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가로막힌 리츠 해외진출] 리츠, 지난해 해외 투자액 ‘0원’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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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가로막힌 리츠 해외진출] 리츠, 지난해 해외 투자액 ‘0원’

[규제에 가로막힌 리츠 해외진출] 리츠, 지난해 해외 투자액 ‘0원’

투자 활발한 부동산펀드와 대비 … 최대주주 지분 제한, 공모 상장 의무가 발목 잡아
▎사진:아이클릭

▎사진:아이클릭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의 대표주자인 부동산펀드만 놓고 보면, 지난해는 신난 한 해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 예·적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중 유동자금이 대거 부동산펀드에 몰렸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부동산펀드 신규 설정액은 3조1912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신규 펀드 설정 건수도 74건으로, 이 역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규 설정액 급증의 일등공신은 ‘해외 투자’였다. 3분기 신규 설정액 가운데 해외 투자액은 2조1509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꾸준히 해외시장을 공략해 오던 삼성 SRA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여러 자산운용사가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자산운용사도 속속 등장하면서 해외 투자가 증가한 측면도 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화재보험의 계열사인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은 설립 후 처음으로 지난해 3분기에 해외 오피스 빌딩 투자를 성사했다.
 리츠 최대주주 지분 30~40%로 제한
반면 간접투자의 또 다른 대표 상품인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적게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던 해외 투자가 지난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 한 해 리츠의 해외투자액은 ‘0원’이었다.

지난 2001년 국내에 도입된 리츠의 첫 해외 진출은 2014년이다. 그 해 3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제이알투자운용이 일본 도쿄에 있는 스타게이트빌딩에 투자(지분 45%)하는 ‘제이알글로벌1호위탁관리리츠’를 출시하면서 리츠의 해외 시대를 열었다. 2015년에는 제이알투자운용이 일본 가와고에 위치한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제이알글로벌2호위탁관리리츠’를, KT의 손자회사인 KT AMC가 일본 나라에 있는 전자제품 마트를 투자처로 삼은 ‘케이리얼티재팬제1호위탁관리리츠’를 설립하면서 해외 투자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모두투어가 리츠를 바탕으로 해 해외 호텔 개발사업 등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리츠의 해외 투자가 단절된 셈이다.

이처럼 리츠의 지지부진한 해외투자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리츠 업계는 신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 규제에 막혀 사실상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러 규제 중 리츠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제약은 ‘최대주주 소유 지분 제한’과 ‘공모 상장 의무’다.

리츠의 설립 근거인 부동산투자회사법(부투법)에 따르면, 현재 위탁 리츠 최대주주는 최대 40%, 자기관리 리츠는 최대 30%의 지분만 가질 수 있다. 전체 리츠 중 70% 이상이 위탁 리츠로 구성돼 있어, 대부분 리츠의 최대주주는 지분 40%만 보유할 수 있는 셈이다. 위탁 리츠는 자산의 투자와 운용을 AMC(자기관리회사)가 도맡아 담당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정대준 제이알투자운용 본부장은 “리츠는 지분 제한에 따라 3인 이상의 투자자를 유치해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1인으로 구성할 수 있는 부동산펀드와 비교해 설립 준비 작업이 오래 걸린다”며 “많은 투자자가 경쟁을 하는 해외 투자를 하려면 ‘스피드(빠른 의사결정)’가 중요한데, 소유 지분 제한은 리츠의 빠른 의사결정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을 수용, 정부는 현재 최대주주가 소유할 수 있는 지분 제한폭을 10%포인트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통해 위탁 리츠의 최대주주 주식 소유 제한폭을 50%로, 자기관리 리츠는 4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시장에 적용하고자 지난달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위탁관리 리츠와 자기관리 리츠의 주식 소유 한도를 각각 50%씩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투자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위탁 리츠와 자기관리 리츠의 최대주주가 가질 수 있는 지분량이 늘어나 리츠를 통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츠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지분 보유 한도를 늘려도 부동산펀드에 비해 리츠의 경쟁력이 여전히 미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 본부장은 “리츠의 지분 제한폭이 늘어나도 여전히 복수의 투자자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츠, 부동산펀드로 갈아타는 중
공모 상장 의무도 해외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리츠는 불특정 다수가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권한, 즉 공모에 중점에 둔 투자 상품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24개의 주요 연기금·공제회들이 전체 리츠 지분의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만약 30%에 미치지 못하면 이 리츠는 주식시장 상장 등의 방법으로 공모 자금을 모아야 한다. 한 리츠 AMC 관계자는 “공모 의무에 따라 리츠는 연기금이나 공제회를 주요 주주로 섭외해야 하는데, 해외 투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투자 기간이 길고 사업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투자를 꺼리는 기색이 강하다”며 “투자를 약속해도 지분 30% 보유에는 상당한 부담을 갖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해외 투자를 추진하던 몇몇 리츠가 연기금이나 공제회를 주주로 유치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던 일도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부터 시행된 리츠와 부동산펀드 겸업 조치에 따라 리츠의 해외투자는 더욱 둔화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리츠 AMC가 부동산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부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자산운용사가 리츠 AMC 설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운용 주체를 가리지 않고 리츠와 부동산펀드 겸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말 공표를 거쳐 올해부터 시장에 적용됐다. 김진규 한국자신신탁 리츠사업본부장은 “현재 구조에서는 리츠보다 부동산펀드를 통한 해외투자가 훨씬 수월하다”며 “리츠 관련 규제가 현형대로 유지된다면 리츠 AMC들이 부동산펀드로 해외시장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이 개정안 시행에 따라 리츠 AMC들이 부동산펀드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사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제이알투자운용은 국내 투자는 리츠로, 해외 투자는 펀드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 1분기 중 펀드로 투자할 해외 부동산 몇 건을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AMC인 마스턴투자운용과 한국자산신탁 등도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언제든 해외투자에 펀드 카드를 쓴다는 계획이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시각을 달리해보면 겸업이 가능한 현 구조에서는 해외 투자에 유용한 방법(펀드)으로 해외시장에 나서는 게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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