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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뭐 하시는 분인가요?”

“남편은 뭐 하시는 분인가요?”

벤처 자본가 중 3분의 2가 백인 남성인 미국 사회에서 ‘보호 요고’ 앱 개발자 타비타 홀버트는 업계 편견을 깨뜨리며 불우한 여성들을 돕는다
보호 요고의 창업자 타비타 홀버트는 대학 시절 요가의 치료 효과를 발견했다.
흑인 여성 타비타 홀버트(30)는 IT 업계 기업 경영자와 관계자 대상의 미국 뉴욕시 행사에 참석해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지난해 6월 벤처 기업을 창업한 뒤 거래처와 벤처 자본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무리 속에서 겉도는 느낌이 약간 들었지만 전직 배우 출신의 스타트업 CEO인 그녀에게 이젠 익숙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그들의 답변은 ‘아 그래요, 남편은 뭐 하시는 분인가요?’ 같은 식이었다.” 지난해 9월 ‘보호 요고’라는 앱을 출시한 그녀의 회고다. 또 한번은 잠재 투자자와 미팅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상대방 남성이 그녀를 맞으러 나와선 제멋대로 넘겨짚었다. “그는 ‘보호 요고에서 오신 분인가요?’라고 묻더니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그럼 사장님이 도착하면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홀버트는 돌이켰다.

21세기 상당기간 동안 흑인 여성의 창업률은 다른 어느 인구그룹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기업 경영진 중 전체 여성 비율은 31%에 여전히 못 미쳤다. 더욱이 소수인종 여성 비율은 3.8%에 지나지 않았다. 벤처 자본가 중 딱 3분의 2가 백인 남성이다.

1999~2014년 여성 임원을 둔 기업에 투자된 벤처자본 비율은 5%에 불과했다. 2012~2014년 앤젤 투자를 유치한 1만238개 기업 중 흑인 여성의 창업 회사는 24개 즉 0.2%에 지나지 않았다.

홀버트도 그런 여성 중 한 명이다(앱 이용자는 우버 고객이 택시를 호출하듯 요가 레슨 한 건을 신청할 때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강습 1건을 기부한다). 그녀는 그런 역경에 과감히 맞서기 시작했다. 인맥을 구축하고 그녀가 말하는 이른바 투자자와 경영자들의 ‘사소한 넘겨짚기’를 프로다운 미소로 헤쳐나갈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여성들이 제 발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나는 원래부터 출신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IT 업계에선 오히려 그보단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맨해튼의 회사 사무실에서 인터뷰 도중 그녀가 말했다. “악의를 품거나 나를 해코지하려는 건 아니지만 아주 깊게 뿌리 박힌 문제다. 내겐 하버드대학 나온 부모가 없다.”

실제로 홀버트는 앤젤 투자자와 베타 버전 출시의 세계와는 아주 동떨어진 곳에서 성장했다. 댈라스와 포트워스 사이에 낀 작은 마을에서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10여년 뒤 맨해튼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연기학교인 뉴욕주립대학 소속 퍼처스 칼리지에 들어갔다.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처음 요가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거기서 배운 호흡법이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관련된 공황장애를 이겨내는 일종의 치료제 역할을 했다.

