니다. 마르고 몸이 찬 소음인 체질의 협심증 환자라면 단삼(丹蔘)이 좋습니다. 단삼은 인삼과 비슷하게 생긴 붉은 약재인데 음용 방법은 원지를 달여 마시는 것과 동일합니다. 한 달 이상 꾸준히 달여 마시면 심근경색으로 시술받고 난 후 회복에도 좋을 것입니다. 열이 많으면서 마른 편이고 성격이 급한 소양인 체질인 사람의 심장질환에는 백복신(白茯神)을 달여 마십니다. 백복신은 소나무 뿌리에서 나온 약재인데 잘게 썰어서 불에 노릇하게 볶아낸 다음 마찬가지 방법으로 끓여 마시면 됩니다.
 겨울에는 스타일보다 보온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환자는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운동 부족과 서구화된 식사로 인해 핏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서 고지혈증 환자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혈관 수술을 받은 사람은 31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10여 년 전에 비하면 42% 증가한 것입니다. 재발률도 2010년을 기준으로 하면 6년간 77%나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노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심장질환 환자도 점점 늘어나리라 생각됩니다. 요즈음 같은 겨울철에는 머리에 있는 혈관 이상이 원인이 된 뇌졸중(중풍), 심장혈관 이상이 원인이 된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가 가장 걱정입니다. 추위에 혈관이 빨리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음식, 섭생, 약, 시술이 모두 중요하지만 우선은 모자와 목도리로 겨울철에 체온 유지를 잘하는 것이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일차적인 방법입니다.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서는 스타일보다는 보온이 최고인 듯싶습니다.

윤영석 -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한의학 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7대째 가업을 계승해 춘원당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 관련 유물 4500여점을 모아 춘원당한방박물관도 세웠다. 저서로는 [갑상선 질환, 이렇게 고친다] [축농증·비염이 골치라고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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