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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게임 최고의 슈퍼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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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초현실적인 게임 ‘그래비티 러시 2’, 중력 조절하는 여주인공 캣의 캐릭터 진화와 작렬하는 액션이 압권
‘그래비티 러시 2’는 1탄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다(왼쪽). 주인공 캣의 활력 넘치는 캐릭터가 게임 내내 빛을 발한다.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에서 구동되는 게임은 종류가 많진 않지만 전부 보석 같다. 그중에서도 2012년 출시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그래비티 러시(Gravity Rush)’는 앞으로 더 진화할 수 있다는 큰 야망을 품고 있는 듯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산하 재팬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사이런이 개발한 이 게임은 중력파의 숨겨진 비밀을 찾는 모험을 줄거리로 하면서 휴대용 게임기 사용자들에게 떠다니는 매혹적인 도시를 소개했다. PS 비타의 중력 센서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게임이었다.

주인공이 게임 안에서 중력을 자유롭게 제어해 건물의 벽이나 천장, 공중 등 화면에 보이는 모든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 독특하고 기발한 제어 시스템 덕분에 모든 각도에서 탐험이 가능했다. 배짱 두둑하고 인상적인 여주인공이 유쾌하게 끌어가는 밀도 있는 스토리도 게임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처럼 창의성과 개성이 넘쳐나는 ‘그래비티 러시’는 거대한 아이디어의 용광로로서 매번 PS 비타라는 휴대용 하드웨어의 제약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듯했다. 드디어 최근 출시된 ‘그래비티 러시 2: 하늘로 떨어진 소녀의 선택’에선 주인공 캣과 그녀의 단짝인 마술하는 고양이 더스티가 PS 비타에서 완전히 벗어나 플레이스테이션4(PS4)로 이동한다. 중력을 맘대로 조절하는 캣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생동감을 주며 20~25시간 동안 게이머를 분발시키는 모험을 하면서 기존 스토리의 미진한 부분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캐릭터 진화를 완성한다.

스토리는 캣이 제2의 고향이던 헥스빌에서 멀리 떨어진 세계로 추락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추락하게 된 사연은 짧은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으로 시작한다. ‘중력의 여왕’이던 캣은 초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광산 식민지로 전락한 임시 우주선 함대에서 노역을 한다.

그러나 이 게임은 곧 캣의 확고한 이타주의 세계관을 통해 계급 분류와 끝없이 탐욕스럽고 부패한 절대권력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캣의 그런 특성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드러난다. 그녀의 변함없는 정직성과 타인에 대한 신뢰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3개로 나뉜 메인 챕터와 길고도 희한한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야기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된 화려한 컬러 이미지와 효과 만점의 사운드트랙이 이 게임을 빛내지만 자유롭게 공간을 떠다니는 여주인공 캣이 언제나 이 게임의 중심이다. 아름답게 그려진 만화책의 말풍선으로 다른 캐릭터와 대화하든, 적에서 절친으로 바뀐 합리적인 성격의 레이븐과 수다를 떨든, 아주 흥미로운 심령 엔진 덕분에 공중을 질주하든 간에, 캣의 동작과 목소리, 전염성 있는 캐릭터가 그녀를 비디오게임 최고의 슈퍼히어로 대열로 올려 놓는다.
다행히도 물리학을 거역하는 중력 조절로 기이한 행동이 가능한 넓은 오픈월드가 캣의 무대다. 그 세계에서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두 지역이 등장한다. 첫 번째 지역인 ‘지르가 파라 라오’는 3단계의 계급 사회로 구성된다. 구름 위의 호화 맨션에선 부유한 엘리트 계급이 호사를 누리며 살고, 그 아래의 혼잡한 도시와 시장엔 일반 시민이 북적대며, 또 그 아래엔 그 위의 사람들이 까마득히 잊어버린 빈민가가 숨겨져 있다.