건강관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결국 사업모델로까지 발전했다. 홀버트는 구매자들이 캔버스 슈즈에 큰돈을 지불하는 대신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게 되는 톰스 슈즈 브랜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강사 자격을 취득한 뒤 온라인 동영상과 학습자료를 이용해 독학으로 코딩을 배웠다. 지금의 보호 요고 사이트는 첫 개설 후 두 번 개편했지만 스마트폰 앱 개발은 정말 벅찬 과업이었다. 홀버트는 “좋은 사업 모델이나 앱 또는 사이트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창업 초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보호 요고 사이트 최초 버전은 “끔찍했다”며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직접 코딩한 원래 앱은 “버그 투성이에 이용하기가 불편했다.” 그녀가 예약 앱 사용법을 알고 회사 웹사이트에 그 소프트웨어를 통합할 때까지 소속 강사들에게는 큰 골칫거리였다.홀버트는 지금껏 연기활동에서 얻은 수입을 모두 회사에 쏟아부었다(“그야말로 내 자동현금출납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저예산 영화 두어 편, 범죄 드라마 ‘블루 블러드’ ‘성범죄전담반’에 단기 고정 역할을 맡았다. ‘성범죄전담반’에선 로즈 캘리에이 지방검사보 연기를 했다. 절친의 남편인 변호사가 무료로 법률 고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보호 요고는 지역 여성보호센터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무료 강습을 제공하는 유일한 서비스다.
그리고 그의 법률회사 관계자들이 웹사이트 콘텐트 구성과 앱의 출범을 도왔으며 지금은 그들의 건물 안에 보호 요고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사업과 기술 지식의 공백을 메우는 데 분명 그 법률회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홀버트는 잠재적인 앤젤 투자자가 자신을 누군가의 부인이나 비서로 오인한 순간들을 머리 속에서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이 회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는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웹사이트와 요가 강습뿐 아니라 인건비와 세무 업무도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강사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보호 요고 강습 신청은 대체로 하루 10~15건에 달한다고 홀버트는 말했다. 고객이 125달러짜리 가정방문 강습을 1건 신청할 때마다 보호 요고는 지역 여성 보호소에 무료 강습 1건을 기부한다. 앱과 제휴한 약 40명의 강사 중 몇몇 또는 자신이 강습을 맡는다. 필라델피아 기반의 피트니스 앱 위트레인(WeTrain), 리복의 후원을 받는 샌타 모니카 기반의 핸드스탠드(Handstand) 등 경쟁자는 많다. 하지만 보호 요고는 자선 강습에서 차별화를 꾀한다.

이제 홀버트는 연기활동을 접고 성장하는 사업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봄을 맞아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단체 강습의 신설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뉴욕에서 앱을 완성한 뒤 내년 초에는 로스앤젤레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계속해 미국의 다른 많은 도시에서 이지포즈(Easypose) 같은 동종 앱과 경쟁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갈 작정이다.

홀버트는 IT 업종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을 상대하는 한편 자신의 사업을 바탕으로 유색인종 여성들 사이의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의 갭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준다. 그녀는 회사의 소셜미디어와 고객 서비스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지 않았다. 대신 보호 요고의 소셜미디어 팀 대부분을 교도소에 다녀온 디트로이트의 여동생과 다른 3명의 전과자들로 구성했다. 홀버트는 충분히 자금이 조달되고 사업이 발전하면 앱에서 무료 제공하는 요가 강습을 통해 만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강사 자격증 취득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들이 강사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기업 이사회와 간부진에 여성이 보기 드문 한 가지 이유는 어쨌든 일종의 근본적인 딜레마다. 한 글로벌 조사에서 최근 지적했듯이 여성을 높은 자리로 인도하고 밀어줄 만한 여성 지도자가 애당초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호소 여성 대상의 무료 강습 수강자인 하산드라 테럴(28)은 최근 릴리 하우스를 나왔다. 가정폭력으로부터 긴급 피신해 영구 주거를 구하는 과정에 있는 여성들을 위한 임시 보호소다. 근래 들어 생후 7개월의 레전드와 두살배기 킹 등 두 아들을 맡아줄 곳을 찾는 데 시간을 거의 빼앗겼다. 하지만 앱 제휴 요가 강사를 꿈꾸며 언젠가 직접 창업하는 날이 오리라 기대한다. “때때로 심신이 지쳤을 때는 홀버트에게서 배운 것을 생각하며 요가 매트를 꺼낸다”고 그녀는 말했다.

키라 미셸 강사에 따르면 여성 보호소 출신들을 제외하면 보호 요고의 고객층은 다양하다. 그녀는 30~40대 여성들과 월스트리트 금융가 남성들도 자신의 개인강습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고객이 주당 대체로 1~2회 강습을 받는다.

앱의 기업과 단체 강습 조정업무도 담당하는 미셸은 앱의 다음 추진사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홀버트의 능력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리브 그린 색 요가복 차림에 왼팔에 소매를 덮은 듯 문신을 새긴 미셸은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이 있다”며 “다른 사업체들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유연한 몸매를 가진 호주인 건강·피트니스 블로거인 미셸은 최근 에이미 홀딘의 아파트에서 늦은 아침 강습을 시작했다. 보호 요고 사이트에 큼지막하게 실린 배우 겸 모델이다. 미셸은 맨해튼 퀸즈 지구 아스토리아 동네에 있는 홀딘의 아파트 침실 매트 위에 서서 홀딘에게 코를 통해 천천히 심호흡을 하라고 말했다.

