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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왕도는 없다 기본만 있을 뿐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왕도는 없다 기본만 있을 뿐

내가 직접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진리와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에 기본과 비법의 구분이 따로 없다. 또한 정해진 자세도 없다. 그저 병법의 뜻을 세운 많은 사람이 바르고 올곧은 마음으로 병법의 도를 터득해 바른 병법의 길로 가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 바람의 장
무사시의 시대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소위 전승되는 비법이 있었다. 현재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당시에도 존재했던 셈이다. 그러나 무사시는 “비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실전을 통해 얻은 경험에 기반해 칼싸움의 기본을 분명히 정리했고, 이를 뛰어넘는 비법은 존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병법의 도, 무사의 길에서 지름길은 없다. 기본을 다지고 꾸준히 노력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설혹 비법이 있다 하더라도 비법에만 의존해서는 편법이 돼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기본에 충실하고, 응용력을 배양하는 것이 병법의 도이다.

학창 시절 자주 접했던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격언이 있다. BC 3세기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을 배우던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이 “기하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소” 라고 질문하자 “길에는 왕께서 다니시는 왕도가 있지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본래 왕도는 기원전 6세기 메소포타미아를 통일한 페르시아 제국이 수도인 수사, 겨울궁전 바빌론, 여름궁전 에크바타나와 지중해 연안 사르데스를 연결하도록 건설한 2400km의 길을 의미한다. 통상 3개월이 걸리던 거리를 왕도를 달리는 왕의 전령이 1주일 만에 주파할 수 있었던 고속도로였기에 이후 왕도는 지름길의 대명사가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부란 어렵게 마련이니 학생들이 왕도와 비법에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따라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왕도 등 효과적인 학습법을 표방하는 참고서는 많지만 언제나 실체는 불분명하다. 결국 공부란 기초를 다지고 꾸준히 노력하고 축적하는 과정이라는 점은 모두 알게 된다. 젊은 시절 타고난 재능으로 잠깐 두각을 나타낼 수는 있어도 세월이 흘러서 대가로 인정받으려면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천재는 있어도 젊은 대가는 없다’고 표현한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은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여러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여러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법은 실체가 없고, 편법은 오래가지 못하며, 꼼수는 언젠가 더 큰 후유증과 역풍을 부른다. 기업 경영도 편법이 있고, 정도가 있다.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확보하고 이익을 얻는 가치의 교환과 상호이익이 기본이다. 지엽적 기법이나 왜곡된 편법을 동원하면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 있어도 결국 실체는 드러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고 인간의 삶이다.

중국 근대사에서 거상으로 칭송받는 호설암(胡雪巖)은 “큰 상인의 도리는 곧 인간의 도리”라는 말을 남겼다. 즉 남을 속이지 않고 왜곡된 길을 걷지 않으며, 규정과 원칙을 지키면서 돈을 버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 세상의 어떤 분야에서나 길게 보고 멀리 가려면 정도를 걷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은 기업가뿐 아니라 올바른 삶을 살아가려는 모든 사람이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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