이처럼 위에서 아래까지 건물과 사람을 융합함으로써 이 게임은 원작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초현실주의 영화에 나오는 ‘정상적인’ 이상함과 여러 개 시점이 동시에 표현된 스케치로 유명한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에게서 영감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캣의 중력 조절 기술을 사용해 한 광산에서 다른 광산으로 급속 이동하는 것은 이 게임의 제목이 약속하는 ‘러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제공한다. 모험 과정에서 얻은 두 가지 새로운 능력을 통해 구현되는 ‘우아한 추락’의 이동도 멋지다.

이 모든 것은 캣의 전투와 이동 능력을 바꿔 놓는다. 캣의 액션에는 두 가지가 있다. 루나 스타일은 기존의 중력 조절보다 더 가볍고 빠른 행동이 가능하다. 경공 액션을 생각하면 된다. PS4의 컨트롤러인 듀얼쇼크4의 터치 패널을 위로 쓸어 올리면 캣의 황금 장식이 파랗게 날개처럼 보이는 이미지로 바뀌면서 상당히 가벼워진다.

반면 주피터 스타일은 기존 중력보다 무거워지는 중력이다. ‘쿵~ 쾅~’ 이런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듀얼쇼크4의 터치 패널을 아래로 쓸어 내리면 황금장식에 다리 부분과 손목 부분에 노란색 천이 표시되고 번개를 뜻하는듯 반짝반짝 빛난다. 무거워지는 중력 조절이지만 공중에선 보통의 중력처럼 떠 있을 수 있고, 착지하거나 공격할 때는 육중한 상태라 주변의 적을 가차없이 쓸어버릴 수 있다.

이 두 스타일 모두 지상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루나 스타일은 살짝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기동력은 뛰어나지만 너무 빨리 나가는 느낌이라면, 주피터 스타일은 무게감이 있어 걷는 것부터 더디다. 이번 2탄에선 중력 조절이 더욱 까다로워져 1탄의 컨트롤 방식으로는 적을 정확하게 공격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정을 쉬운 수준으로 바꾸거나 연습을 통해 적응해야 한다.

이런 액션과 모험을 최대한 즐기려면 시시각각 스타일을 신속히 바꿔야 한다. 듀얼쇼크4의 터치 패널이 그런 변환을 용이하게 해준다. 그러나 관점이 변하는 이런 현란한 액션이 폭발하는 시점에 1탄의 제어 결함 문제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게임 카메라의 디폴트 모션 컨트롤을 돌리면 도움이 되지만 서툰 움직임으로 캣이 떠돌아 다니는 물체에 걸려 넘어지거나 악당을 만나 헛발질을 할 수 있다.

특히 날아다니는 적이나 거대한 괴물과 전투할 때 그런 투박함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연습과 실험을 통해 캣이 가진 모든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지만 부정확한 표적 포착과 다루기 힘든 카메라가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캣의 슈퍼히어로 지위를 우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액션 외에도 이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부수적인 모험과 도전, 온라인 아이템 사냥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게임을 재미있게 만든다. 예를 들어 게이머는 형사, 사립 탐정, 영화 배우, 사진 작가(폴라로이드 같은 튼튼한 카메라와 삼각대로 등으로 우스꽝스런 셀카를 찍는다) 코스프레 역할놀이를 즐길 수 있다.

- 올리버 크래그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게임 평가 ★★★★☆


그래비티 러시 2

● 플랫폼: PS4



● 개발: 재팬 스튜디오(프로젝트 사이렌)



● 퍼블리셔(판매·유통):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 촌평: PS 비타 전용인 ‘그래비티 러시’ 1편처럼 일부 엉성한 전투 장면이 거슬리지만 2편의 현란한 아방가르드 디자인과 수수께끼의 여주인공 캐릭터 덕분에 그런 결점이 상쇄된다. 주인공 캣과 단짝 고양이 더스티의 모험은 활기차고 재미있는 이 시리즈의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아직 개선할 점이 있지만 새롭게 태어난 ‘그래비티 러시’ 시리즈는 게임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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