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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카카오택시 ‘우선 배차’ 기능 악용 주의보] “손님, 콜(호출) 취소 좀 해주세요” 그 이유는?

[단독 | 카카오택시 ‘우선 배차’ 기능 악용 주의보] “손님, 콜(호출) 취소 좀 해주세요” 그 이유는?

1일 1회 제한 피해 콜 취소 후 우선 배차 또 받는 꼼수 택시 많아... 규정 지키는 기사만 피해, 승객 권익도 침해
직장인 강현정(29·가명)씨는 며칠 전 카카오의 무료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탑승한 차량의 택시기사가 “혹시 ‘콜’을 취소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해 “왜 그러시느냐”고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요즘 다른 기사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더라. 나만 경쟁에서 뒤처질까 염려돼 그런 거니 부탁드린다.” 강씨는 “당황했지만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일도 아니고, 기사분 말투가 정중해서 요구를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후 강씨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지인을 통해 기사가 콜(호출) 취소를 요청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카카오택시의 ‘우선 배차’ 기능 제한을 회피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금전적으로 손해 볼 일 아니라지만
일반 카카오택시 이용객은 차량 번호와 예상 소요 시간 등의 정보가 담긴 ‘안심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아 가족·친구·지인과 공유할 수 있지만, ‘콜’을 취소했다면 탑승했어도 이 메시지를 받아 공유할 수 없다.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기사 회원들은 특정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차량을 배치하고 영업할 수 있는 우선 배차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때 그 지역에서 택시 탑승을 희망하는 승객이 나타나, 카카오택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목적지를 찍으면 우선 배차를 택한 기사에게 먼저 선별적으로 연결이 된다. 해당 기사는 다른 택시보다 앞서 연결이 돼 영업에 도움이 되지만 이 기능은 통상 1일 1회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다. 1일 1회를 쓰고 나면 남은 하루 안에는 우선 연결될 수 없다. 카카오는 보다 많은 기사에게 고루 서비스 이용 혜택을 주려는 안배 차원에서 이 규정을 지난해 말 처음 도입했다.

문제는 일부 기사들이 다른 택시를 제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 기능을 안 쓴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데 있다. 위장 방법은 간단하다. 승객이 택시에 오르자마자 콜 취소를 해주면 된다. 기사로서는 자신의 우선 배차 지역에서 택시에 오르는 승객마다 이렇게 하도록 매일 유도하면 사실상 무제한 우선 배차를 할 수 있다. 최근 이런 꼼수 사례가 늘면서 경험담이 온·오프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대학원생 박진수(33·가명)씨는 “올 들어 서너 번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강요는 없다지만 기사가 이용자의 부름에 응해주는 서비스 특성상 나한테 와준 기사 분 면전에서 콜 취소를 안 해주겠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누리꾼 A씨는 “기사 분한테서 이유도 못 듣고 승낙한 적이 두세 번”이라며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좀 해달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승객뿐 아니라 기사들도 앱에서 승객을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어 불이익을 무릅쓰고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기사들도 할 말은 있다. 경기도 분당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B씨는 “다른 기사들은 거의 다 그렇게 영업하고 있다는 얘기를 동료한테서 들었다”면서 “규정을 지키겠다며 나만 손 놓고 있다가는 불경기에 손님만 뺏길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사들 사이에서 우선 배차 기능 제한을 푸는 방법(=콜 취소 요청)에 대한 입소문이 돌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꼼수를 모르는, 혹은 알고도 규정대로 일하는 많은 기사들은 B씨의 말대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기사 회원 수는 24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의 택시기사 수는 개인과 법인 소속 도합 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 80% 이상이 카카오택시로 경쟁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사들이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이유는 수익을 올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돼서다. 카카오에 따르면 기사 회원의 일평균 수입은 카카오택시 이용 전 11만894원에서 이용 후 12만5807원으로 13.4% 증가했다(지난해 3월 973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하루에 1만 5000원씩 더 벌 수 있다. 기사 1인이 한 달에 20일 일한다고 치면 연평균 수입이 약 358만원 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카카오가 정해놓은 규칙 속에서 기사 간 공정한 경쟁이 선행됐을 때의 얘기다.

다른 문제도 있다. 서울YMCA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는 기사와 승객 양쪽 모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서비스인데 이 같은 사례가 늘수록 기사 쪽으로만 편의성의 무게가 옮겨갈 것”으로 우려했다. 겉보기에는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일이 아니라지만, 승객들도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일반 카카오택시 이용객은 차량 번호와 예상 소요 시간 등의 정보가 담긴 ‘안심 메시지’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아 가족·친구·지인과 공유할 수 있지만, 콜을 취소했다면 탑승했어도 이 메시지를 받아 공유할 수 없다. 카카오 측이 신원을 보증한 택시기사를 통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려는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는 것일 뿐 아니라, 카카오택시를 이용했어도 탑승 기록이 남지 않아 뜻밖의 사고가 났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카카오 측은 회원 간 공정 경쟁이라는 좋은 취지로 도입한 우선 배차 및 1일 1회 제한 기능이 악용돼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신고 사례가 늘면서 회사 측도 문제점을 인지했고, 기사 회원들에게 주의사항을 한 차례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 규정에 따라 해당 기사 회원에게 처음엔 주의를 주고, 우선 배차 이력을 조회해서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게 밝혀지면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최대 ‘영구 이용 정지’ 처분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건 하나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이력과 승객들의 별점 평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기사·승객 모두 보호할 개선책 마련해야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적잖은 기사 회원들이(자신에게) 불리한 면이 많은 서비스라고 느껴 가뜩이나 불만을 표하는 상황에서 카카오 측이 섣불리 강도 높은 페널티 부과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사 회원들은 “승객이 먼저 콜을 하고도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동 시간과 연료비를 허비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이를 막을 방도가 없는 등 불리함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우선 배차의 1일 1회 제한이 과하니 횟수를 늘려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불공정 경쟁으로 피해를 보는 기사와 승객, 양쪽 모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규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5년 3월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이미 누적 가입자 수만 지난해 약 1300만 명을 기록했을 만큼 대중적인 O2O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누적 콜 수만 약 2억8700만 건, 하루 평균 콜 수는 80만~100만 건에 이른다. 카카오가 문제 개선에 소극적일수록 이용자 권익도 기하급수적으로 침해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규제 강화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상황에 맞게 최선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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