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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조세피난처 될 수 있을까

영국이 조세피난처 될 수 있을까

브렉시트가 잘못될 경우 법인세 대폭 낮춰 다국적기업 유치로 경제 살리겠다는 발상이지만 위험 부담도 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영국을 소수의 특권계층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로 불리는 유럽연합(EU) 탈퇴가 아주 잘못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법인세율을 대폭 낮춰 영국을 다국적기업이 혹하지 않을 수 없는 조세피난처로 만든다는 것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1월 독일 신문 벨트암존타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EU가 영국에 큰 손실을 초래할 무역장벽을 세운다면 영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국 국민은 그냥 드러누워 ‘우리가 당했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유럽의 최대 경제 중 하나인 영국이 조세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EU 고위 인사들을 격분시켰다. 그들은 지금의 영국도 사실상 조세피난처라고 불만을 표했다. 영국은 2007년 이래 법인세율을 30%에서 20%로 내렸다[세계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다]. 2020년 17%로 인하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세계 주요 20개국(G20)에서 최저 수준이 된다.

목표는 영국을 다국적기업이 진출하기에 좀 더 바람직한(다시 말해 비용이 저렴한) 나라로 만들어 외국인직접투자(FDI)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법인세율이 영국보다 훨씬 높은 프랑스와 독일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세율을 더 내리면 영국은 “경쟁력이 대단히 강해질 것”이라고 영국 본머스대학 교수로 감세 옹호론자인 리처드 티더가 말했다. “EU의 경우 새로운 무역장벽이 그런 효과를 상쇄하겠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영국이 아주 유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해먼드 장관이 시사한 잠재적인 계획은 위험 부담이 아주 크다. 경쟁국들이 덩달아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법인세율을 39%에서 15%로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게다가 EU는 ‘통합법인세하한기준(CCCTB)’ 도입을 밀어붙일 수 있다. 다국적기업이 어디에서 이익을 내든 통합해서 일괄적으로 과세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영국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의 알렉스 코브햄 대표는 “그렇게 되면 유럽 기업이 다른 곳으로 수익을 이전할 수 있는 여지가 차단돼 그들을 유치하려는 영국의 노력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먼드 장관의 더 큰 문제는 영국 국민에게 그 정책을 설득하는 일일지 모른다.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결정되고 영국 내부에서 소득 격차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테레사 메이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영국을 소수의 특권계층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법인세 인하가 그와 정반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생활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공공 재정은 어려워지고 대기업은 더 큰 혜택을 보게된다는 뜻이다. 킹스 칼리지 런던 산하 정책연구소 ‘변화하는 유럽 속의 영국’을 이끄는 아난드 메논 교수는 “브렉시트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라며 “영국이 실제로 법인세를 인하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책 전문가는 해먼드 장관이 그런 발상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희박하며 EU와의 분리 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제스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분석 컨설팅업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영국 담당 선임연구원 새뮤얼 툼스는 “모든 유럽 국가의 재정이 ‘브렉시트 경착륙’으로 초래될 경제적 혼란의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의료와 연금 지출에 대한 대중의 압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은 어느 쪽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니얼 토마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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