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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처형 테러리스트 ‘추적부터 사살까지’

인질 처형 테러리스트 ‘추적부터 사살까지’

IS 조직원 지하디 존을 잡으려 미국의 일급기밀 특수작전정보단 ‘액티비티’가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펼쳐지는 특수부대의 합동작전을 따라가본다
근래 들어선 특수부대가 직접 사살 또는 생포하는 대신 무인기들이 먼거리에서 헬파이어 미사일로 암살하기도 한다.
‘액티비티(the Activity)’로만 알려진 미국 일급기밀 특수작전정보단이 30여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미국의 적들을 추적해 왔다. 그들이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델타 포스(미 육군 특수부대)나 네이비씰 6팀(미 해군 특수부대)이 사살 또는 생포하거나 근래 들어선 무인기가 먼거리에서 헬파이어 미사일로 암살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들은 중앙정보국(CIA)이 이런 작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액티비티’의 활동을 다룬 전자책 ‘킬러 엘리트’의 최신 개정판 발췌문에서 마이클 스미스가 시리아와 이라크 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서 자신들의 역할 그리고 미국 특수부대의 활동에 CIA가 어떻게 점차 더 깊숙이 개입하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2015년 11월 12일 자정 9분 전,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의 IS 본부에 인접한 건물에서 IS 조직원 지하디 존이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는 경호팀의 호위를 받으며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IS의 숨통을 조이던 미국 특수전 부대의 표적임을 감지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머리 위를 맴도는 미국 무인기의 존재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기자와 구호대원 7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지하디 존은 서방의 제1 공적으로 떠올랐다.

이제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으면서 잠적하려는 참이었다. 그러나 지하디 존도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표적이 됐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IS의 얼굴로 떠올랐다. 미국과 영국군은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보다 그의 색출에 더 주력했다.

그가 자동차 문을 열 때 라카 상공의 미군 리퍼 무인기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미사일이 시속 1600㎞ 가까운 속도로 그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앗 소리도 못 지르고 즉사했다. 미사일이 자동차를 직격해 지하디 존과 그의 친구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을 거의 없애버렸다. 미국 국방부는 그가 ‘증발했다’고 발표했다. IS가 자신들의 잔인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처형했던 클락타워 광장에서 몇 발의 미사일이 지하디 존과 그의 경호원들을 날려버렸다. 이슬람 율법의 왜곡된 해석을 통해 피해자들의 참수를 정당화하며 기세등등하던 지하디 존으로선 얄궂은 운명이었다.

지금껏 테러범 색출작전은 액티비티가 주도했다. 그러나 외국인 인질들의 참혹한 참수 이후 활동 가능한 거의 모든 영-미 첩보팀이 수색에 뛰어들었다. 액티비티는 지하디 존 수색 경쟁에 참가한 일개 팀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영국 보안정보국 MI5와 함께 몇 주 동안 그의 신원을 알아내려 애썼다. 음성인식뿐 아니라 피부색, 신장, 체격·눈 심지어 손의 정맥 패턴에까지 초점을 맞췄다.

2014년 9월, MI5는 그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확신했다. 지하디 존의 본명은 모하메드 엠와지였다. 쿠웨이트 태생이지만 런던에서 성장했고 웨스트민스터 칼리지에서 컴퓨터를 공부하는 동안 학우들의 영향으로 과격화됐다.
외국인 인질들의 참혹한 참수 이후 활동 가능한 거의 모든 영-미 첩보팀이 지하디 존 수색에 뛰어들었다.
엠와지의 신원은 알아냈지만 그의 수색은 또 다른 문제였다. CIA, 영국 MI5, 액티비티 공동으로 그의 소재를 알려줄 만한 IS 내부 요원을 물색했다. 유럽으로 귀환한 외국인 IS 대원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끝에 결국 엠와지와 안면 있는 인물을 찾아냈다. IS의 잔혹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지하디 존 수색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 요원이 지하디 존을 일단 찾아내기만 하면 미국 첩보 위성과 무인기들이 그를 ‘지속적인 감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묶어둘 수 있었다. 11월 초 그 순간이 찾아왔다. 도시의 이슬람 재판소와 클락타워 광장 모퉁이 사이에 자리 잡은 한 건물을 위성이 겨냥했다. 내부 요원에 따르면 엠와지는 주간에는 그곳에서 활동했다. 무인기들 (1대는 영국 소속)이 번갈아 가며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라카 상공을 맴돌았다.

무인기들이 일찍부터 하늘에 떠 있었다는 것을 도시 주민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3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5대라는 사람도 있었다. 엠와지가 온종일 건물 내에 숨어 지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일단 어둠이 깔리면 들키지 않고 몰래 빠져나갈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액티비티의 일부 관계자는 표적이 죽기 1초 정도 전에 예외 없이 미사일 소리를 듣는다고 말한다. 갑작스럽게 머리를 돌리거나 달아나려는 등의 반응을 무인기 카메라가 포착한다. 지하디 존에게 당한 피해자 가족들은 거기서 위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지하디 존이 죽기 전에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았으면 했다.

- 마이클 스미스 아이비타임즈 기자



[ 이 글은 ‘킬러 엘리트(Killer Elite: Completely Revised and Updated: The Inside Story of America’s Most Secret Special Operations Team)’에서 발췌했다. 필자는 수상 경력이 있는 기자 겸 저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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