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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요리하는 주방장

행복을 요리하는 주방장

하세가와 자이유가 운영하는 도쿄의 레스토랑 ‘덴’, 재미있게 재해석한 일식 고급 정찬 등으로 주목 받아
하세가와는 요리와 상차림, 그리고 서비스가 정서적 효과를 이끌어내도록 섬세하게 신경 쓴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 시상식. 일본 요리사 하세가와 자이유(38)는 자신이 운영하는 도쿄의 레스토랑 ‘덴’이 ‘주목해야 할 레스토랑(One to Watch)’으로 호명되자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실물 크기 사진이 비쳐지는 화면 아래 선 그는 신나면서도 약간 두려운 표정이었다. 마치 자신의 깜짝 생일 파티에 막 도착해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찬 방 문을 열었을 때처럼 말이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이밀자 하세가와는 미소 지으면서 영어로 “난 영어를 할 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나서 일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하세가와가 당시를 돌이켰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새카만 머리를 밤송이처럼 삐죽삐죽하게 치켜세운 하세가와는 상냥하고 매우 긍정적이다. 요즘 그가 기분이 좋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레스토랑 덴은 보통 3개월 뒤까지 예약이 꽉 차며 세계 각지에 그의 팬이 있다. 20석 규모의 이 레스토랑은 맛집을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셜미디어에 후기를 남기는 미식가들이 손꼽는 장소가 됐다. 하세가와의 따뜻한 성격과 가이세키 요리(여러 코스로 구성된 일본식 고급 정찬 요리)에 대한 재미있는 접근 덕분이다. 그의 재치 넘치는 요리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튀김옷을 입혀 통째로 튀긴 다음 앞 지느러미로 균형을 맞춰 세운 빙어 요리가 한 예다. 그 모습이 마치 접시 위를 걸어 다니는 틱타알릭 로제(최근 발견된 어류 화석으로 다리처럼 생긴 지느러미가 있다) 같다. 웃는 얼굴 모양의 당근과 식용 꽃을 넣은 가든 샐러드도 손님들의 후기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개미 한 마리와 식용 꽃이 들어간 샐러드는 손님들의 후기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하세가와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D.O.M.과 호주 시드니의 세피아, 미국 뉴욕의 셰프스 클럽 등 외국의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별난 요리를 선보이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헌책방들로 유명한 도쿄 짐보초 지역에서 거의 9년 동안 영업을 해오던 덴은 12월 중 중심가인 아오야마로 자리를 옮긴다.

짐보초의 레스토랑은 1층에 개방형 주방과 카운터가 있고 2층에는 테이블 좌석이 있었다. 반면 아오야마의 새 레스토랑은 한 층으로 이뤄졌고 주방과 손님들의 식사 공간이 무대처럼 단 위에 올려져 있다. 또 손님이 많을 때는 카운터를 식당 한가운데로 끌어내 공동 테이블로도 쓴다. 지난 10월 내가 새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는 여전히 시멘트 벽이 드러나 있고 연결되지 않은 전선들이 여기저기 삐져나와 있었다. 하지만 하세가와는 재활용 목재로 만든 맞춤 테이블과 앤티크 도자기 등으로 완성될 인테리어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음식엔 변함이 없겠지만 더 가족적인 분위기가 날 것”이라고 하세가와는 말했다. 그는 가이세키 요리의 형식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손님들을 더 가깝게”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음식을 표현수단으로 삼은 하세가와의 예술적 기교는 단순한 요리를 뛰어넘는다. “감정을 이끌어내는 장인이 되는 게 목표”라고 그는 말했다. “손님들이 이곳에 들어올 때보다 더 행복해져서 돌아가길 바란다.”