그 뒤 홀딘이 물고기 자세를 취하도록 도왔다. 빨강머리 배우 홀딘은 2장의 폼블록으로 상체 위쪽을 약간 받쳐 올려 흉곽이 천장을 향한 자세로 매트 위에 누웠다. 이어 미셸은 홀딘의 양 다리를 접어 서서히 뻗도록 하면서 그녀 주위를 맴돌며 여러 각도에서 자세를 살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 골반 각도를, 또 다른 쪽에서는 무릎의 굽힘을 고쳐줬다.

단골 고객인 홀딘은 운동 겸 골반 부상 치료 겸 개인 강습을 받았다. 보호 요고의 핵심적인 이점은 그런 성가신 통증에만 관심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한다. 여성이 서로를 돕는다는 발상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홀딘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자선활동을 한다’는 만족감에 그치지 않는다”며 “특히 요즘 같은 정치적 환경에서 무엇보다도 여성이 운영하며 여성을 돕는 사업이라는 점이 내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리디아 오닐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미국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정체’ - 44개국 중 34위로 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인도에 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월 13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여성 재계 지도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미국 500대 기업 대상 조사에서 여성 이사 수가 약간 증가한 것으로 밝혀진 며칠 만인 지난 2월 8일의 훨씬 더 광범위한 새 조사 결과는 그 뉴스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업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에 관한 한 미국이 다른 상당수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2012~2016년 성별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미국은 44개국 중 34위를 기록해 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인도 같은 나라에 뒤졌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중역 조사업체 에곤 젠더의 보고서 내용이다. 캐나다와 유럽에선 여성 이사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미국의 증가세는 지지부진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이사회 당 여성의 평균 숫자별 순위에서 미국은 이사회 당 약 2명으로 19위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콜롬비아·러시아·터키까지 포함한 44개국 전체의 평균과 대략 비슷했다(기업 이사 자리는 평균적으로 11.5석이었다).

선두는 이사회 당 여성 수가 평균 5명 이상인 프랑스가 차지했고 독일·스웨덴·이탈리아·노르웨이·벨기에가 그 뒤를 이었다. 스웨덴을 제외하고 모두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30~50%로 유지하도록 하는 쿼타를 배정했다.

유럽 국가에는 이런 정책적 방식이 분명 주효했지만 미국에선 기업 이사들 간의 ‘독립적 문화’로 인해 그런 법이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에곤 젠더의 임원·이사 컨설팅 서비스 책임자 캐롤 싱글턴 슬레이드의 분석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에선 다른 문제라고 본다.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쿼타와 그런 유의 정책은 상당한 저항에 부닥칠 듯하다. 이사들이 독립성을 상당히 중시한다.”

하지만 보고서에선 쿼타제를 실시하는 나라 중 프랑스·독일·벨기에 세 나라에선 여성 후보들 사이의 이사회 경험 수준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미국은 한 가지 정책을 대폭 손질하면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조사한 185개국 중 미국은 유급 출산 휴가를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은 두 나라 중 하나다. 싱글턴 슬레이드 팀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당히 쇼킹한 곳”이다.

보고서는 기업계의 여성 지도자 비율 측면에서 미국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민간 부문 그리고 무엇보다 IT 업계가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평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출산휴가 정책안은 그녀의 구상이라고 밝혔다.

이방카가 아버지 회사의 임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남편이 백악관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동안 “세 어린 자녀가 새 집과 학교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다른 분야는 몰라도 대기업 사회에서의 여성운동을 지지할 듯하다.

그녀가 이사회 여성 쿼타 제도를 택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지난 1월 중순 엘리트 여성 경영자들을 초청해 만찬 파티를 주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 뉴스의 모회사인 뉴스 코프 사주 루퍼트 머독의 부인 웬디 머독의 자택에서 열린 파티에는 디자이너 토리 버치, IBM의 지니 로메티 CEO 등이 초대됐다. 지난 2월 7일 열린 대통령 기업 고문단 회의에선 “직장 여성에게 공평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논제 중 하나였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 리디아 오닐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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