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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200년 짧은 역사 딛고 차(茶)의 왕국이 된 타이완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200년 짧은 역사 딛고 차(茶)의 왕국이 된 타이완

다양한 기후와 산악지대 활용 … 세계 최고 품질의 차 생산국 이미지 굳혀
타이완 아리산 고산지대에서 차를 재배하는 모습.
타이완은 ‘차(茶)의 왕국’이라는 애칭이 있다. 한반도 면적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섬나라 타이완에서 생산되는 차의 종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드넓은 중국대륙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차가 타이완에서도 만들어진다. 대륙에 비해 턱없이 작은 영토와 다양하지 않은 차나무 수종이라는 불리한 현실을 극복하고 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지대라는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한 타이완은 반발효차(半醱酵茶) 분야에서 차의 종주국 중국을 앞서 세계 1위다.

타이완은 해발 3000m 이상인 고산준령이 219개에 달한다. 일본 후지산보다 200m가 높은 위산(玉山, 3952m)은 동북아시아 최고봉이다. 세계의 등산 애호가는 물론 타이완의 보물로 사랑받는 위산의 홍보대사는 한국의 엄홍길 대장이다. 아열대성 기후로 알려진 타이완은 고도에 따라 온대, 한대, 냉대를 거쳐 심지어 북극성 기후특성도 갖고 있다. 차나무 수종이 같아도 재배지역에 따라 차향과 맛에 편차가 큰 이유는 다양한 기후대가 공존하는 산악지대 덕분이다. 잘 보존되어 있는 울창한 원시림이 수직적 분포를 보이는 위산과 허환산(合歡山, 3416m)자락의 고산지대에서도 차가 생산된다. 해발 1000m 이상에서 재배하는 차를 고산차(高山茶)로 인정하는데 해발1500m이상에서 나오는 차는 특별히 고랭차(高冷茶)로 분류한다. 타이중(臺中)현에 있는 리산따위링(梨山大禹嶺)차구는 해발 2500m 이상 되는 고지대 원시림 사이에 다원이 조성되어 세계 최고 품질의 청차를 출시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서 차를 생산하는 고랭지다원이 타이완에 있다.

타이완 최대 차 생산기지 중 하나인 아리산((阿里山) 차구는 위산을 비롯해 18개의 산봉우리를 품고 있다. 연중 10개월은 차를 채취할 수 있는 아열대성 기후인 해발 500m부터 연간 2회 정도만 차를 만들 수 있는 해발 2300m 넘는 고산지역에서 다양한 차를 생산한다. 일부 다원은 단순히 차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고산족 문화를 알리는 관광농원으로서의 기능도 갖춰 5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쩌우(鄒)족 문화부락은 해변에서 살다가 고산족으로 변신한 쩌우족을 테마로 조성한 관광농원이다. 쩌우족 문화체험과 민속공연을 감상하고 식사와 숙박도 할 수 있는 농원에서는 차를 직접 만드는 DIY 코스도 있어 자기가 만든 차를 맛보고 가져갈 수 있다. 타이완의 차는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매력적인 체험관광 상품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대 차 생산기지 아리산 차구
쩌우족 차예사.
타이완은 수천 년을 이어오는 중국의 차 역사에 비해 221년에 불과한 짧은 차 재배 역사를 가졌지만 무거운 전통에 얽매이는 폐단과 기나긴 역사가 짓누르는 진부함에서 벗어나 타이완만의 독특한 차 문화와 산업형태를 갖췄다. 차를 제조공법과 발효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도 중국의 6대 차류와 다르다. 타이완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는 3종류로 단순하게 구분한다. 비발효차인 녹차와 완전발효차인 홍차 외에 모든 반발효차를 포종차(包種茶)에 포함한다. 타이완 행정원 농업위원회 차업개량장과 같은 국가기관과 차엽연구소에서는 포종차로 분류하는 반 발효차를 시중에서는 통칭 우롱차(烏龍茶)라 부르며 바이후우롱(白毫烏龍) 계열인 동팡메이런((東方美人)과 무자(木柵)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티에꽌인(鐵觀音)은 따로 부르고 있다.
 유기농 재배와 엄격한 품질관리
타이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차.
타이완 차 재배의 뿌리는 중국 푸젠성에서 출발한다. 1796년 커차오(柯朝)가 푸젠성에서 가져온 차나무를 심어 타이완 최초로 재배한 것을 비롯해 1885년 린펑츠(林鳳池)이 동딩산에 심은 칭신우롱(靑心烏龍) 품종도 푸젠성 북쪽 우이산(武夷山)에서 들여온 것이다. 1919년 장(張)씨 형제가 푸젠성 남쪽 안씨(安溪)현에서 티에꽌인(鐵觀音) 묘목1000그루를 가져와 무자지역에 보급한 것이 타이완 최초의 티에꽌인 재배 기록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존 도드는 타이완에서 장뇌(樟腦)사업을 준비하다가 타이완 차의 상품 가능성을 발견하고 1865년 푸젠성에서 차 종자와 묘목을 가져와 농부에게 키우도록 했다. 1868년 존 도드는 푸젠성에서 차 만드는 장인을 데려와 가공한 차를 뉴욕으로 보내 판매했다. 대박을 친 타이완 차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타이완에서 티에꽌인을 최초로 재배한 무자지역은 발효도가 제일 낮은 포종차를 생산하는 원산(文山)과 더불어 타이완에서 최초로 차를 상품화한 지방이다. 푸젠성의 장인들이 봄이면 파시처럼 무자 일대에 몰려와서 차를 만들며 기술도 전수해주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1949년 중국과 타이완이 분리되면서 고향에 갈 수 없게 된 장인들은 타이베이 인근의 무역항구 따다오청에 정착했다. 차도매상과 재가공업자로 변신한 푸젠성 출신 장인들은 타이완 차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1966년부터 10년에 걸쳐 중국대륙에 광풍을 몰고 온 문화대혁명을 피해 밀항선을 타고 온 중국의 차 전문가들이 가져온 다양한 차나무 묘목과 종자는 타이완 차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타이완 차의 경쟁력은 유기농재배와 엄격한 품질관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차가 돈이 되는 길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생태환경이 청정한 해발고도가 높은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고산차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트렌드에 발맞춰 고급차 공급 기지를 바다와 가깝고 해발이 낮은 전통적인 차 생산 지구에서 타이완 산악지대로 과감히 옮겼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산차로 타이완 차의 안전성과 고급차 이미지를 세계시장에 각인시켰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수입하는 차의 20%가 타이완 차일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타이완 차에 대한 선호도는 중국보다 강하다. 작지만 강한 타이완 차는 기나긴 역사와 전설을 앞세우는 대신 돈이 되는 길목에 앞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에 성공했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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