덴에서는 요리와 상차림, 그리고 서비스가 정서적 효과를 이끌어내도록 섬세하게 구성된다. 손님이 흰색 노렌(식당 입구 등에 치는 발 형태의 일본식 커튼)을 젖히고 레스토랑 안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세가와는 그들을 최고의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정신)로 접대한다. 난 언젠가 친구와 함께 덴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여종업원이 우리를 보더니 슬며시 그 친구 자리의 젓가락을 끝이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옮겨 놓았다(보통은 젓가락 끝이 손님의 왼쪽을 향하도록 놓인다). 그 종업원이 우리가 걸어 들어갈 때 그 친구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세가와는 도쿄의 고급 일식집 우오토쿠 가구라자카에서 게이샤(기생)로 일하던 어머니로부터 오모테나시 정신을 물려받았다. “어머니는 요리를 아주 잘했다”고 그는 말했다.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은 아주 단순했지만 먹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썼다.” 하세가와는 또 어머니 덕분에 정교한 요리의 맛에 눈뜨게 됐다. 그는 어머니가 식당에서 집으로 가져오는 고급 도시락을 먹으면서 자랐다. 그 도시락들은 미소 된장으로 양념해 향기로운 목련 잎으로 싸서 구운 생선이나 복잡한 문양으로 자른 채소 찜 등 제철 진미로 가득 차 있었다.
소형 삽에 담긴 이 디저트는 티라미수의 일종이다. 밑에 깔린 영자신문에 색연필로 동그라미 친 철자를 연결하면 ‘SEE YOU’ (또 오세요)라는 문구가 된다.
하세가와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열여덟 살 되던 해 접이식 매트리스 하나만 들고 우오토쿠 가구라자카로 갔다(자신이 누구의 아들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곳에서 몇 년 동안 입주 견습 요리사 생활을 하면서 독립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연마하고 돈을 모았다. 그는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도쿄 가구라자카 지역의 이시가와를 비롯해 몇몇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더 쌓은 뒤 29세에 짐보초 덴을 열었다.

덴 초창기에 하세가와는 전통적인 요리법에 약간 변화를 준 메뉴를 선보였다. “일본 요리는 늘 똑같은 모티프를 활용한다”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면 ‘봄철엔 벚꽃’ 하는 식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아이디어를 표현할 새로운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다.”

그는 패션프루트와 바질 씨앗 등 일본적이지 않은 재료들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또 요리를 내놓는 방식에도 팝문화적인 요소를 곁들였다. 덴의 대표적인 요리 ‘덴터키 프라이드 치킨’은 양념한 찹쌀로 속을 채운 닭 날개 튀김으로 하세가와의 얼굴이 그려진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상자에 담아서 내놓는다. 원래 이 음식은 그가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풍습(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는 것)을 패러디해 크리스마스 특식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 상시 메뉴로 자리 잡았다.

가이세키 요리를 덴처럼 창조적인 방식으로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드물다. 일본 주방의 조직적인 특성과 일본 요리사 중에 외국 생활을 해본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하지만 하세가와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는 최근에도 2주일 동안 남미에 다녀왔다. 브라질과 페루 등에서 현지 요리사들과 협업 행사를 개최하고 상파울루의 연례 음식회의 ‘세마나 메사’에서 요리 시연회를 열었다.

하세가와는 새 레스토랑 오픈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면서도 희망에 부풀었다. “심리적 부담이 크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다행”이라고 그는 말했다. “중요한 건 내가 매일 하는 일을 즐긴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일본의 차세대 요리사들에게 용기를 줘 혁신을 통한 국제 무대 진출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 멜린다 조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당신과 맞지 않는 음식 알려주는 앱 - 스마트폰과 연계돼 음식 섭취와 가스 발생량 등을 추적하고 증상 완화 방법까지 알려줘
푸드 마블의 개인용 소화 추적 장치 ‘에어’는 휴대용 호흡측정기와 스마트폰 앱으로 구성됐다.
아일랜드의 신생업체 ‘푸드 마블’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배에 가스가 차는지 알 수 있는 소형 기기 에어(Aire)를 선보였다. 푸드 마블 웹사이트에 따르면 사전예약 주문으로 생산되는 이 기기는 휴대가 간편한 개인용 소화 추적 장치다. 사용자는 자신에게 맞는 음식이 뭔지 알 수 있다.

에어는 특정 음식으로 인한 부종, 복통, 변비, 설사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 푸드 마블 측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면 많은 부분이 장내에서 가스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이 가스가 효율적으로 처리되지 못하면 부종이나 복통, 설사, 혹은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장내 가스가 혈관으로 스며들어 폐에 도달하면 호흡을 통해 그 양을 잴 수 있다.”

의료전문가들이 이 기술을 사용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에어는 소화에 문제가 있는 개인이 손쉽게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는 이 기술로 개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편하도록 가격이 합리적이고 휴대할 수 있는 소형 기기를 개발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스마트폰 앱과 연계해 사용하도록 구성된 이 기기는 사용자가 음식 섭취와 가스 발생량, 수면과 스트레스 수준 등을 추적해 증상을 완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에어는 ‘FODMAP 검사’를 통해 사용자의 장이 과당과 유당 등 일반적인 탄수화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한다. 이 자료를 앱에 저장된 음식 데이터베이스와 비교·분석한 뒤 사용자의 호흡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로 바람직한 음식을 추천한다. 에어는 사전예약 주문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내년 8월 출시된다. 출시 특가는 99달러이며 정상가는 149달러다.

- 데니스 모레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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