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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모바이크 vs 러스왕 중국식 혁신을 묻다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모바이크 vs 러스왕 중국식 혁신을 묻다

러스왕, 테슬라 따라하다 경영 위기 빠져... 자전거 공유 서비스 내세운 모바이크는 승승장구
자전거는 여전히 중국인들의 중요한 교통 수단 중 하나다.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에서 한 여성이 자전거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기업은 ‘모바이크’와 ‘러스왕’이다. 이유는 정반대다. 모바이크는 자전거 공유라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사업 모델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됐다. 차스닥 대장주인 러스왕은 테슬라를 목표로 전기차 생산에 뛰어 들었다가 경영 위기에 내몰렸다. 모바이크 창업자인 후웨이웨이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면 도시의 내면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러스왕 창업주인 자웨팅은 중국의 엘론 머스크를 꿈꾸며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전기차로 사업을 확장했다.
 차스닥 황제주의 위기
(왼쪽부터) 모바이크의 공유 자전거. / 러스왕 창업자 자웨팅.
차스닥 시장의 황제주였던 러스왕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2010년 차스닥에 상장한 러스왕은 2015년 한때 주가가 179위안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 역시 1000억 위안을 넘어서며 중국 신성장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러스왕의 모기업인 러에코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스마트폰, 영화 제작, 전기차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러에코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전기차 생산을 목적으로 한 패러데이퓨처를 설립했다. 지난해 7월에는 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평판TV 제조업체인 비지오를 인수했다. 8월에는 200억 위안을 투자해서 저장성에 슈퍼카 생산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이다. 러에코의 자동차 사업부문이 미국 협력업체에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것이 밝혀지면서 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뒤이어 당장 상환해야 할 채무만 100억 위안에 달한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고, 러스왕은 거래소에서 거래 정지됐다. 1월13일 러스왕은 롱촹중국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168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공시를 발표하고 나서야 거래가 재개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러스왕의 미래는 미지수다. 이번 자금 수혈도 전기차 부문을 제외하고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사업 부문에만 이루어졌다. 자웨팅은 엘론 머스크를 모방하면서 애플과 테슬라 같은 혁신기업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자금위기에 빠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모바이크는 러스왕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한 가치에 집중해서 중국 스타트업 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지난 4일 모바이크는 2억1500만 달러에 달하는 시리즈 D펀딩을 유치했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도 참여한 이번 펀딩에서 모바이크는 1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바이크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상하이에서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9개 도시로 확장했으며 상하이에서만 10만 대가 넘는 공유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모바이크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은 사람만 1000만 명이 넘는다.

모바이크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자전거와 다른 점은 자전거를 주차하는 지정된 스테이션이 없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으로 주변에 있는 자전거를 찾아서 이용한 후 아무 곳에나 두면 된다. 사용 방법은 이렇다. 우선 앱을 실행하면 내 위치를 확인해 주변에 있는 자전거들을 보여주는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전거를 예약할 수 있다. 자전거를 찾은 후 자전거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잠금 장치가 풀리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은 299위안, 이용료는 30분당 0.5~1위안이다.

모바이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업주인 후웨이웨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모바이크 창업 전 그는 10여 년 동안 자동차 전문 기자를 했다. 변화의 계기는 201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였다. 당시 후웨이웨이는 사람과 자동차, 심지어 자동차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환경의 제품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귀국 후 자동차와 IT기술을 접목하는 분야를 파고들려 했지만, 회사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후웨이웨이는 [지커자동차]라는 자동차와 IT기술 관련 전문 매체를 창업한다.

창업 후, 후웨이웨이는 자동차업계 전문가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미래의 이동 방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후웨이웨이는 결국 1인 이동장치(자전거, 전동자전거)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모바이크 창업에는 후웨이웨이의 감성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 후 베이징에서 일자리를 얻은 그는 원룸을 구했고 자전거도 한 대 샀다. 그러나 몇 년 후 차가 생기고 나서는 도시와 격리된 느낌이 들었다. “도시의 변화도, 날씨의 변화도 느낄 수가 없었다. 도시의 생동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교통 체증 속에 갇혀 있을 때는 내가 왜 이 도시에 오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후웨이웨이는 다시 자전거를 사서 베이징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을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곧 자전거가 큰 부담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전거를 타고 싶을 때는 자전거가 옆에 없고 자전거를 타기 싫을 때는 보관하기가 힘들었다. 분실 우려도 컸다. 공공 자전거가 있었지만, 실제 사용 과정은 쉽지 않았다.

후웨이웨이가 한 말 중 가장 재밌는 것은 ‘도라에몽론(論)’이다. 후웨이웨이는 “도라에몽처럼 자전거가 필요할 때는 주머니에서 자전거를 꺼내서 타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산업 디자이너, 투자자들과 대화를 하는 도중, 한 엔젤 투자자가 문득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말을 무심코 던졌다. 이때, 후웨이웨이는 번개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고사했고 후웨이웨이만 남았다. 이렇게 해서 후웨이웨이는 모바이크의 창업자가 됐다.

모바이크의 성공 비결은 막대한 잠재 수요가 있는 시장에서 적절한 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매년 자동차가 1000만 대 이상 늘어나면서 자동차 보유량이 2억 대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대기오염, 교통체증이라는 부작용도 나날이 커져만 갔다. 무엇인가 반대 방향으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게다가 자전거 대국이었던 중국은 누구나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있다.
 모바이크, 전 세계 100대 도시 진출 목표
모바이크의 성공이 중국에서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중국 IT기업이 많았지만, 하나같이 미국 IT기업의 사업모델을 모방한 기업들이었다. 중국에서 농담 삼아 말하는 ‘C2C(Copy to China)’ 모델이다. 알리바바는 이베이, 바이두는 구글, 웨이보는 트위터, 요우쿠는 유투브, 모두 미국 IT기업을 카피했다.

하지만 모바이크는 가치·기술·경험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바이크는 싱가포르 진출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100대 도시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모바이크가 중국식 혁신의 대명사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중국 IT기업들이 모방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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