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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사람처럼 과거 기억한다

개도 사람처럼 과거 기억한다

간식·칭찬 없이도 경험한 사건을 공간적·시간적 맥락에서 알고 있어
연구에 따르면 개는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험을 기억한다.
반려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는가? 개의 생각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는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과거의 사건을 기억한다. 개는 우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을 더 잘 인식한다는 뜻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 MTA-ELTE 동물행동 비교연구 그룹은 개가 ‘의미 기억(semantic memory)’만이 아니라 사람처럼 ‘일화 기억(episodic memory)’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이 논문은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최근 발표됐다).

일화 기억이란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공간적·시간적 맥락에서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제 저녁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와 같은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것이다. 신경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화적 기억이 우리 뇌 속 깊숙이 숨어있는 대뇌 피질과 해마의 공동 작용에 의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개가 일화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당시엔 특별히 강렬하다거나 의미가 크지 않은 듯한 과거 경험도 나중에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로써 개는 특정 감정을 특정 장소와 자신의 특정 과거에 연관시킬 수 있다.

이런 형태의 기억은 자기 인식과 연결돼 있다. 자신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연구자들은 이전엔 개의 그런 측면이 연구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와 달리 의미 기억은 생존하기 위해 동물이 학습하는 사실들과 규칙으로 형성된다.

연구팀은 개 17마리를 상대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사람이 평소 하지 않는 별 의미 없는 행동을 개에게 보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같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바닥에 펼쳐진 우산에 손을 대는 행동을 개에게 보여준 후 1분과 1시간 후 “해봐!”라고 명령했을 때 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많은 수의 개가 사람의 별 의미 없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이는 반복적인 훈련과 보상을 통해 개를 가르치는 것과는 달리 개의 일화적 기억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동물 중에서 일화 기억을 연구하는 데 이상적인 모델이 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개에게서 복잡하고 맥락이 많은 사건의 기억을 조사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는 개가 테스트를 예상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행동처럼 복잡한 과거의 사건을 돌이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가 일화 기억을 사용한다는 증거다.”

연구를 이끈 클라우디아 푸가자 박사는 “개는 주인이 일부러 가르치지 않더라도 특정 행동을 기억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면서 “주인이 점프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해봐’라고 하면 간식이나 칭찬 등의 보상이 없더라도 이를 따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나면 개의 일화적 기억 역시 사라져 간다”고 덧붙였다.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전의 일화 기억 테스트는 영장류와 쥐, 비둘기도 그런 방식으로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런 연구는 단순한 자극만 사용했으며, 현실을 바탕으로 실시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 앤서니 커스버트슨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고양이와 개 누가 더 똑똑할까? - 고양이도 특정 지능 테스트에서 개만큼 잘 할 수 있어
고양이도 개 못지않게 사람의 몸짓, 표정,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양이는 ‘앉아!’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고 막대기를 던져도 물어오지 않는다. 고양이가 이해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행동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하지 않을 뿐이다. 일본 교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고양이는 특정 지능 테스트에서 개만큼 잘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집고양이 49마리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다. 고양이의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간식을 준 뒤, 15분 후 이들이 자신이 먹었던 그릇을 기억하는지 살폈다. 시험 결과 고양이들은 좋아하는 간식 먹기처럼 유쾌한 경험을 잊지 않았다. 심지어 15분이 지나도 고양이는 특정 사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이전에 개에게 사용했던 간단한 먹이 찾기 과제를 사용해 고양이가 과거의 단일 사건에 관해 우연히 얻은 정보를 기억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단일 경험으로 우연히 형성된 기억에서 ‘무엇’과 ‘어디’라는 정보를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기억력 테스트뿐 아니라 다른 지능검사에서도 능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고양이가 사람의 몸짓, 표정,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지능검사에서 “개와 맞먹는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고양이도 일화 기억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과거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교토대학의 다타키 사호 교수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고양이도 개만큼 똑똑하다”며 “고양이도 사람처럼 과거의 경험을 기억해내는 데 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 연구는 고양이에 대한 이해와 인간과의 관계를 적절히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앤서니 커스버트슨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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