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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뿜는 아시아 고속철도 수주전]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고속철도 중·일 각축 속 100여 개 기업 경쟁

[불 뿜는 아시아 고속철도 수주전]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고속철도 중·일 각축 속 100여 개 기업 경쟁

아시아 최초의 월경(越境) 고속철도 … 한국·독일·프랑스 철도기업도 수주전 참여
중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세계 최장 고속철도인 베이징~광저우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열차. 중국은 아시아 지역 고속철도 수주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이 고속철도 프로젝트의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되고 있다. 국제철도연합(UIC)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현재 전 세계에서 약 5만1800km가 건설 또는 계획 중에 있으며, 절반 이상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도시 간을 단시간에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사람의 이동과 비즈니스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철도 주변 도시에도 큰 경제적 효과를 일으킨다. 때문에 신흥국들은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고속철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의 건설에는 첨단의 기술력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광범위한 토지(용지) 수용과 함께 환경문제 등에도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 비용은 매우 높다. 충분한 수요가 따르지 못하는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다.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전장 350km의 고속철도 계획은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 간에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고, 2017년 상반기 중에는 프로젝트를 담당할 컨설팅 회사가 결정된다. 2017년 10~12월에는 건설과 차량 제공을 담당할 ‘철도자산회사’의 국제 공개입찰이 시작된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수주전이 드디어 종착지에 다다르는 것이다. 이 국제입찰에는 일본의 JR동일본, 중국의 중국중철(中國中鐵)과 중국철로(中國鐵路), 프랑스의 알스톰그룹(TGV), 독일의 시멘스, 한국의 현대로템 컨소시엄 등 각국의 철도회사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는 2017년 2월부터 방콕과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전장 1500km의 고속철도 건설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태국의 아콤 운수상은 올 2월 초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남아시아연합(ASEAN)의 여러 도시를 고속철도 등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철도 주변 도시의 개발도 기대된다”며 철도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철도에 이어 쿠알라룸푸르-방콕 간의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대망의 말레이반도 종단 고속철도가 실현된다. 그런데 경제성장이 정체하고 있는 태국 정부는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의 일익을 담당했던 신칸센을 모델로 하여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싶어하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흥미를 표시하면서 중국의 고속철도망을 들여오고 싶어한다. 중국과 일본의 수주전은 쿠알라룸푸르-방콕 고속철도에서도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쿠알라룸푸르-방콕 고속철도 프로젝트도 곧 시행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간 전장 150km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중국과 일본이 입찰에 참여해 동남아시아 고속철도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양국이 수주전을 벌였으나, 2015년 10월 중국 국유기업이 건설공사와 사업권을 획득했고 철도역 주변의 도시 개발도 맡게 됐다. 그러자 2015년 12월 일본은 전장 500km에 이르는 인도 최초의 고속철도 프로젝트(인도 서부 뭄바이-아메다바드 간)에 인도 정부와 조인함으로써 중국에 설욕했다. 일본은 인도 고속철도 계획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 사업비의 81%에 해당하는 자금(1조 4600억 엔)을 저리의 차관으로 인도에 제공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또한 일본은 2016년 8월 방콕과 태국 북부의 관광도시 쳉마이를 잇는 전장 700km의 고속철도 프로젝트에도 태국 정부와 합의를 이뤘다. 양국 정부는 2017년 중에 정식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콤 운수상은 지난 2월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방콕-쳉마이 신칸센 도입 계획에 대해 “2018년 중 착공해 2022~23년의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콤 운수상은 “지금까지는 방콕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해 왔지만, 고속철도를 통해 넓은 지역에까지 성장의 혜택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국 정부는 태국-중국 고속철도(태국 내륙에서 중국 남부 쿤밍을 잇는 고속철도)의 최초 구간인 방콕-나콘라챠시마 간의 전장 250km의 고속철도 공사를 2016년에 착공, 2019년 전반기 운행 개시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노선은 철도 시스템 등에서는 중국의 기술을 채용하고 있지만, 태국 돈으로 1700억 바트(약 5조4600억원)가 드는 총공사비는 태국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나콘라챠시마(코라트)로부터 태국과 라오스의 국경도시 논카이를 거쳐 중국의 쿤밍으로 고속철도가 이어지면, 중국의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한 구간으로 동남아시아-중국 간의 수송로가 확보될 수 있다. 한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10월 중국을 방문, 시진핑으로부터 클라크-수빅 간의 고속철도 건설과, 클라크를 첨단산업·창조과학도시로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지원을 약속받았다. 일본은 2016년 8월 마닐라-클라크(전장 100km)를 연결하는 남북철도계획에 2400억 엔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필리핀 정부에 약속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고속철도 건설 계획이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싱가포르-쿠알라룸푸르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과 일본, 한국, 유럽 등지에서 굴지의 철도기업들이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국경을 넘는 아시아 최초의 월경(越境) 고속철도다. 또한 동남아의 고속철도 건설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공개입찰 방식으로 사업자가 정해진다.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15년 10월부터 입찰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약 100여 곳에 이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6년 11~12월 말레이시아의 나지브 라자크 수상과 싱가포르의 토니 탄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 신칸센 세일 외교를 수행했다. 중국 측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 기업들은 저비용과 짧은 공기(단기간 공사)를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10년도 채 안된 기간 중에 중국 국내에서 2만km가 넘는 고속철도망을 쌓아올린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역시 한국철도공사, 현대로템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일본에 뒤지지 않는 기술 수준과 ’비용-효과’의 우위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고 있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에 다소 늦게 참여했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있어 경쟁국에 크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TGV 등을 운행하고 있는 프랑스국철(SNCF)은 유럽의 국경을 광범위하게 넘나들고 있는 월경(越境) 철도의 노하우를 내세우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물량공세, 일본은 안전성 내세워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최후 결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의 중국중철 등은 20억 달러를 투입해 고속철도 종착역 주변의 재개발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말레이시아 국내 철도의 ‘전화공사(電化工事: 철도의 동력을 전기로 바꾸는 일)’도 돕겠다는 의사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전달했다. 일본은 중국중철의 물량 공세에 다소 뒤쳐져 있는 형세이지만, 신칸센이 50년간 승객 중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다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JR동일본은 최고급차량인 그랜 클래스(Gran Class)를 제공해 주겠다고 말레이시아 당국에 제안했다. 안전성과 고급성으로 중국과 승부를 겨루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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